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사람 보는 눈’이 문제
미디어오늘 | 입력 2010.08.29 12:45
[미디어오늘 류정민 기자 ]
[뉴스분석] 김태호 자진사퇴…청와대 인사시스템 개선돼야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8월8일 개각에서 '40대 총리'로 언론 관심을 집중시켰던 환희도 21일 만에 참담한 현실로 바뀌었다.
총리 후보자 사퇴는 그의 정치인생에 결정적인 악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견제하는 새로운 대항마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끝낸 뒤 그의 별명은 '양파 총리' '비듬 총리'였다.
긴장하던 친박근혜계 쪽에서는
"긴장했는데 이 정도였어"라는 표정이다.
한마디로 함량 미달이라는 분석이다.
8월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태호 총리 후보자 인준투표가 미뤄지면서 이번 사태는 사실상 예견됐다.
김태호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29일 오전 언론에 '긴급 기자간담회' 소식이 알려지면서 구체화 됐다.
▲ 29일 자진사퇴를 선언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이치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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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후보자가 일요일 오전 시간에 긴급 기자간담회를 갑자기 잡은 것은
'중대 결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언론 예측은 현실이 됐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의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더는 누가 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저는 오늘 총리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
김태호 후보자는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총리직에 임명돼도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태호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각종 의혹에 대해
"억울한 면도 있지만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짧은 기자회견을 끝낸 후 그는 차량에 올라 현장을 떠났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문제를 거론하며 '사퇴'를 촉구했던 민주당 등
야당은 모처럼 야당의 힘을 발휘하며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게 됐다.
반면 청와대는 7․28 재보선 승리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관계 개선 등
각종 호재를 계기로 집권 후반기 정국 주도권을 쥐려 했던 구상이 무너지게 됐다.
청와대는 김태호 후보자 사퇴는 안타깝지만 의사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주목할 대목은 이번 사태를 가져온 배경에는
청와대의 '사람보는 눈'에 대한 문제점이 깔려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인사시스템은 다시 한 번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청와대 인사들의 무능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호의적인 인식에 따라 낙점한 인물을 청와대 참모들이 걸러내지 못하는 분위기,
청와대의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는 설명이다.
▲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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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 해
이명박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이 문제를 심화시킨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태호 중도하차'로 사람 보는 눈에 대한 의문을 자초했다.
고위 공직자 도덕성에 대한 국민 눈높이와 대통령 눈높이가 다르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대통령 입장에서 별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내용도
국민 입장에서는 '중대한 하자'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김태호 후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는 재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김태호 총리 후보자 사퇴로 새로운 총리 후보자를 물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이 원하는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갖춘 후보자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청와대가 벌인 오만과 독선의 참극 인사가 국민에 의해 검증 받고 심판 받은 것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국민 사과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위영 대변인은 29일 논평에서
"김태호 총리 후보는 40대 후보, 세대교체론 등으로 포장된 이번 개각의 상징이었다.
개각의 상징인 총리 후보가 국민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사퇴한 마당에,
다른 후보들이 더 버틸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조영택 민주당 대변인도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사필귀정이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본다"고 말했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총리의 공백으로 국정운영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번을 계기로 국민의 뜻을 더욱 겸허히 받들어 소통과 화합을 위해 노력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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