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실종된 아들이 감옥에? 72일간 '억울한 옥살이'

기산(箕山) 2009. 9. 14. 22:15

실종된 아들이 감옥에? 72일간 '억울한 옥살이'

                                                                                   SBS | 입력 2009.09.14 21:04

< 8뉴스 >

< 앵커 >
실종된 가족이 아무 죄도 없이 감옥에 두 달 넘게 갇혀 있었다면 어떠시겠습니까?

검찰과 경찰이 신원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무고한 사람을 옥살이 시킨 일이

SBS 취재결과 드러났습니다.

김요한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6월 28일 아침 캐나다 국적의 32살 전 모 씨가 골목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출동한 경찰의 조회결과 전 씨는 공교롭게도 벌금을 내지 않아 수배된 사람과

성과 이름이 같았습니다.

경찰은 전 씨가 신분증이 없고 지문검사에 응하지 않자 별다른 신원확인도 하지 않고

전 씨를 수배자로 보고 검찰에 넘겼습니다.

[담당경찰 : OOO 본인이 맞냐고 하니까 본인이 맞다고 그러는거예요.

그걸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검찰도 경찰이 보낸 서류만 보고 신원확인도 하지 않은채,

벌금 대신 구치소에 수감하라며 전 씨를 서울 구치소로 넘겼습니다.

그런데 두 달 후인 지난 7일, 동명이인의 진짜 수배자가

검찰에 벌금 납부절차를 문의해 오자 검찰은 부랴부랴 전 씨를 풀어줬습니다.

수감된 지 72일 만이었습니다.

[전 씨 어머니 :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외국 아이라 한국말을 조금 천천히 하고 발음이 아무래도 좀 그렇잖아요.

그럼 말을 시켜보면 알았을 텐데…]

가벼운 정실질환이 있던 전 씨는 수감 당시 충격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만큼

증세가 심해졌습니다.

[전 씨 어머니 : 기억력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이야기 안하고 혼자 이렇게 있고…
그래서 사실은 제가 지금 너무 힘들어요.]

경찰은 지난 8월에는 억울하게 갇힌 전 씨를 구할 수 있는 기회마저 외면했습니다.
전 씨를 애타게 찾던 가족들이 전 씨의 지문이 찍힌 여권을 제시하며

소재확인을 요청했지만 묵살한 겁니다.

전 씨 가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예정입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전 씨가 지문확인을 완강히 거부해 절차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검찰은 수감 과정에서 일부 실수가 있었다면서 신원확인절차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뒤늦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검찰은 허술한 일처리로

한 사람의 인권을 심각하게 유린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됐습니다.

김요한 yohani@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