경향신문 | 이용욱기자 | 입력 2009.06.11 18:23
개성공단과 관련한 현안을 논의한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이 11일 성과 없이 종료됐다.
북측은 이날 회담에서 북측 근로자의 임금 및 토지임대료의 비약적인 인상을 요구했다.
남북은 오는 19일 다시 회담을 하기로 했으나, 북측의 요구 조건이 일반의 예상을 초월하는 것이어서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의 유일한 보루인 개성공단의 장래가 위태로워지는 분위기다.
남북 당국 간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열린 11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한
남측 차량들이 개성공단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파주 | 김문석기자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40분~11시30분, 오후 3시~3시40분 두차례 회담을 하고
개성공단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양측은 1차 만남에서 서로의 기조발언문을 읽고 의견을 교환했으며,
오후에 2차 회의를 하는 등 과거 정상적인 남북회담의 전례를 따르는 듯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전혀 달랐다.
북측의 이날 요구는 남측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어서, 남측 대표단을 당황케 했다는 전언이다.
북한은 우선 개성공단 내 북한 근로자 1인당 월급을 300달러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사회보험료를 포함한 현 임금(75달러선)의 4배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과의 간담회를 기초로 '120~150달러'(수용 가능) '150~200달러'(협상 대상)
'200달러 이상'(협상 불가) 등의 협상기준을 준비했던 남측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다.
또 개성공단 1단계 100만평에 대한 토지임대료를 5억달러 수준으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는데,
이는 현대아산과 토지공사 측이 이미 지불한 임대료 1600만달러의 31배다.
북측은 그러면서도 '6·15 공동선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다시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4·21 접촉 때 "개성공단 사업에 성의를 다해온 것은 6·15 공동선언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했으며, 개성공단 계약무효를 선언한 지난달 15일 통지문에선 "6·15를 부정하는 자들에게
6·15의 혜택을 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김영탁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 대표 등 남측 대표단은 북측의 이 같은 요구에 즉답을
피한 채 추후 회담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2차, 3차 접촉을 이어가면서 남북회담의 모멘텀을 이어가자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대표단은 그러면서 74일째 북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의 접견과 석방을 촉구했지만,
북측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개성공단 육로통행 및 체류인원 축소 등의 내용이 담긴 '12·1 조치'의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북한의 무력시위가 이로울 것이 없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개성공단의 미래는 비관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체류·통행 등의 불안전성에도 불구하고 낮은 임금 등의 이유로 개성공단에 머물렀던
입주기업들로선 북측의 요구를 수용하면서까지 굳이 공단에 머무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북측도 자신들의 요구를 따르지 않는다면 개성공단에서 나가도 좋다고 통보하는 등
현재로선 공단 유지에 별다른 애착을 두지 않는 눈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그동안 남측이 특혜를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높은 인상을
요구한 것"이라며 "협상을 하자는 것이 아니고 일방적으로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액을 줄이고 늘리고가 아니고, 남측이 6·15 공동선언을 받는다면 큰 틀에서
재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이용욱기자 wood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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