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자정마다 경찰서 앞 몸싸움

기산(箕山) 2009. 7. 15. 02:49

자정마다 경찰서 앞 몸싸움

                                                                                         MBC | 입력 2009.07.14 22:48

[뉴스데스크]

◀ANC▶
매일 밤 자정에 서울의 한 경찰서 앞에서는 수십 명이 모여 몸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집회 신고를 먼저 하겠다는 다툼인데, 이용주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VCR▶
어젯밤 11시쯤 서울 중부경찰서 앞.
모두 잠자리에 들 한밤중에 장정들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한 대기업에 고용된 사람들인데 아예 이곳에 살다시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SYN▶
"(어디에서 나오셨어요?) CJ. (예?) CJ.
(언제부터 계셨었나요?) 저요? 24시간해요.
(회사에서 지시를 한 건가요? 여기 계속 지키라고요?) 그렇죠."

자정이 가까워지자, 건장한 체구의 남성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일부는 마냥 기다리는 일에 지쳤는지, 거친 말을 내뱉기도 합니다.

◀SYN▶
"여기 이판사판 한 번 하자. 인생 뭐 별거 있나."

이들이 기다리는 건 날이 바뀌는 시각, 즉 자정입니다.
가장 먼저 집회 신고를 내기위해 0시가 되자마자 접수를 하려는 겁니다.

이윽고 자정이 되자, 접수 경찰관이 밖으로 나오고 사람들은 심하게 뒤엉킵니다.
다른 사람들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한 채, 집회 신고 '일등'을 하는데 오늘도 성공했습니다.

이들이 집회장소로 신고한 곳은 회장 자택 앞.
때문에 같은 곳을 집회장소로 신고하려 한 노조는
장정들의 벽에 막혀 또다시 집회 불허 통보를 받게 됐습니다.

◀SYN▶ CJ헬로비젼 노동조합 조합원
"계단 끝에서 (접수) 받는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계단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 못 보셨어요?
회사 사람들이 여기 있으니까 여기서 신고 받습니까?"

사측이 신고한 집회는 기초질서 확립 홍보 캠페인으로,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회장 자택 앞에서 120명이 모여 열겠다고 돼있습니다.

실제로 열리는지 회장 자택 앞에 가봤지만 자택 앞은 물론, 일대에서 실제 집회는 없었습니다.

◀SYN▶ 동네 주민
"그 사람들(대기업 직원)이 왔다 갔다 하는 걸 집회라고 보긴 어려운 거죠.
이거 뭐 서울광장하고 똑같은 거지, 뭐...
신고한 사람들이 (집회를) 합니까?"

다른 집회를 열지 못하게 하려고 미리 신고만 해놓는 이른바 유령집회입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잘 안보였을 수는 있지만 캠페인을 실제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INT▶ 김우진 홍보팀장/CJ헬로비젼
"클린 청결 캠페인성의 집회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집회로 보기 힘들었을 겁니다.
저희가 그런 행사하는 건 사진이 다 있거든요."

이 같은 유령집회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11월까지 84만여 건으로,
하루 평균 2천여 건 이상씩 열리고 있습니다.

인력 낭비, 불필요한 충돌 등 문제점이 끊이지 않는데도
경찰의 집회 관리 방식이 이 같은 심야 경쟁과 유령집회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INT▶ 박주민 변호사
"경찰은 무조건 후행하는 집회를 금지함으로써
사람들이 집회를 방해할 목적의 선행 집회 신고를 오히려 조장하고 있습니다."

노조와의 소통은 꽉 막은 채 집회장소 선점에만 몰두하는 대기업,
신고 경쟁을 방치하다시피 하는 당국.
오늘밤도 자정이 되면 경찰서 앞에서 위태위태한 소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이용주입니다.

(이용주 기자 tallmoon@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