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바이러스 유입 헛짚고 애먼 축산농에 책임전가

기산(箕山) 2011. 2. 15. 00:49

바이러스 유입 헛짚고 애먼 축산농에 책임전가

‘구제역 대응’ 구제불능 정부

                                                                         경향신문 | 김재중 기자

                                                                         입력 2011.02.14 21:42 | 수정 2011.02.15 00:22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는

정부가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축산농에 의해 유입됐다고 추정 발표했던 것과 달리

홍콩·러시아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에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구제역 발생 초기 세계적으로 공인된 구제역 전문연구기관으로부터

이 같은 실험 결과를 통보받고도 두달 넘도록 공개하지 않아 은폐·왜곡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14일

구제역 국제표준연구소인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의

지난해 11월30일자 안동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당국은

지난해 11월28일 안동 와룡면에서 구제역 유전자 검사 시료를 채취,

국제수역사무국(OIE)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구제역 진단을 공인한

이 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다.

 

연구소는 이틀 뒤인 11월30일자 보고서에서

안동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유사성이 가장 높은 바이러스 10가지를 순서대로 나열했다.

10가지 유사 바이러스는 2010년에 모두 홍콩과 러시아에서 발생했고,

유전적으로는 99.06~98.9% 같다고 분석됐다.

베트남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는 명단에 오르지도 않았다.


바이러스의 유전적 계통을 체계적으로 그린 '유전자 트리(Tree·계통도)'에서도

안동 구제역 바이러스는 일본·러시아·홍콩 등지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훨씬 가까웠다.

지난해 4월 강화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도 매우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대 서상희 교수(수의학)는

"농식품부는 지난해 4월 강화에서 발생한 구제역과 11월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취지로 말해왔다"면서

"보고서에 따르면 강화 바이러스와 안동 바이러스 모두

베트남보다는 홍콩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에 가깝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안동의 한 양돈 농장주가 지난해 11월 초 베트남을 여행한 사실에 주목하고

역학조사를 벌여왔다.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지난 1월20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구제역이 최초로 발생한 양돈단지 내 한 농장주가 11월초 구제역 발생국(베트남)을 여행하고

국내 입국시 소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안동의 이 단지에서 분리된 구제역 바이러스는

농장주가 방문한 구제역 발생국에서 분리된 것과 99%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일 방송좌담회에서

구제역이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축산농 때문에 발생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처럼 안동 지역 축산농이 바이러스 유입 및 확산의 핵심으로 지목되면서

해당 농가에 대해 책임을 묻는 비난 여론이 제기됐다.


이춘석 의원은

"정부는 지금껏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농민이 방역을 소홀히 해

전국에 구제역이 창궐한 것으로 지속적으로 발표해왔다"면서

"정부는 안동 구제역 발생 이틀 만에 나온 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베트남을 여행한 축산농의 책임으로 몰고 갔던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 김재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