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때와 비교해도 부끄러운 MBC”
글·지승호 인터뷰 전문작가 sibidori@paran.com
사진·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군사정권 시절과 비교해도 부끄러운 MBC의 상황 역사에 남겨 교훈으로 삼아야”
‘피떡수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정권에서 전방위 탄압을 받았던 MBC
22년 동안 숱한 화제의 프로그램을 방송했던 PD수첩은 올 1월부터 방송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간 숱한 기라성 같은 PD들이 등장했지만,
그 중 딱 한 명을 꼽으라면 최승호 PD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황우석 사태 당시 책임PD였으며,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등
한국 사회에서 파장을 일으켰던 숱한 프로그램을 취재한 바 있다.
그런 최승호 PD를 12월 5일 여의도 MBC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날은 그가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지 169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는
“언론사가 언론인에 의해서 이렇게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MBC가 과거에도 문제가 있었던 적이 있지만, 이 정도로 망가진 적은 없다.
KBS, MBC, YTN, 연합뉴스의 연대파업 같은 정도의 싸움이라는 것은
대한민국 언론사에서 처음 일어났던 엄청난 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현실을 바꿔내지 못한 점이 상당히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전했다.
지승호(이하 지) : 이 정권에서 PD수첩이 많은 고생을 겪었습니다.
최승호(이하 최) :
이명박 정부 하에서 MBC 같은 경우는 3년은 그래도 체면치레는 했던 것 같습니다.
PD수첩도 어느 정도 살아있었고, 비판보도도 어느 정도 했습니다.
나머지 2년은 정말 피눈물나게 싸웠죠.
이렇게 통제된 상황에서 5년을 더 통제한다고 했을 때 언론인들이 과연 지금과 같은 결기를 유지하면서
싸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 저도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지 : 국장 책임제 때문에 취재 내용에 대해 사장이나 경영진이 간섭할 수 없었던 것이
MBC와 PD수첩의 힘이었는데요.
최 :
김재철 사장이 들어오고 난 뒤에 단체협약을 해지해버렸죠.
그 후 본부장 총괄책임제 정도로 해서 노조가 양보해서 합의한 단체협약이 있습니다.
그 단체협약의 내용만이라도 김재철 사장이 제대로 지키는 시늉만 했어도
우리가 파업에 들어가지 않았을 겁니다.
노조가 공정방송협의회를 요구해도 사장이 계속 거부해서 편파방송을 해도 노조가 그걸 따질 수가 없었죠.
지 : 사측은 노조가 정치적이고, PD수첩을 비롯한 프로그램들이
그동안 정치적 편향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최 :
캠프 해단식을 하는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 “성원을 해달라, 지지한다”는
입장을 이야기했잖아요.
기자가 넣은 그 부분을 데스크 하는 과정에서 빼버렸어요.
그러고는 안철수 후보가 자기네 입장을 가지고 독자적인 행보를 하기로 했다고 보도를 하는 겁니다.
그리고 박근혜 후보의 펀드가 순식간에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문재인 후보의 펀드 같은 경우 단시간에 많이 걷혔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보도를 안 했다는 거죠.
1980년에 이진희라는 사람이 사장으로 온 적이 있는데요.
그 사람이 당시 전두환 장군을 스튜디오에 불러놓고 직접
‘좋으나 싫으나 뭔가 국가를 책임지고 나가야 될 입장에 있다’고 띄우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방송을 하고 그랬단 말이죠.
본인들도 스스로 편파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 같아요.
지 : 지금 칼자루를 쥐고 있는 간부들 중에는 예전에 언론인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분도 있지 않았습니까?
우리 언론사 내부에 ‘PD나 기자로서 일선 현장에서 평생을 전문가로서 일하다가 퇴직하는 것이
가장 명예로운 것이다, 그것이 훌륭한 모습이다’라는 인식이 없어요.
그런 사람들은 좀 무능한 사람으로 느껴지는 거죠.
MBC나 KBS나 이런 조직들이 인사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내부의 효율성이라든지 공정한 평가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닌데요.
여러 가지 외부 요인으로 인사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그랬죠.
지 : 170일의 파업을 통해서 얻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최 :
선배 보직간부들이 보직을 던지고, 후배들하고 같이 파업을 했단 말이죠.
그것은 언론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겁니다.
그동안 기껏해야 차장급 정도까지 참여했다고 하면,
이번에는 국장 지내시는 분들이 같이 파업을 하기도 했단 말이죠.
결국 대부분의 상식적인 선배들은 후배들과 함께 그 체제에 저항하는 쪽의 선택을 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한테 새로운 전통이 마련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성립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만들어지고 있는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죠.
지 : 4대강에 대한 비판적인 취재, ‘공정사회와 낙하산’ 편 등이 청와대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던데,
그것이 해고의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은데요.
최 :
저는 단지 노조원으로서 파업에 참여했을 뿐인데요.
이번 기회에 싹을 완전히 잘라버리자고 하는 결단이 내부적으로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종의 광 내는 효과도 있겠죠. 우리는 이렇게까지 한다.
지 : 정재홍 작가를 비롯해서 6명의 작가 전원을 해고하기도 했는데요.
방송이라는 분야가 사실 전문성이 있어야 되거든요.
특히 정재홍 작가 같은 경우는 12년 동안 PD수첩을 했고,
그동안의 PD수첩 노하우가 정재홍 작가에게 녹아 있는 겁니다.
그런 노하우를 없애버리는 거죠.
지 : ‘4대강 수심 6m의 비밀’ 같은 경우 국토해양부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는데,
법원이 기각했잖아요. 그런데 그걸 김재철 사장이 결방시켰었는데요.
‘검사와 스폰서’를 한 다음에 김재철 사장이 저한테 상을 주기도 하고,
‘PD수첩이 MBC의 브랜드’라는 얘기까지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4대강 프로그램, 더군다나 대운하하고 4대강의 관련성을 밝히는 프로그램이라
청와대에서 굉장히 예민하게 받아들였어요.
그러니까 김재철 사장이 굉장히 오버를 해버린 건데,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정도로 청와대에서 오는 압박이 심했겠죠.
어떤 강력한 압박을 받지 않았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겁니다.
법원에서조차 방송을 하라고 했는데,
방송을 못하게 해버린 거니까 언론사 사장으로서는 할 수 없는 그런 결정을 한 거죠.
그 후 그런 일들이 계속 벌어졌죠.
지 : “4대강 사업은
훗날 ‘단군 이래 최대의 거짓말’이라는 규정을 받게 될지 모른다”고 했는데요.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가뭄지역은 주로 산간오지인데,
물을 4대강 본류로부터 그쪽으로 이동시키려고 하면 관을 일일이 묻어야 되고,
가뭄이 나는 현지의 지하수를 개발해서 공급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든대요.
4대강 사업을 하면 가뭄이 없어진다고 하면서 농토가 쩍쩍 갈라져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사람들이 물을 받기 위해서 양동이 같은 것을 들고 소방차 앞에 줄지어 서 있는 모습들을
홍보영상에 집어넣으면서 이런 일이 앞으로는 사라진다고 했잖아요.
지 : 전문가들이 4대강은 운하사업이라고 증언했다면서요.
대한민국의 수자원 정책, 하천 개발사업을 수십년 동안 주도해 왔고,
댐이라는 댐은 다 만들고, 80년대 한강 개발사업을 주도했던 원로들이 한 얘기인데요.
‘대통령이 대운하 포기 선언도 했으니까 낙동강 주운하다, 그 정도로 얘기하는 것이 어떠냐’고 하더라구요.
이후 취재를 계속해서 결과적으로 4대강 비밀 추진 팀이 있었고,
청와대에서 낙동강에 수심 6m를 유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을 밝혀낸 거죠.
지 :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봅니까?
정부가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를 하면서 국민들에게 의미와 효과를 정직하게 밝히지 않고,
거짓말 홍보를 하고, 꼼수를 쓰면서 추진을 강압적으로 했다는 것이죠.
언론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놓은 상태에서
세금을 무려 22조원을 쓰는 엄청난 사업을 벌였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 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켰는데, 저는 그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 : ‘검사와 스폰서’ 편도 굉장한 파장을 일으켰는데요.
특검에서 스폰서 받은 검사들을 거의 무혐의 처리했잖아요.
‘검사와 스폰서’ 사태는 검사들한테 절대로 검사들을 수사하거나 조사하는 역할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겁니다.
박기준 부산지검장만 면직을 시키고, 기소도 하지 못했구요. 지금 변호사 잘하고 있습니다.
성접대를 받았다고 제보자가 일관되게 주장을 하고, 여러 가지 근거들이 있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기소조차 하지 못했죠. 부실수사를 한 건데요.
이번에 김광준 부장검사 사건이라든지 성폭행했다는 검사,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사안들이 계속 발생하는데,
‘검사와 스폰서’ 사건에서 검찰이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자기네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진정성 있게 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 : 박기준 당시 부산지검장이 사이드로 경고를 해왔다고 방송에 나왔잖아요.
당시에는 대단한 얘기라고 생각 안 했고, 크게 염두에 두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전화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 바람에 그게 불거지게 된 거죠.
지 : 황우석 사태 때 CP를 했잖아요. 그때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것의 10배 정도는 힘들었다”고 했는데요. 지금 상황하고 비교하면 어떤가요?
지금이 더 어렵죠.
그 당시에는 지금 당장은 그 진실이 묻힐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희망은 한 번도 버린 적이 없습니다.
지 : 많은 분들이 보직 변경이나 징계를 당했잖아요.
최 :
MBC 브랜드 가치를 높여 왔던 최고의 에이스들을 다 골라 방송을 못하게 처박아놨거든요.
시청자들은 외면하고 있고, MBC의 브랜드 가치라는 것이 급전직하로 떨어져서
과연 MBC가 생존이 가능할지조차도 걱정스러운데,
명예퇴직을 추진한다는 얘기도 들리고, MBC에 동아투위 같은 것이 만들어지도록 하겠다는
막말을 하는 분도 있다고 합니다.
지 : 사장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주어져서
그 전횡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인 것 같은데요.
소위 말하는 김재철 방지법이라는 것을 우리가 구상하고 있는데, 그걸 여야 합의로 빨리 통과를 시켜야 합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여야 6대 3으로 되어 있는데요.
그것을 여야 동수로 하든지, 적어도 3분의 2의 이사들이 찬성을 해야 사장을 뽑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공영방송을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최소한 김재철 사장 같은 사람은 나오지 않겠죠.
그 다음에 우리 사회에서 편집권 독립 문제에 있어서 개별 방송사 내부의 합의 정도 수준이 아니라
좀 더 높은 수준의 근거와 장치를 둬서 언론 자유가 확보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 : 김재철 사장 체제를 후세 언론인들이 어떻게 기록을 할까요?
언론학자들이 제대로 기록하고, 언론 역사로서 기록을 해둔다면
한 마디로 세계 역사상 굉장히 희귀한 케이스로 연구대상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한 사람이 언론 자유를 이렇게까지 완전히 짓밟고,
방송문화진흥위원회가 세 차례나 해임을 거부하고, 재신임했잖아요.
국가나 언론이라는 것은 안중에도 없이 정파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언론을 이용하려는 이러한 부분들은 앞으로 역사에 반드시 남겨서
경계가 되도록 해야 될 것 같아요.
지 : PD수첩으로 돌아가 탐사보도를 업그레이드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그런 기회가 언제 주어질까요?(웃음)
권력에 대한 비판을 할 때는 비판의 잣대가 정밀하지 않으면
항상 작은 꼬투리에 의해서 비판 내용 자체가 훼손당하고, 우리를 바로 공격해 들어온다는 것을
충분히 알게 됐습니다.
과거보다는 훨씬 더 정밀하게 보도해야 되겠다, 조금치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는 보도를 함으로써
권력이 언론을 침탈할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거죠.
지 : 부장급인데, 일선에서 취재를 계속하는 동력이 뭔가요?
정말 사심 없이 우리 사회의 곳곳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 사람들로부터 진실된 얘기를 들어서 시청자들에게 들려줄 수 있고,
거기에 대해 시청자들이 공감을 해주는 것은 다른 어떤 일보다도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한테는 이만큼 흥분되는 일이 없죠.
지 : 우리 사회에서 아직 공익 제보자의 위치가 굉장히 불안하지 않습니까?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을 할 때도 제보하신 분들이
김영수 소령처럼 자기 얼굴을 공개하면서 나서서 증언을 했다면 엄청난 반향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분들과 접촉을 해봤을 때 정보를 줄 수는 있지만, 직접 증언을 하는 순간 바로 잘릴 것이고,
온갖 비난에 시달릴 것이고, 내 인생이 망가질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할 자신은 없다고 해서
증언까지는 못갔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사회의 부패지수가 계속 높아지는 거죠.
지 : 김재철 사장 측에 하실 말은 없나요?
그분들도 순간 순간 고민을 하실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기서 물러서면 끝이라는 생각들이 있으신 것 같아요.
그런 공포심, 생존본능, 이런 부분들이 MBC를 벼랑 끝까지 몰고 있는데요.
결국은 MBC를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인데, 앞으로 후회 없이 살아갈 자신이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글·지승호 인터뷰 전문작가 sibidori@paran.com
사진·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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