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관

베트남, 인플레 대처 늦장부리다 위기

기산(箕山) 2008. 6. 1. 12:43

베트남, 인플레 대처 늦장부리다 위기-WSJ

                                                                                      이데일리 | 기사입력 2008.05.30 09:58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 인플레 억제보다 경제 성장 우선시
- 주가 떨어지고 인플레 치솟아
- 프론티어 마켓 인기 떨어뜨릴 수도 

 "베트남 위기는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데 있어 오랫동안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베트남이 최근 맞고 있는 인플레이션 위기를 분석하면서,

만약 베트남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한 조치를 내리지 않는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베트남 건설 붐을 불러 왔고, 달러대비 약세를 보였던

동화 덕분에 수출 역시 크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최근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주식 시장은 올들어 55% 급락했고, 물가는 치솟아 이달 들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식료품 가격 폭등에 따라 25.2% 상승, 1995년 이후 13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 베트남 동(Dong)화

모간스탠리는 28일자 보고서에서 대출 감소가 은행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면서 동(dong)화는

수년내 달러 대비 급격하게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튿날 피치 레이팅즈는 베트남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로 하향 조정했다.

인플레에 대처하는 정책이 너무 늦고 부실하다는 것이 이유.

WSJ은 대개의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수년간 최우선되는 정책 목표로 `인플레 억제`를

삼아 왔지만 일부 국가들은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이를 도외시해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는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한 결정을 내리기 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탄 비에트 증권의 이사회 멤버이자 스트래티지스트인 스펜서 화이트는

"베트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10, 20년 전 아시아에서 봤던 것들"이라며

"이는 프론티어 마켓(frontier market)에 대한 전반적인 인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해 전 만 해도 베트남은 외국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상이었다.

HSBC 같은 투자은행들이 베트남 은행을 사들였고, 한국과 대만 건설사들도

대규모 개발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 대형 국영 기업들은 베트남에 상륙하고 있는 외국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몸집을 불렸고, 이를 위해 국영 은행들이 저리에 돈을 빌려주고 있는 것이

문제란 지적도 터져 나왔다.

전임 보 반 키엣 총리는 누엔 탄 둥 총리에게 지난해 서한을 보내 "이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등이

아시아 외환 위기때 범했던 실수와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베트남 중앙은행(SBV)

WSJ은 지난 해 물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중앙은행(SBV)은 뒷짐만 지고 있었으며,

이는 (경기 부양을 위해)저리 대출 흐름을 막고자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올들어 물가 급등으로 폭동과 시위가 발생하고서야 누엔 총리가 중앙은행 총재에게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더 공격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이를 위해 취한 조치는 동화 거래 범위를 넓히는 것. 그러나 이는 오히려

비실제적인 동화 대신 달러를 사용해 왔던 많은 사람들을 패닉으로 몰고 가고 있다.

일부 베트남 은행들은 달러 환전을 해 주지 않고 있으며, 주식 매입을 위한 주식 대출이 끊기면서

주식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뒤늦게나마 인플레 억제에 나서려던 참에 전세계적인 유가, 식료품 가격 상승은 베트남의

뒷통수를 치고 있다.

SBV는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7.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5%보다 늘어나는 것이다.

WSJ은 베트남 국민들은 은행 계좌에서 줄줄이 돈을 빼내고 대신 금을 사고 있다면서

일부는 인플레 헤지를 위해 달러화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