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과 돈은 왜 어울리지 않을까
엔터미디어2011.09.23 10:24 2011.09.23 10:24 수정
입력[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 강호동·이경규에 유독 냉혹한 이유
왜 같은 사안에 대해 강호동과 김아중은 이토록 결과가 다른 걸까.
강호동은 과소세금납부 논란으로 '잠정 은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같은 시기 같은 문제가 불거져 나온 김아중의 경우
그다지 큰 반향 없이 유야무야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 배용준 역시 세금 문제로 23억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고,
이에 국세청을 상대로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논란이 생기지는 않았다.
왜 이런 극명한 온도차가 생기는 걸까.
이것은 개그맨을 보는 대중들의 독특한 시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그맨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측은지심'이다.
그들이 자신을 망가뜨림으로써 웃음을 주는 고마운(?)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처럼 예능 프로그램이
말이 아니라 몸이 보여줄 수 있는 진정성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개그맨들은 대중들에게
'감동적인 존재'로까지 부각되었다.
'1박2일'을 통해 부각되는 강호동의 친서민적인 모습은 대표적이다.
한때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의 처지에 대해 대중들이 깊은 공감을 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주일에 단 한 번,
그것도 단 몇 분 간의 웃음을 만들기 위해 고생하지만 웃기지 못하면 가차 없이 편집되는 현실.
적은 출연료로 연명하면서 살아가기에 결방이라도 하게 되면 생계가 어려워지는 상황.
그나마 '개그콘서트'처럼 프로그램이 살아있는 경우는 나은 편이다.
아예 프로그램이 없어져 설 무대가 사라지는 개그맨들의 처지.
개그맨들은 힘겨운 일상을 살아가는 서민들과 동일시되는 존재다.
이 친서민적인 공감의 힘은 개그맨들이 웃음을 줄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강호동의 '1박2일' 하차 선언과 연달아 불거져 나온 세금 문제, 땅 투기 의혹 논란이
왜 다른 직업군의 연예인들과 달리 그토록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지 이해할 수 있다.
영화배우나 가수들과 달리 돈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개그맨의 한 사람으로서
강호동은 어쩌면 억울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재 개그맨에 대한 대중들의 시각이다.
이것은 확실히 영화배우나 가수들과는 다르다.
따라서 그렇게 친서민적인 이미지가 돈의 이미지로 겹쳐질 때
대중들에게 다가갔던 진정성은 쉽게 훼손되는 것이다.
한 개인이 세금을 덜 내고 싶고 투자를 통해 돈을 불리고 싶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욕구다.
하지만 개그맨에게서 돈 냄새가 풍기는 것은
대중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연예인 입장에서는 이미지적으로 좋은 것이 아니다.
이것은 분명한 이중잣대다.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동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은 같은 처지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성공해서 돈을 벌고 부자가 되는 것을(적어도 돈 욕심이 보이는 것에 대해)
대중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같은 처지에서 자신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것이
이 부분에 이르면 진정성이 아닌 돈 욕심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최근 꼬꼬면으로 돈방석에 올랐다는 이경규에 대한 이미지가
호감과 비호감으로 극명히 나뉘는 것도 이런 이중잣대가 거기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경규는 과거 '일밤' 시절을 이끈 성공한 개그맨이지만, 한 때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와 제 궤도에 오르는 모습에 대중들은 '역시 이경규!'라며 찬사를 보낸 데는
다분히 서민들의 정서가 들어있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꼬꼬면을 통해 주목받게 된 이경규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이것은 단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그런 심리만은 아니다.
개그맨으로서 이경규에 대해 대중들이 기대했던 이미지가 돈의 이미지로 치환되면서 생겨난 것이다.
게다가 꼬꼬면의 성공은 사실상 방송의 힘을 통해 얻어낸 결과가 아닌가.
서민들에게 웃음을 주던 방송이 다른 목적성으로 비춰질 때 그것은 반감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이것은 물론 개그맨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부분의 연예인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이중적인 시선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독 개그맨에게 돈의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 것은 개그맨이 그만큼 친서민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사회적인 불황과 맞물려 예능 프로그램이 주목되었고,
그로 인해 몇몇 개그맨들이 톱스타로 부상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물론 전체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들 몇몇 톱스타가 된 개그맨들은 이제 그만큼 자신들이 어떤 존재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좀 더 특별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한국야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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