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한반도 해상 기뢰 ‘안전 사각지대’
위클리경향 | 입력 2010.04.08 11:28
ㆍ남북한·미군 부설 위치 아무도 몰라…
ㆍ완전회수 어려워 폭발 위험 도사려
천안함 사건의 핵심은 '침몰 원인'이다.
군 당국이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으면서 온갖 설이 나도는 가운데
기뢰와 어뢰 등 외부 충격으로 인한 폭발, '피로파괴' 현상으로 인한 절단 등
사고 원인이 2~3가지로 좁혀지고 있다.
↑ 현재 미국을 비롯한 군사 선진국에서는 소해 헬기와 헬기 탑재용 소해장비 및
무인잠수정 등의 개발이 활발하다. 사진은 2006년 미 해군의 소해작전 훈련 모습.
군사 전문가들은 한반도 전역, 특히 서해와 동해상의 북방한계선(NLL)을 중심으로
남북한과 미군 측이 부설한 기뢰가 상당수 산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 기뢰에 의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제2, 3의 기뢰 폭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군함은 물론 어선이나 상선의 기뢰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국방부가 추진하다 미룬 기뢰 제거용 첨단 장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NLL 연안에 남북한·미군이 설치한 기뢰 둥둥
천안함 침몰 이전까지만 해도 일반인에겐 낯설었던 단어 '기뢰'.
땅에 묻은 폭탄이 지뢰라면 기뢰는 바다에 설치한 폭탄이다.
기뢰는 표적함을 탐색, 식별 및 파괴하기 위해 표적에서 발생하는 신호 특성을 이용한다.
기폭장치가 작동하게 되는 발화원에 따라 접촉기뢰·감응기뢰(음향·자기·압력·복합)·조종기뢰 등,
부설 위치에 따라 부유기뢰·계류기뢰·해저기뢰로 각각 분류된다. 〈그래픽 참조〉
기뢰는 크기가 작고 설치가 간단하며 저가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반면에
효과는 아주 커서 함정에는 매우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 왔다.
게다가 물 속에 잠겨 있는 계류기뢰와 해저기뢰는 물론 부유기뢰라 하더라도
높은 파도에는 레이더로 위치를 잡아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에는
함정이 통과하고 일정 시간 뒤에 작동하는 기뢰,
해저에 부설돼 있다가 함정이 통과할 때 수면으로 떠오르는 기뢰,
접근하면 기뢰를 발사해 표적함을 공격하는 호밍기뢰,
고속으로 공격하는 로켓추진 기뢰 등 종류가 다양화·지능화되고 있다.
기뢰에 의한 최근 피해 사례를 보면
1991년 중동전에서는 미군의 상륙함(1만9000톤급)이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掃海)임무
수행 도중 기뢰에 의해 선체가 파손됐으며,
순양함(9600톤급)이 기뢰에 부딪혀 균열이 발생하면서 침몰 위기를 겪기도 했다.
불과 수천 달러짜리 기뢰 때문에 상륙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기뢰에 의한 침몰이라고 밝혀져도 어느 쪽의 기뢰인지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복수의 군사 전문가들은
"현재 서해와 동해 NLL 부근과 연안에는 한국전쟁 당시 뿌려진 기뢰와
이후 1970년대 들어 남북간 긴장 상태나 군사작전시 부설된 기뢰가 상당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부설한 것뿐만 아니라 남한과 미군이 부설한 양도 상당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3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은 6·25 때 기뢰 4000여 기를 소련에서 들여와 3000여 기를 동해와 서해에 설치했다"면서
"그동안 많은 기뢰를 제거했지만 기뢰라는 것이 물속에 있기 때문에
100% 제거는 쉽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파편 분석 쉽지 않아 영구미제 갈 수도
〈Weekly 경향〉이 입수한 자료(1885년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한 기뢰는 해저에 부설하는 감응기뢰 1000~5000기,
특정 지역 수심에 맞춘 계류기뢰 5000~1만기 등
모두 6000~1만5000기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몇 년 동안 ALCM-82, PDM-2 등 접촉 및 자기기뢰가 추가됐다.
군사 전문가들은
"20여 년 전 정보지만 군비 증강이 어려운 북한의 경제 사정으로 봤을 때
현재도 수치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면서
"이 가운데 상당수가 서해 NLL 부근 연안에 부설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천안함 침몰 원인에 있어 북한 해군이 해안방어용으로 부설한 것이
남쪽으로 떠내려 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기뢰를 부설할 때 항공기, 잠수함, 수상함, 어선 등을 이용한다.
항공기의 경우 IL-28 기종이 최대 6기까지 적재가 가능하다.
잠수함은 24~28기, 수상함의 경우 사리원급 함정은 최대 36기 적재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군이나 미군이 부설한 기뢰에 의한 폭발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군은 해당 해역에 기뢰를 부설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군사 전문가는 거의 없다.
과거 한국전쟁 때 우리 측이 부설한 기뢰가 떠올랐을 가능성과
1970년대 미군이 백령도 일대에 레이더 기지를 운용하면서 부설한 기뢰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국회 국방위에서
"(백령도 해역의) 폭뢰를 개조한 상륙저지용 기뢰에 대해
2008년에 2개월 동안 기뢰의 잔존 가능성을 탐색하고 수거했다"며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지만 완전한 회수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김 장관이 지목한 기뢰는
1960년대 미군이 군무원들을 동원해 백령도에서 운영하던 레이더 기지를 보호하기 위해
부설한 것을 말한다.
냉전이 한창이던 1959년 1월부터 1970년 말까지
미군은 한국군과 함께 공동으로 북한군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백령도의 레이더 기지를 운용했다.
이 당시만 해도 북한군의 전력이 우세하던 시절이어서
미군은 북한군의 기습 상륙을 우려해 백령도 일부 지역에 폭뢰를 개량한 전기식 기뢰
500~600여 기를 설치했다는 것이다.
이 기뢰는 물속에서부터 지상까지 전기선으로 연결해
감시초소에서 스위치를 눌러 폭발하는 방식으로,
비록 최신형은 아니었지만 폭발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뢰는 미군이 철수하면서 제거했다고는 하지만
일부는 수심 15~20m 바닥까지 떠내려간 뒤 유실됐고,
우발적인 사고를 우려한 합동참모본부가 2008년에 2개월 동안 유실 기뢰 수거작업을
펼쳤다는 게 합참의 발표다.
문제는 사고 원인이 기뢰로 밝혀지더라도 우리 군이 운용하는 것인지,
북한 것인지 포탄과 달리 파편 분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해군 장교 출신의 한 군사 전문가는
"기술적인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며, 그나마 진흙에 파묻혔거나
해류를 따라 상당 부분 이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출처 불명의 기뢰 등에 의한 사고'라는 최종 조사결과 발표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기뢰에 따른 폭발에 대한 대응 미흡의 책임이야 있겠지만 '불가피한 사고'로 몰면
남북관계에 부담이 적고 군의 문책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시나리오다.
기뢰 제거 첨단 장비 도입 미뤄졌다
한편 지난해 초 국방부는 방위사업청을 통해
소해 헬기와 소해장비 구매를 시도했지만 이를 2014년 이후로 미룬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방위사업청은 2008년 12월 23일 '소해헬기 구매 입찰공고'를 통해
'대한민국 해군에서 운용할 소해헬기 및 소해장비 5종을 구입할 계획이며,
참가 자격은 국외 해당무기체계 생산 또는 공급업체'로 규정했다.
입찰공고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설명회를 방위사업청에서 진행하고
제안서는 4월 15일까지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이 구매는 방위사업청 해상항공기사업팀에서 진행했으며,
계획대로라면 2011~2012년에 도입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입찰 과정에서 2014년 이후로 연기됐다.
방위사업청 측은
"지난해 10월 구매계약 체결을 목표로 했지만 미국 정부와 사업체의 제안서를 받아 보니
소해 헬기와 소해장비 5종의 연동성이 채 구비되지 않아 구매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면서
"국방전력조정TF팀에서 재검토해 도입 시기를 2014년 이후로 조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소해장비 5종은
레이저 기뢰탐색장비, 기뢰 제거용 기관포, 기뢰 탐색용 음탐기, 무인 기뢰 처리기,
감응기뢰 소해장비 등이다.
미국에서는 일부 장비만으로도 운용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구매요청서 자격을 충족시키지 않아 '순연'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합참으로 작전권이 넘어간 이후 해군에 대한 예산 지원은 꾸준히 줄고 있다"면서
"일부 충족된 장비라도 운영하면 될 터인데, 예산 부족 또한 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천안함 침몰이 기뢰에 의한 것으로 파악되면 소해용 첨단 장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해양군사 전문가는
"남북한의 특수한 관계 탓에 지금도 서해엔 수많은 기뢰가 부설된 상태"라면서
"이번엔 함선이지만 이후 어선이나 상선이 그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수출입 물량이 주로 해상에서 이뤄지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 무역에 큰 차질이 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군사 선진국에서는 소해용 헬기와 헬기 탑재용 소해장비 및
무인잠수정 등의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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