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비부대’가 시청광장 횡단보도 앞에 선 까닭은…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06.02 20:34 | 최종수정 2008.06.02 23:50
서울시청 앞 광장에 때아닌 '우비부대'가 등장했다.
빨간색, 흰색, 보라색 색색깔의 우비를 입고 덕수궁 앞 횡단보도에 줄지어 서있다가
파란색 불이 켜지면 건너갔다가 되돌아온다.
2일 저녁 촛불문화제가 예정된 오후 7시가 가까워질수록 우비부대의 수도 점차 많아졌다.
그들의 손엔 '협상 무효''고시 철폐' 등의 팻말이 들려있다.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해 몇날 며칠을 거리에서 지새운 시민들이다.
25차례에 걸쳐 시청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25차례에 걸쳐 시청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물대포를 맞고 강제연행을 당하면서도 외쳤지만 상황은 한달 전보다 심각하다.
이들은 새로운 집회 장소로 횡단보도를 선택한 것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밤 경찰의 진압으로 인도로 밀려난 시위대가 할 수 있는 일은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며 구호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팻말을 들었다.
촛불집회와 같은 또 다른 방식의 평화시위인 셈이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구호를 외쳤는데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이들은 서로 이름도, 성도 모른다.
이들은 서로 이름도, 성도 모른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지만, 딱 보기에 윗사람 같으면 형님이고 아랫사람 같으면 동생이다.
그게 전부다. 이들은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막는다'며 우스개소리를 했다.
대신 검역주권을 내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국민의 의견에 귀기울이지 않는 이명박 정부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날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기상청 예보에 따라 이들은 우비를 입었다.
이날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기상청 예보에 따라 이들은 우비를 입었다.
한 시민이 근처 편의점에서 한꺼번에 구입해 나눠줬다.
그러다보니 하나같이 빨간색 우비를 입게 됐다.
시청광장을 지나며 김밥과 떡, 음료수 등을 건네는 시민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도로를 지나가다 창문을 내리고 경적을 울리고 박수를 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우리가 말하고 싶은 건 하나예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지, 주식회사가 아니라는 거예요."
'우비부대' 중에는 일주일째 거리에서 생활하는 시민도 있었다.
"우리가 말하고 싶은 건 하나예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지, 주식회사가 아니라는 거예요."
'우비부대' 중에는 일주일째 거리에서 생활하는 시민도 있었다.
지난 28일 경찰에 강제연행되고도 다시 시청광장을 찾았다.
어제 오후4시 시위대에 합류했다는 오창택씨(36)는 24시간째 시위 중이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협상 무효''고시 철폐'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지만
촛불집회를 멈출 수 없다.
"쇠고기 문제는 우리의 생명,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문제예요.
"쇠고기 문제는 우리의 생명,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문제예요.
그런데 이젠 단순히 쇠고기 문제에서 끝날 게 아니에요.
생각보다 쉽게 끝날 수 있는 문제를 어렵게, 복잡하게 만든 것은 정부잖아요.
이젠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거죠."
촛불집회에 계속 참가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올까.
촛불집회에 계속 참가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올까.
이들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라고 말한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항쟁과 1987년 6.10항쟁을 만든 건 시민들이었다"며
그 내공이라는 것이다.
오후 7시 촛불집회를 앞두고 시민들이 하나 둘 모이자 이들은 "반갑습니다"고
오후 7시 촛불집회를 앞두고 시민들이 하나 둘 모이자 이들은 "반갑습니다"고
인사를 하며 음료수를 건넸다.
지금 이들의 바람은 한가지.
"조금 더 많은 국민들이 모였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들의 바람은 한가지.
"조금 더 많은 국민들이 모였으면 좋겠어요.
국민의 힘이 얼마나 무섭고 위대한 건지 보여주고 싶어요. 비가 와도 끄덕없어요.
될 때까지 모일 겁니다."
< 이성희기자 mong2@khan.co.kr >
< 이성희기자 mong2@kha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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