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박연차 게이트’ 재판도 삐걱

기산(箕山) 2009. 7. 13. 06:45

‘박연차 게이트’ 재판도 삐걱

 

기소 20명 중 17명 혐의 부인 · 진술 번복
‘용두사미 수사’ 비판 속 강압수사 논란도

 

                                                                                     경향신문 | 장은교기자 | 입력 2009.07.13 00:31

 

용두사미로 끝난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법정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검은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20명의 피고인 중

3명을 제외한 17명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데다 사건의 핵심인 박 전 회장 등

여러 증인들의 진술도 검찰 조사 때와 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재판 중에 수사과정의 부실이 드러나는가하면 '강압 수사' 논란도 일고 있다.

 

◇ 대부분이 혐의 부인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한 피고인은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장인태 옛 행정자치부 차관, 김태웅 전 김해시장 3명뿐이다.

 

다른 피고인들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혐의 자체를 전면 부인하거나

일부 인정하면서도 돈의 성격이 뇌물이나 불법정치자금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회장으로부터 미국·베트남·국내 등에서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공판 때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돈 수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박 전 회장도 법정에서 "이 의원에게 여러차례 돈을 건넸지만 거절당한 적이 있고

돈을 옷장에 넣고 나왔을 뿐 직접 가져가는 것은 본 적이 없다"는 식으로 증언하고 있어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검찰은 한나라당 박진·김정권, 민주당 서갑원 의원이 받은 후원금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불법정치자금이라고 기소했지만 의원들은 "공식계좌로

적법하게 들어온 돈이고 차명으로 돼있어 박 전 회장 돈인지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돈을 받은 것은 인정했지만 은퇴 후 받은 순수한 후원금이어서

불법정치자금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상철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범죄자(박 전 회장)의 말만 믿고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박 전 회장이 준 돈은 레슬링협회 부회장으로서

선수들을 위한 격려금이었다"며 세무조사 무마 청탁 대가라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 강압수사 논란

현직 검사 신분으로 기소된 부산고검 김종로 검사는 공판 과정에서

검찰의 강압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검사는 검찰조사때 작성된 진술서를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재판장은 강압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확인했고

김 검사 측은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박정규 전 민정수석의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박 전 수석의 부인도

수사 때와는 달리 "박 전 수석이 여러차례 상품권을 돌려주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진술을 바꾼 이유에 대해 박 전 수석의 부인은 "검사가 당시 내가 상품권을 쓴 것에 대해

무안을 주는 듯한 발언을 해 너무 창피해 어쩔 수 없이 증언했다"고 밝혔다.

이광재 의원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한병도 전 의원 역시

"검사가 심한 말을 해 조사를 빨리 끝내고 싶은 심정에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 못했다"며

검찰의 수사방식을 비판했다.

 

검찰은 "강압 수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재판에서 끝까지 유죄를 입증해내겠다"고 밝혔다.


< 장은교기자 indi@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