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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 관리 소 20%뿐 ‘못믿을 월령’

기산(箕山) 2008. 6. 9. 00:28

이력 관리 소 20%뿐 ‘못믿을 월령’

                                                                                            한겨레 | 기사입력 2008.06.08 22:01


이대통령·부시 합의 '30개월 이상 자율규제' 실효성은
허위기재 적발 방법없고 수입조건 위배 소송 가능성도

재협상 대신 민간 수출입업체들끼리 자율규제를 통해 '쇠고기 사태'를 봉합하기 위한
한-미 두 나라 정부의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한 전화통화에서 "30개월 이상된 쇠고기가
한국에 수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정부는 만약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가 들어올 경우,
수입 위생조건 내용과 상관없이 검역 과정에서 반송·폐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7일 이명박 대통령과 20여분간 전화통화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출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조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부시 대통령이 언급한 구체적 조처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쇠고기 수출업계를 설득해 한국행 쇠고기에 모두 30개월 이상 월령 구분 표시를 하도록 지도하고,
이 과정에서 미 업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육류수출협회(USMEF) 차원의 보증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민간업체 자율 결의의 실효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30개월 이상 쇠고기나
월령 구분 표시가 없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는 검역 과정에서 반송·폐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월령에 관계없이 전면 수입 허용을 합의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의
문구를 수정하지 않고, 이런 방안을 취한다면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선 수입 위생조건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입업자가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들여와 검역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설사 정부가 검역과정에서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 수입을 금지시킨다고 하더라도,
원천적으로 미국 수출업자들의 월령 표시의 정확성을 믿을 수도 없다.

미국에서는 도축하는 소의 나이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이력추적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농장에서 기르는 소들 가운데 일본처럼 태어날 때부터 코드를 붙여 나이와 병력 등을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는 것은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미국 도축업계가 월령 확인을 위해 치아감별법을 동원하는데
이는 미국 수의학 교과서에도 신뢰할 수 없는 방법이라고 나와 있다"며
"단순히 월령을 표시해 수출하겠다는 약속 정도로는 미국 수출업자들이 소의 월령을
허위로 기재하더라도 적발할 방법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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