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 기사입력 2008.06.15 21:41
캘리포니아 포함 미 중부 잇는 축산업 중심
선거자금 집중 투자로 행정부·상원에 '입김'
고위직 포진 '검역 완화' 등 업계이익 대변
한-미 동맹 복원을 내건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수입 문제로 출범 100일 만에 휘청거리고 있는데도,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를 도우려는 흔쾌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미국 정가를 주무르는 축산·육류업계의 막강한 힘이 있다고 본다.
이른바 '비프 벨트'는 축산업이 주요 산업을 차지하는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몬태나-노스다코타-사우스다코타-네브래스카-아이오와-캔자스-미주리-오클라호마-
텍사스 등 중부지역을 세로로 잇는 주들과 캘리포니아를 포함하며, 카길·타이슨푸드 등
초국적 농축산기업들이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면적은 넓지만 인구는 적어, 상원에서 입김이 세다.
인구 비례로 의석수가 배정된 하원과 달리, 상원은 규모·인구를 불문하고
각 주당 2석씩이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 피비에스 > (PBS)는
'쇠고기의 정치학'이란 프로그램에서 "사방에 돈을 뿌리는 다른 이익단체와는 달리,
축산·육류업계는 영향력이 있는 소수의 핵심 의원과 관료에게만 접근한다"고 분석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2000년, 2004년 대선 때 이 지역에서 큰 지지를 얻었다.
부시는 두 차례 모두 축산업자들이 기부한 선거자금의 80% 가량을 휩쓸었다.
당시 미 축산협회(NCBA) 소식지는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 크리스마스 파티에
협회 회장을 초대해, "난 목장 주인들이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2004년 < 뉴욕 타임스 > 는
1990년 이래 축산업계가 지출한 정치자금이 2200만달러에 이른다며,
이 가운데 4분의 3을 공화당이 가져갔다고 보도했다.
척 램버트 미 농무부 차관보와 칼로스 구티에레즈 상무장관 등
축산업계 출신 인사가 관료를 맡는 일도 드물지 않다.
램버트는 축산협회, 구티에레즈는 켈로그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아버지 부시' 행정부 시절 농무부 차관보를 지낸 조앤 스미스는 축산협회 회장 출신이었다.
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기 조각과 연골 등의 유통을 허용한 장본인이다.
업계와 관료를 오가는 '회전문'식 인사로 정책의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15일 < 시엔엔 > (CNN)은 "미국의 검역 체계가 붕괴되고 있다"며, 미 축산협회 출신이
농무부 고위직에 대거 포진한 현실을 비판했다.
축산·육류업계와는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자동차업계의 동향도 관심거리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재고를 주장하며,
그 이유로 미국 자동차업계의 이해관계를 들었다.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농축산업계는 쇠고기와
쌀·오렌지·레몬 등 한국의 시장개방을 요구했지만, 자동차업계는 수출입 불균형을 지적하며
미국의 시장보호를 강조했다.
비프 벨트가 공화당 표밭이라면,
북부 5대호 연안 자동차 공업지대는 민주당 표밭이다.
그곳이 지역구인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 시장만 개방해주고, 자유무역협정은 거부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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