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진 검찰총장 퇴임사 <전문>
<퇴임사>
사랑하는 전국의 검찰가족 여러분!
이제 저는 지난 27년 동안 제 삶의 전부였던 정든 검찰을 떠납니다.
법률상 보장된 임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이 결단이 제가 대한민국과 우리 검찰을 위해 마지막으로 헌신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 믿습니다.
저는 검사가 된 그 날부터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 좋은 친구이길 포기하고 살았습니다.
개인의 명예보다는 국가와 검찰의 운명 그리고 미래를 먼저 생각해 왔습니다.
그 동안의 노력과 정성이 결실을 맺기도 전에 여러분 곁을 떠나게 되어 몹시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이제 저의 사직을 계기로 검찰에 대한 책임 공방이 종식되고, 부패척결과 법질서 확립이라는
검찰 본연의 임무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동안 정치적 격변기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 점 흔들림 없이 저를 믿고 따라준
검찰 가족 여러분께 충심으로 감사드리면서 몇 가지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친애하는 검찰가족 여러분!
강한 검찰이 아닌 바른 검찰, 원칙과 정도, 절제된 검찰권 행사, 그리고 인권을 존중하는
품격 높은 수사, 이런 모습의 검찰, 이런 모습의 수사를 항상 추구해 주십시오.
지금까지 많이 고치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눈에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고 모자랍니다.
지금보다 더 낮추고 더 겸손해야 합니다.
지금보다 더 절제되고 더 세련된 모습으로 검찰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강하고 교만하다는 국민적 지탄과 비판 때문에 검찰이 설 땅을 잃어 갈 것입니다.
족한 줄 알면 욕을 당하지 아니하고 그칠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아니하다(知足不辱 知止不殆)는 말이나,
지나침은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過猶不及)는 말의 의미를 더욱 더 깊이 새겨들어야 합니다.
최근의 사태와 관련하여, 각계에서 제기된 각종 제언과 비판에 대해
우리 스스로 미흡한 점은 없었는지, 검찰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합니다.
이제까지의 수사관행과 수사기법, 수사상황 브리핑, 보안사항 유출 등에 대한 문제점을 바로잡고,
수사와 언론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부정부패 척결의 소임은 차질 없이 수행되어야 하겠습니다.
검찰수사와 관련된 최근의 논의가 검찰의 부정부패 수사기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서는
안 됩니다.
부패혐의 수사가 예상치 못한 변고로 차질을 빚었고, 그 과정에 많은 아쉬움이 있다 하여
전체 사건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이 모두 훼손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기화로 검찰의 수사기능을 약화시킬 경우, 부패혐의자만 유리한 부패공화국으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비리혐의 수사과정에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고,
때로는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차마 견딜 수 없는 비난을 검찰에 쏟아 붓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당위의 세계를 추구하는 검찰이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옳은 것은 옳다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해야 합니다.
최근의 수사에 대해 국민적 오해와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라면
검찰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도 우리의 몫입니다.
우리나라에 부정부패가 존속하는 한, 검찰은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산 권력이건 죽은 권력이건 아무런 성역 없이, 수사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하고, 또 할 것입니다.
제가 물러난다 하더라도 후임 검찰총장 모두가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검찰이 부패 사건 수사에 흔들림없이 매진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형사법제 도입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에도 전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친애하는 검찰 가족 여러분 !
비록 길지 않은 1년 반의 재임기간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참으로 격랑의 세월이었습니다.
오늘, 저는 비록 떠납니다만, 오로지 검찰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는 제 의지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믿어 주시는 여러분들이 있기에 저는 외롭지 않습니다.
제가 직을 떠나는 의미를 알고 검찰의 명예회복을 위해 여러분 모두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우리 검찰이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사태수습에 임한다면, 국민들도 우리 검찰에
더 한층 힘이 되는 용기와 성원을 보내 주실 것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숭고한 소명을 받들어 더욱 더 국민의 믿음과 사랑을 받는 검찰로
번영해 가리라 믿습니다.
거친 파도가 가라앉고 물결이 잔잔해지면 물 스스로가 사물의 본모습을 제대로 비춰 줍니다.
언젠가는 오늘의 검찰에 대한 국민과 역사의 평가가 정확하게 이루어질 것을 확신합니다.
사랑하는 검찰가족 여러분!
짧지 않은 27년 공직의 길이었지만 돌아보니 한바탕 꿈인 듯 합니다.
하지만 늘 헌신적이고 믿음직한 여러분들과 함께 하였기에 언제나 행복했습니다.
그동안 베풀어 주신 과분한 사랑과 은혜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항상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6월5일 검찰총장 임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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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진 검찰총장은 5일 퇴임식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로부터 가끔 수사지휘를 받는다고 밝혔다.
임 총장은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를 `갈등과 긴장'이라고 표현하고
"어떤 바보같은 사람이 총장으로 와도 수사는 건드리지 말라고 발톱을 세운다"며
"원래 법무부와 검찰은 그런 관계이고, 그게 건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 총장은 이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
"과거 강정구 교수 사건 때 1건밖에 없다는 건 틀린 얘기"라며
"항상은 아니지만 문건으로 발동되는 게 있다.
작년 6월 `광고주 협박' 사건도 그랬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법무부 검찰국장을 할 때도 수사지휘 많이 했다.
`시위에 엄중대처 바란다'는 그런 식으로. 그것도 일종의 수사지휘인 셈"이라고 말했다.
임 총장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 등과 관련해 청와대나 법무부의 압박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이는 이날 간담회에서 사건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대검은 설명했다.
임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일각에서 거론되는 대검 중수부 폐지론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중수부를 없애면 누가 좋아할지 생각해 보라.
중수부는 일반 서민을 수사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인 등 권력자와 재벌을 수사한다"며
"부정부패 수사는 계속 강화해야지 약화하는 쪽으로 가면 절대 안 된다.
중수부 폐지론은 동의 못하며 폐지되면 우리나라는 부패공화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및 상설특검제 도입 주장에 대해서도
"공수처를 대통령 산하 부패방지위원회에 설치한다면 중수부보다 훨씬 자의적으로 운용될 수 있고,
특검제도도 중수부보다 효율적이고 중립적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임 총장은
"정권교체기 총장직은 엄중하고 무거운 자리이자 치욕까지 감내하는 자리"라며
"지난 1년6개월 동안 이쪽에서 흔들고, 저쪽에서 흔들고 참 많이도 흔들었다. 내가 말하는 치욕은
이렇게 흔들리면서 마치 자리에 연연해 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교체기 총장이 되면 참 골치 아프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대단히 어려운 자리였다.
끊임없이 결정을 해야 했고 내 위치가 보-혁, 전 정권과 현 정권, 전 대통령과 현 대통령의
중간지점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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