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숫자놀음’ 교육정책 부작용 심하다

기산(箕山) 2012. 4. 23. 23:49

‘숫자놀음’ 교육정책 부작용 심하다

 

폭력실태조사·성적향상도 평가 등 섣부른 자료 남발
학교 서열화·불신 초래… 교육정책 기조 재검토해야

 

                                                                                 세계일보 | 입력 2012.04.23 21:09

 

성적 향상도를 포함한 이명박(MB) 정부의 교육정책이 지나치게 계량화에 집중하면서

학교 서열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이번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처럼 통계적 의미를 인정받지 못하는 자료를 모두 공개하는 바람에

일부 학교에 '낙인효과'를 지웠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자료 공개를 통한 학교 서열화 및 경쟁 유발이라는

MB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검증되지 않은 각종 교육평가 양산

23일 교육학계에 따르면

MB정부의 교육정책은 각종 계량화된 지표를 통해 학교 및 교육청들의 순위를 매기거나

정책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게 주된 특징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고교별 학업성취도 향상도평가가 대표적이다.

고2 학생의 성적이 학교의 노력 여하에 따라 2년 전 중3 때에 비해 얼마나 향상됐는지를 보여주는 이 지표는

가정의 지원이나 개인 노력 부분은 전혀 반영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정부가 각종 공교육 강화 정책의 성과로 내세우는 사교육비 감소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해 사교육비 규모가 약 20조1000억원으로 전년도 20조9000억원에 비해 3.6% 줄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교육비가 준 것은 공교육 강화보다는 단순히 학생 수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는

"이명박 정부 들어 계량적인 교육지표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정책수립을 위한 참고자료에 불과한 자료들을 정책 홍보에 적극 활용하다 보면

학교 서열화와 같은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믿을 만한 통계자료도 신중을 거듭해야

정부의 섣부른 자료 공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교과부는

2009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의 시도별, 영역별 현황을 공개한 데 이어

2010년에는 학업능력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학부모가 학생이나 학교 현황을 알아야만 문제점이나 해결책을 찾을 수 있고

공개로 인한 학교 간 경쟁과 책임이 강화돼 전반적인 공교육 체질도 개선될 수 있다는 논리에서였다.

하지만 이번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한 것이

이후 야기될 부작용마저 감수할 만큼의 의미와 가치를 지녔는지는 의문이다.

초·중·고교생 25%의 의견으로 실체가 없는 설문조사 결과를 갖고 일선 학교 줄세우기와

학교·학부모 간 불신만 초래했기 때문이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사실인지도 아닌지도 모르는 자료를 갖고 덜컥 발표해 버리면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져 버린다"면서

"정책당국이 해결 의지를 갖고 조사를 벌인 것인지,

아니면 쏟아지는 비판을 학교 측에 떠넘기기 위한 것이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송민섭·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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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들, 학교폭력 대담 끝나자 "어쩌라고… 교과부 대책 졸속"

 

서울 초등학교장 연수, 교과부 장관 떠난 후 "학교 폭력 조사 엉망" 너도 나도 성토 나서
상담교사 확충과 가산점제 개선 등 건의

 

                                                                                            한국일보 | 한준규기자

                                                                                            입력 2012.04.23 21:13 | 수정 2012.04.23 23:29

 

"솔직히 알맹이도 없는 내용을 가지고, 왜 저렇게 의자 놓고 둘러앉아 대담하는지 모르겠다.

뾰족한 대책도 없으면서 학교만 힘들게 하는 것 아닌가."(서울 A초등학교 교장)

학교폭력 근절 및 주5일 수업제 정착을 위한 서울지역 초등학교장 연수가 실시된 23일 서울 방배동 서울교육연수원.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학교폭력 근절과 주5일 수업제의 우수사례로 뽑힌 2명의 초등학교장과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대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장 580여명이 참석했다.

장관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교장들은 "교과부의 대책 마련에 감사한다.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 공개는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학교를 돌아보는 데 유익했다"며 최대한 '예우'를 갖췄다.

하지만 30여분의 대담이 끝나고 장관이 떠나자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이어진 교과부 간부들의 정책 설명 시간에 학교폭력에 대한 통계 수치가 제시되자

강당 뒷편에 앉아 있던 한 교장은

"도대체 어떤 근거로 저런 통계가 나오느냐"며 혀를 찼다.

휴식 시간에 기자와 만난 교장들도 교과부의 정책에 불만을 쏟아냈다.

한 교장은

"개학 준비로 정신 없던 1, 2월에 밀어붙이기식으로 졸속 조사해놓고, 이걸로 언론에선 학교별 순위를 매기더라.

도대체 어쩌자는 건가. 불안해진 학부모들이 학교의 이야기를 믿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장은

"학교폭력이 문제된다니까 올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대책도 없이 조사만 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어쩌면 심각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데 또 자료부터 공개할 건가.

학생을 치료할 전문기관과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자료만 공개하면 학부모들만 불안해 할 것"이라고

교과부를 성토했다.

이주호 장관은 이날 대담에서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의 부실한 통계 자료를 실명으로 공개해 논란이 빚어진 것과 관련해

"오류가 있었다. 실태 조사와 자료 공개의 취지를 충분히 알리지 못한 상황에서 공개가 이뤄진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다만

"학교 폭력을 근절하겠다는 원칙에 따라 실태조사 방식을 개선해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전국교직원노조 소속 교사들과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회원 10여명은 이날 행사장에서

"엉터리 정보 공개, 학교폭력 책임전가한 이주호 장관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연수에 참가한 교장들은

상담교사 확충, 학교폭력 전담교사에 대한 가산점 제도의 실효성 확보,

학교폭력 사고 발생시 사후 처리와 관련된 지원 확대 등을 건의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교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전문 상담교사 이야기가 끊임 없이 거론되는데

정작 학교에 배치된 상담교사는 거의 없다.

기간제로 근무하는 전문상담사 뿐이다.

이번 기회에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상담교사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장은

"학교폭력 문제는 교사의 가산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좀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교과부와 단체교섭 협의를 시작하며

생활지도 담당 교사에게 특별사법경찰권(준사법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그러나 교과부 관계자는

"교사에게 준사법권을 부여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법무부 등 관련 부처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실제로 실행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