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쏟아지는 '대북정보'…정국 '물타기'로 치닫나

기산(箕山) 2009. 6. 6. 05:10
쏟아지는 '대북정보'…정국 '물타기'로 치닫나

 '북풍 카드'로 '서거 정국' 돌파?…정치적 의도 '의심'

 

                                                                                        2009-06-05 15:02 CBS정치부 박지환 기자

 

최근 확인되지 않은 북한 정보가 연일 쏟아지면서 '신북풍(北風)'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들도 이를 전면에 기사화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북첩보'의 사실 여부를 떠나 북한 관련 정보들이 정치적 의도로 악용될 여지가

적지 않다는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4일 북한 경비정 1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50여분간 연평도 서쪽 영해에 머물다

퇴각한 사실은 사건발생 직후 1~2시간 만에 언론에 공개됐다.


지난 2월 NLL 인근에서 북한 경비정이 비슷한 침범 기동을 펼쳤다는 사실이 3개월 뒤인 5월 초에

언론에 알려진 것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신속한' 언론브리핑이다.


이 과정에서 군 당국은 북한 경비정의 NLL 월선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었지만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관련 브리핑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의도적인 위기감 조장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일에는 국정원이 북 후계구도에 관련한 '첩보' 수준의 내용을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알려주는 '친절함'을 보였다.


북한이 후계구도와 관련해 체제결집 차원에서 강경행보를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일본발 북한 전망 기사가 올초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위기감을 조성하기 위한 의도적인 정보 누출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실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후계체제와 관련해 국정원은 그동안 '3남 김정운 후계설을 확인할 어떠한 객관적인

자료도 없다'고 일관된 입장을 취해 왔다"며

"그러나 갑자기 전화까지 해서 관련 사항을 확인해 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불리한 정국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북풍 카드를 꺼내 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2일에도 군 당국은 합참 군사지위본부를 방문한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중거리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했다.


또 익명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4월 이후 영변의 핵재처리시설을 복구해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통해 개성공단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가

평양으로 압송됐다는 보도가 전해졌고

통일부는 "확인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하는 등

미확인 북한 정보들이 정치적 의도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누출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정치적 의도라는 의심을 받는 정보누출은 또 있다.

최근 미국에서 100달러 위폐 '슈퍼 노트'가 갑작스럽게 부각된 것도 같은 맥락.

워싱턴타임스는 지난 2일 미국과 해외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김정일 국방위원 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과 가족들이 노동당 산하기관인 함남 평성의

상표
인쇄소에서 슈퍼노트를 제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 금융
제재 등을 강력히 요구하는 시점에서

이 같은 보도는 북한의 불법 활동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여기에 오 부위원장의 슈퍼노트 제작설과 가족 이름 등 세세한 관련 정보가

한국 정부에서 미국 정부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보 공개에 한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필요에 의해 최근 북한 관련 정보들이 부쩍 늘어난 것을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거센 민심 이반 현상이 나타나는 현 정국을

북풍으로 타개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보라는 것.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핵 실험 이후 북한 동향이 연이어 크게 보도되고 있는 것은

노 전 대통령 조문 정국을 북핵 위기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깊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또 "최근 북의 강경 행보가 북 내부의 체제에서 기인한다는 정부 관계자 발언은

최근의 긴장 고조를 북한 탓으로 돌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정당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회 정치 아젠더를 북핵 정국으로 옮기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북풍이 효과를 거둘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violet@cbs.co.kr

 


 

 

김정운은 여전히 11세 소년…대북정보 수집능력 부재(?)

                                                                             2009-06-05 15:54 CBS정치부 정재훈 기자블로그

지난 1일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남 김정운을

후계자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언론은 이런 내용을 최근 북한의 2차 핵실험 등 초강경 무력시위와 연관시켜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이후에도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향후 권력승계 전망과 파급효과는 물론 김정일 위원장의 가계도와 김정운 후계구도 확립을 위한

찬양가까지 다양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사의 홍수 속에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점이 있다.

바로 김정운의 사진이다.


기사의 홍수 속에서도 공개된 김정운의 사진은 11세 때 찍었다는 흑백사진 한 장이 유일하다.

국내 언론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외신에서도 김정운의 다른 사진이 보도된 적은 없다.

 

이 때문에 미 중앙정보국(CIA)이 김정운에게 '귀여운 지도자'(Cute Leader)라는

별명을 붙였다는 외신 보도마저 나왔다.

문제는 사진의 예에서 드러나듯 북한의 차기 지도자로 낙점된 인물의 정보가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것이다.

 

알려진 것이라고는 김정일 위원장의 전 일본인 요리사자서전과 인터뷰 등에서 밝힌

극히 단편적인 내용에 불과하다.


김 위원장과 세 번째 부인인 고영희 사이에서 태어나 90년대 중반에 형인 정철(28)과 함께

2년 정도 스위스 베른의 국제학교를 다닌 것 외에는 북한에 줄곧 머물렀으며

리더십과 승부욕이 강한데다 김 위원장을 빼닮아 총애를 받고 있다는 정도가 전부다.

김정운의 어린 시절 사진 역시 이 요리사가 자서전에서 공개한 사진이다.

한마디로 철저하게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이래서는 김정운이 도쿄 시내 한복판을 걸어다닌다 해도 아무도 몰라볼 지경이다.

◈ 정부당국 '대북정보 수집능력' 의문

 

그러나 우리 정보 당국은 최근 사진 확보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스위스 베른 학교시절 외에는 북한을 벗어난 적이 없어 다른 사진을 입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 긴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보당국의 대북정보 수집시스템에 큰 구멍을 노출시킨 것이다.

물론 미국, 일본의 정보당국 역시 마찬가지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 정보당국에게는 더 광범위하고 촘촘한 대북 정보망이 요구된다.

타국의 정보당국을 방패막이나 변명의 구실로 삼아서는 안된다.

국내 언론에 후계구도와 관련해 김정운이 등장한 것은 지난해 6월부터다.

김 위원장의 현 부인인 김옥(45)이 김정운을 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지난해 8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도 김정운의 오토바이 사고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 2월에는 김정운이 후계자로 확정됐다는 기사도 보도됐다.

김정운이 후계구도에 이름을 올린 1년 전부터 국내외 언론에선 꾸준히

김정운 후계 가능성에 관심을 가져온 것이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대외 노출이 되지 않은 미지의 인물이라는 말만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이 사실은 사진을 비롯한 여타 정보를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현 남북관계와 여건 등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김정운과 관련한 정보에 대한 국정원의 침묵은

정보당국의 대북정보 수집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갈수록 증폭시키고 있다.


floyd@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