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관

[정보보호 종합대책] 악성비방 차단 고강도 처방… ‘여론규제’ 논란

기산(箕山) 2008. 7. 23. 01:36

[정보보호 종합대책] 악성비방 차단 고강도 처방… ‘여론규제’ 논란

 

                                                                                     국민일보 | 기사입력 2008.07.22 21:22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 대책은 해킹, 개인정보 유출,
인터넷을 이용한 유해정보 유포를 차단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역기능이 드러나면서 인터넷 기반 경제의 핵심인 신뢰가 뿌리째 흔들린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인터넷 실명제인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확대하는 등
정부가 인터넷 여론 표출을 억누르고 포털 등을 옭아맨다는 지적이 나와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본인확인제 전면 확대
 
본인을 확인받아야 게시글을 올릴 수 있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범위가 더욱 확대된다.
방통위는 접속 건수 10만건 이상 모든 사이트에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면 내년부터 시행이 가능하다"며
"웬만한 사이트는 적용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개인정보 유출 주범인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웹 사이트에 삭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해당 사이트에 악성코드 존재 여부를 통보하는데 그쳤다.

개인정보 침해가 발생하면 아예 해당 사이트 시스템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 접근 요청권도 신설할 방침이다.
 
기업을 대상으로는 일정 규모 이상이면 반드시 정보보호 최고책임자
(CSO·정보 보안 기술 대책과 법률적 대응까지 총괄하는 최고 임원)
를 지정토록 했다.
 
규모 기준은 내부 검토 중이다.
대상에는 대기업 대부분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밖에 자동응답전화(ARS)나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판매권유 행위가 금지되고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노출된 사이트에는 접속을 봉쇄하는 차단제가 도입된다.

◇인터넷 여론 재갈 물리는 조치 논란
 
방통위가 제시한 50개 과제로 이뤄진 종합 대책은 입법 과정에서
실효성, 강제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제한적 본인확인제 확대, 임시조치 불이행시 처벌 규정 도입은
인터넷에서 다양하게 표출되는 여론에 재갈을 물리는 규제란 지적이 거세다.
 
제한적 본인확인제 확대로 유해정보나 악성 비방은 사라지겠지만
그만큼 다양성이 사라질 수 있다.

명예훼손 피해자가 포털이나 P2P(정보 공유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했는데도
임시조치(30일간 접근차단 조치 등)를 취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제도 도입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소지가 다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고발, 노동자 불법 해고 비판글 등이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차별 삭제될 수도 있다.

개인정보 수집과 저장·유통을 최소화하겠다면서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하고, 포털 사이트가 이미 수집한 개인정보의 삭제 여부에 대해선
손대기 어렵다고 말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대책도 노출됐다.
 
진보네트워크센터 관계자는
"방통위 대책대로라면 포털의 자기검열과 게시글 삭제가 심해지는 등
인터넷의 장점인 다양성, 자율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