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관

강제성 없어…위반해도 계속 수출 가능

기산(箕山) 2008. 6. 22. 22:31

강제성 없어…위반해도 계속 수출 가능

 

                                                                                        한겨레 | 기사입력 2008.06.22 20:11

 

미 정부 `업체 자발적 이행' 간접인증할 뿐
QSA불참 업체가 `30개월 이상' 팔 수도

정부가 이번 한-미 쇠고기 통상장관 협상에서 합의한
'품질체계평가'(QSA)와 '수출증명 프로그램'(EV)의 가장 큰 차이는 정부의 인증 방식이다.
 
큐에스에이가 미국 정부의 간접 인증이라면, 이브이는 직접 인증이다.
따라서 큐에스에이는 강제성이나 법적 의무와는 전혀 무관한 반면,
이브이는 업체가 수출을 하려면 반드시 받아야 할 강제성이 동반된다.

 
큐에스에이란 본래 미국의 독특한 농산물 품질관리 시스템이다.
생산업자들이 자발적으로 필요한 조건과 기준을 정해 프로그램을 스스로 개발하거나
미 농무부에 프로그램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하면, 농무부 농업유통국(AMS)이 심사한 뒤
해당 프로그램 인증을 부여하고 등록·관리하는 방식이다.
 
국내로 치면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나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와 비슷하다.
업계 요청에 따른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처벌 등 법적 강제성이 없다.
즉 업체가 사후에 지키지 않을 경우 정부가 인증을 철회할 뿐 판매금지 등의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농무부도 수출을 금지할 수 없다.

반면에 이브이는 특정 국가에 농축산물을 수출하기 위해선 꼭 지켜야 한다.
미 농무부 농업유통국은 해당 국가에 수출하기 위한 조건을 업체가 지키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어기면 수출을 금지시킨다.
 
예를 들어 지난해 10월까지 미국 축산업자들은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
'30개월 미만, 뼈없는 살코기'라는 수입위생조건을 지켜야 했다.
 
한국 정부가 승인한 미국 내 쇠고기작업장에서는, 미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FSIS) 소속
검역관들이 수입위생조건 총족 여부를 확인한 쇠고기에 대해서만 수출위생증명서를 끊어줬다.

이번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타결 뒤, 미육류수출협회(USMEF) 등 미국 내 쇠고기
수출업계를 대표하는 3개 단체는 이른바 '한국큐에스에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들 3개 단체가 대부분 수출업체들을 포괄한다지만,
협회에 소속되지 않거나 큐에스에이에 참여하지 않는 업체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한국에 수출하겠다고 검역을 신청해도
식품안전검사국은 수출위생검역증을 내주지 않을 수 없다.

한국큐에스에이의 시행 기한은, 양국 통상장관 회담에선
"미국 쇠고기에 대한 한국 소비자 신뢰가 개선될 때까지"로 합의했다.
 
언제든 양쪽 정부가 신뢰가 개선됐다고 판단한다면 한국큐에스에이마저 거치지 않고
월령을 알 수 없는 쇠고기를 들여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