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초마다 "확 풀겠다".. DJ정부 1만개 중 2460개 줄여 그나마 성공
규제와의 전쟁 번번이 수포
참여정부 때 총량제 첫 도입… 무분별 폐지 저축銀 사태 불러
전봇대 뽑기 내건 이명박정부, 재벌·대기업에 혜택 집중
정권 말기엔 되레 늘어나기도
한국일보 강지원기자 입력 2014.03.27 21:07
요란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규제와의 전쟁. 하지만 국민들에게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다.
역대 정권마다 초기에는 규제를 풀어 경제성장을 이끌겠다며 팔을 걷어 부쳤다.
물론 그 어느 정권도 그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어줍잖게 규제를 풀었다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며 역풍을 맞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규제와의 싸움이 그리 간단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규제 완화'라는 말이 처음으로 나온 건
전두환 정권 때인 1982년이다.
당시 경제성장 저해요인으로 과도한 규제가 꼽히면서 '성장발전저해요인개선위원회'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당시만 해도 규제를 심사할 전문인력이 없었고, 관심도 저조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노태우 정권 역시
'민관합동경제법령정비협의회'(88년), 행정규제완화위원회(90년), 행정규제완화 민간자문위원회(91년) 등을
차례로 발족하며 규제개혁을 시도했지만 행정절차만 간소화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김영삼 정부 때는
규제개혁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우선 행정쇄신위원회(93년), 규제개혁추진회의(97년) 등 규제개혁추진기구만 6개가 설치됐다.
기업활동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 행정규제기본법 등 법 제도도 마련됐다.
하지만 정부 부처간 이기주의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꼬리를 내려야 했다.
규제개혁이 가장 많이 이뤄진 때는
김대중 정부 시절이다.
외환위기 직후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 정부에 강력한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주문한 영향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출범과 동시에 대통령 직속의 규제개혁위원회를 만들었다.
집권 초기부터 규제를 풀어주면서 집권 첫해 1만185개였던 규제 수는 집권 마지막 해인 2002년 7,724개로 급감했다.
하지만 규제를 너무 많이 풀어준 탓에 2003년 신용카드 대란과 벤처버블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노무현 정부도 규제개혁 의지를 이어갔다.
규제 1개를 신설하면 기존 규제 중 1개를 삭제해 총량을 맞추는 규제총량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 효과로 1년 만에 100여개의 규제가 줄어들었지만 당시 금융규제를 무분별하게 풀어준 탓에
2011년에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자기자본비율 8%이상, 연체 3개월 이하, 여신비율 8%이하'에 해당하는
저축은행(88클럽)의 대출제한 규제를 풀었고, 저축은행들은 이런 규제 완화를 등에 업고 후순위채권을
마구잡이로 판매했다. 결국 그 피해는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이명박 정부도 집권 초기 '전봇대를 뽑겠다'며 규제개혁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개발제한구역 완화, 제2롯데월드 설립 허가 등
일방적으로 기업에 유리한 규제들 뿐이었다.
규제개혁이 재벌과 대기업을 위한 것이란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집권 말기에는 오히려 방향을 선회했다.
미등록규제를 찾아 등록하고, 기존 등록 규제를 세분화하면서 2009년 1만2,905건이었던 규제 수는
집권 말기 1만4,889건(2012년)으로 늘어났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역대 정권에서 규제개혁은 기업들에게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항복선언을 한 것과 다름없다"며
"기업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을 초래하는 규제를 찾아내 이를 완화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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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의 역습]금융 규제완화가 카드사 정보유출 피해도 더 키웠다
제휴사 신용정보 제공, 고객 사전 동의 요건 ‘면제’ 잇단 사고
경향신문 홍재원 기자
입력 2014.03.31 21:47 수정 2014.03.31 23:28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최근 발생한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대형 사고의 원인이 된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31일
"지난 정부에서도 규제완화 '열풍'이 분 적이 있다"며
"당시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금융당국도 개인정보를 금융계열사에 쉽게 이전할 수 있도록 허용해
일부 카드사의 정보유출 피해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2008년 11월
"금융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규제 전수조사 및 민간규제 개혁심사단 심의를 통해
추가 규제개혁 사항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 유관기관별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규제 목록을 작성하고,
민원분석과 조사를 통해 개선 규제를 발굴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과 유사한 과정을 거친 것이다.
당시 발굴된 규제완화 방안에는 '신용정보 제공에 대한 사전 동의요건 완화'가 포함됐다.
금융기관이 회사의 분할·합병을 포함해 고객 신용정보를 제휴 회사 등에 제공하려면 예외 없이 취득해야 했던
본인 사전동의를 면제해주는 내용이다.
계열사간 신용정보의 유통·이용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로,
이듬해 4월 계열사간 정보공유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던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2011년 국민은행에서 국민카드가 분사할 때 국민카드는 국민은행 고객정보를 대거 이전받을 수 있었다.
국민카드 측은
"분사 당시 금융위원장 승인을 얻어 국민은행 정보를 공유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국민카드 고객정보가 5300여만건 유출되는 과정에서
국민카드 고객이 아닌 은행 고객정보가 1100여만건 흘러나갔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않은 미성년자들의 정보도 이 과정에서 유출됐다.
당초 규제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정보유출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해당 규제를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후속 조치로
"금융계열사끼리 고객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공유해오던 방식을 개선하겠다"며
고객 사전 동의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한 당국자는
"특히 금융분야에선 자칫 대형 사고와 소비자 피해로 직결될 수 있어 규제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며
"금융지주회사법과 신용정보보호법 등으로 흩어져 있는 규제 내용을 일원화하는 등의
합리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재원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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