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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게 적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계간 ‘시인세계’ 가을호에는 이 질문에 대한 시인 30명의 답이 실려 있다.
시인들이 꼽는 ‘적’은 제각각이었지만 적들을 연결하는 공통고리가 눈에 띄었다.
돈, 밥벌이, 명성, 속물근성, 타성, 나태, 바쁨, 산만함….
일상에서 피할 수 없는 것들,
세속의 현실을 구성하는 것들, 세속적 욕망들이다.
시인들이 꼽은 ‘적들’을 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가벼워지고 상업화되는 시대 변화 속에서도
시인들은 여전히 시란 세속적 욕망에서 벗어나
외롭고 고통스럽게 쓰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를 쓰기 위해 가족을 버리고 출가해
평생 유랑 걸식한 하이쿠 시인 다네다 산토카가 떠오른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시를 쓸 수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렇다. 시처럼 질투가 많은 애인은 없다지.”
‘시 이외의 모든 일은 무조건 잡무!’
유안진씨의 단언은 번잡스러운 일상들이 모두 시의 적이라고 말한다.
유씨는 “시 외의 잡일로 바쁘다는 것은
상상하고 기발하고 엉뚱해질 수 있는 시간을 훼방하는 것”이라며
“시인을 가만 놔둬 달라고,
서럽고 외롭도록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써내려갔다.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은 시인에게 적”이라는
신달자씨도 “단순한 생활, 시간을 짓무르게 하는
집중의 시간을 가져야 시인”이라고 말했다.
세속적 욕망이 시인의 발목을 잡는다.
김수영의 산문
.“나는 지금 매문(賣文)을 하고 있다.
매문은 속물이 하는 짓이다.
모든 매문가의 특색은 잡지나 신문에 이름이 나는 것을 좋아하고,
사진이 나는 것을 좋아하며,
라디오에 나가고, 텔레비전에 나가서
이름이 팔리고, 돈과 권위가 생기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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