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대전 ‘구제역 매몰’도 과학도시답네

기산(箕山) 2011. 2. 18. 03:21

대전 ‘구제역 매몰’도 과학도시답네

하천과 거리 두고 방수콘크리트 옹벽, 침출수 차단
돼지 한겹 한겹 매몰 때마다 미생물 뿌려 악취 방지

                                                                                입력 2011.02.17 22:13 | 수정 2011.02.17 22:46

                                                                                경향신문 | 윤희일 기자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근 하천과 지하수 오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합니다.

돈이 더 들더라도 철저한 오염방지 시설을 만듭시다.

'과학도시 대전'의 노하우를 총동해서라도 말입니다."

지난 16일 오전 5시 대전 동구 하소동 구모씨(67) 농장 옆 시유지.

굴착기 10대, 덤프트럭 5대 등을 동원해 매몰지 조성공사를 벌이는 공무원과 인부 등

100여명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전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15일 오후 11시부터 시작된

가축 매몰지 조성공사가 계속되고 있었다.

대전시와 동구는 우선 대전천 지천과 30m 이상 떨어져 있고,

경사지도 아닌 시유지를 매몰지로 골랐다.

굴착기를 통한 구덩이 파기 작업이 마무리되자 '콘크리트 작업조'가 투입됐다.

가로 25m, 세로 20m, 깊이 4m의 구덩이에는 방수능력이 대폭 보강된

특수콘크리트로 옹벽이 만들어졌다.

 

 

 

 

"콘크리트벽 두께는 17㎝에 이릅니다.

침출수가 샐 가능성이 거의 없죠. 바닥의 경우는 두께를 20㎝로 더 늘렸고요."

공무원들은 그러나 이 콘크리트 옹벽만으로는 안심하지 못했다.

별도의 방수재를 콘크리트 위에 바르고, 100% 방수능력을 자랑하는 비닐을 3장이나 덧댔다.

아침부터 시작된 매몰작업에는 대전의 '첨단기술'이 동원됐다.

대전시는 돼지를 한겹 한겹 매몰할 때마다 지역의 생명기술(BT) 분야 기관이 생산한

유용미생물(EM)을 뿌렸다.

유용미생물은 미생물 가운데 공존·공생이 가능한 80여종의 미생물을 선별한 '복합미생물제'로,

탁월한 항산화력을 통해 유해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고 악취 발생을 막는다.

이날 오후 3시쯤 2000마리의 돼지가 모두 매몰되자 생석회를 잘 섞은 흙으로 구덩이를 덮었다.

매몰지 조성 공사를 지켜보던 인근 주민들은

"이 정도면 침출수가 지하수나 하천으로 흘러드는 일은 없겠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대전시는 철저한 방역활동에도 불구하고 관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환경오염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매몰 방법을 찾았다.

관내의 한 기관이 가축 매몰시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용미생물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대전시는 즉시 유용미생물을 확보해 놓고 콘크리트 옹벽이 있는 매몰지를 구상했다.

대전시 김기하 농업유통과장은

"비용도 비용이지만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작업을 벌였다"며

"아직 구체적인 비용은 산출되지 않았지만 그냥 터파기만 하고 가축을 매몰할 경우에 비해

최소한 50% 이상 더 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전지역에서는 391개 농가가 9274마리의 소·돼지를 기르고 있다.

대전시는 구제역이 또 발생해 추가로 가축 매몰을 할 경우에도

콘크리트 옹벽과 유용미생물에 의한 매몰법을 계속 적용하기로 했다.



< 윤희일 기자 yhi@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