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관

위험한 비밀...

기산(箕山) 2007. 1. 20. 01:26
병원의 위험한 비밀

■ <치과의 위험한 비밀>, 그 후

PD수첩 방송 이후 발칵 뒤집힌 것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만은 아니었다.

치과협회는 즉각 성명서를 발표했고, 보건복지부 구강보건팀은 서둘러 ‘치과 진료기재 소독

준수’ 사항 만들기에 돌입했다.

그리고 방송 2개월 후, 제작진은 여러 곳의 치과를 다시 돌아보았다.


다시 찾은 치과에서 제작진은 아쉽게도 변화를 실감하지 못했다.

무작위로 돌아 본 치과들은 물론이고, 지난 방송에 나왔던 병원마저도 그대로 인 곳이 많았다.

 

치아 교정 시 사용하는 보철을 다른 사람에게 재사용하기도 한다는 치위생사의 증언도 들을

있었다.

한 병원에서는 제대로 소독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자 식당 주방에서 먹던 숟가락 젓가락과

다를 바가 무엇이냐고 황당한 대답을 하기도 했다.,


제작팀은 방송 후 서울시 치과의사회에서 회원들에게 팩스로 보냈던 공문을 한 장을 어렵게

구할 수 있었다.

개선을 위한 노력에 대한 내용이기 보다는 방송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과연 치과는 변할 수 있을까?


■ 천차만별의 내시경 소독법

1995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총 5단계(세척▷소독▷헹굼▷건조▷보관)로 이루어진 내시경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는 치명적인 감염의 우려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 모지역에서 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는 병원 중 무작위로 찾은 10곳 중 내시경학회

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있는 곳은 불과 1~2곳이었다.

나머지 병원들의 소독법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그 중 대표적인 몇 가지 방법을 꼽아보자면,

* A내과       : 내시경 검사 후 내시경을 휴지로 두 번 닦고 바로 다음 환자에게 사용


* B내과       : 조직 검사 후 생검겸자와 스코프를 한 장의 알콜솜으로만 문질러 닦음
                    (* 생검겸자 : 내시경을 이용한 정밀검사 시 조직을 채취할 때 사용)


* C내과       : 내시경 검사 후 내시경을 주방용 중성세제를 이용한 물 세척만 함


* D종합병원 : 하나의 내시경을 물세척만 하면서 3명의 환자를 진료 한 후에야
                    전용 세척기 사용

등이 있었다.

 

D병원 같은 경우에는 꽤 유명한 종합병원이었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대한소화기내시경 학회에서 2002년과 2004년에 실시한 소독에 관련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종합병원은 44%, 개인병원은 68%정도가 스스로 시행하는 소독법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학생 때 배운 적이 없어서 소독액 조차도 써본 적도 없다는 이도 있었다.


실제로 이런 허술한 소독법을 잘 알고 있는 업자들은 아예 자신이 파는 내시경을 들고 가서

검사를 받는가 하면, 한 병원의 직원들이나 그 가족들은 아침 일찍 1번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게

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 소독하지 않은 내시경, 보이지 않는 위험

지난 9일 부산에서 열린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세미나에서 만난 소독위원회 관계자는 치유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까지 염두 해 두고 진료할 수는 없는 것이고,

내시경 자체는 손 세척만으로 충분한 소독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제작진이 찾아갔던 병원들 역시 모두 제각각 다른 답변을 했다.

제작진에게 다른 병원은 소독액을 쓰는지 되물어보는 곳이 있는가하면, 건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젖은 내시경을 두고 오히려 진료 시 윤활제 역할을 한다는 어이없는 답변도 있었다.


제작진은 위의 A.B.C.D 방법들이 얼마나 소독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같은 방법

으로 실험을 해보았다.

 

가이드라인을 지킨 내시경에서는 균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나머지 A.B.C.D 방법으로 소독했던

내시경에서는 다량의 균이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


미국의 David Lewis 박사는 소독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내시경으로 진료를 받았을 경우에 자칫

잘못하면 에이즈와 같은 치명적인 질병에 감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1991년 미국 휴스턴의 Alice Prat은 내시경 검사를 받은 후 사망했다. 그 원인은 제대로

소독하지 않은 내시경 생검겸자로 인해 다른 에이즈 환자의 질병이 감염되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소독하지 않은 내시경으로 인한 감염 피해 사례는 많다.

하지만 질병 관리본부는 국내에서 신고 된 감염 사례는 전무하다고 한다.

 

모든 병원이 사용하는 소독법은 중구난방인데, 이제까지 감염 사례는 한명도 없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일까?


■ 멋대로, 마음대로. 사각지대의 중소 병의원

내시경실 뿐만 아니라 성형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등에서도 소독법은 제각각이었다.

각 병원들의 소독 및 관리 방법을 알아보는 도중 제작진은 감염관리실의 설치가 의무적인

3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에 비해 중소 병의원은 전혀 관리나 감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보건복지부를 찾았지만 감독권한이 각 시군구청으로

위임되었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담당 기관인 관할 보건소에서도 자율 점검표를 작성하여 배포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얼마 전 자율 검사 기간이 끝났다는 서울의 B구 같은 경우 점검 결과가 100%로 잘하고 있음

으로 나왔다고 한다.
모든 권한이 있다는 보건소라지만 평소에 불시 점검을 할 수 있는 권한조차 없다고 한다.

 

담당자는 그저 법적으로 내려온 자율 점검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 했다.


결국 보건복지부나 관할 구청, 그리고 관할 보건소에서 돌아온 대답은 그저 ‘의사들의 양심’을

믿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 소아병원 감염주의보, 우리아이가 위험하다!

지난주 <병원의 위험한 비밀 1부>가 나간 뒤 시청자 게시판에는 다른 병원의 위생을 취재해

달라는 의견이 쇄도했다.

대표적인 곳이 소아과와 이비인후과였다. 코와 입안은 인체에서 대표적으로 세균이 많이

사는곳이기 때문에 각별히 감염방지 노력이 필요한 분야인 것이다.

 

취재 결과, 소아과에서 아이들을 진찰할 때 쓰는 검이경과 이비인후과에서 콧물을 빨아들이는

코석션은 거의 매 환자에게 쓰였지만 소독되지 않았다.

 

검이경은 아이들 귀, 코 그리고 입에 한 번에 쓰이고 다음 아기에게 그대로 쓰이기도 했다.

코 석션도 예외는 아니었다.

휴지나 알콜솜에 한 번 닦는 것은 그나마 예의를 갖춘 곳이고, 한 환자의 코에 들어간 석션을

다음 환자에게 그대로 쓰는 병원이 적지 않았다.

■ 세균 감염 적색 경보, 충격적인 위생 실태 보고!

제작진은 먼저 응급환자가 병원에 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균에 노출될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환자가 이송되는 구급차 내부의 기구들을 세균 검사한 결과, 마스크에서는 병원성 포도상구균

종이 다량 검출되었다.

 

이미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감염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병원에 입원해서도 마찬가지다.

환자와 의료진의 손이 닿는 엘리베이터와 병실 침대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한 환자가 퇴원할 때까지 쓴다는 산소마스크에서는 다량의 식중독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일부 종합병원의 중환자실에서는 세균의 수가 TNTC(너무 많아 셀 수 없음)라는 결과가 나와

감염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감염 방지를 위해 반드시 일회용을 사용해야 하는 기구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수칙들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중심정맥 카테터의 재사용이다.

중심정캑 카테터는 바로 혈관에 삽입하기 때문에 세균이 혈관을 타고 바로 감염될 우려가 높아

반드시 일회용을 사용해야 하지만, 사용된 카테터들이 병원 중앙 공급실에서 재포장되어 환자

들에게 무작위로 재사용되고 있었다.

■ “우리에게 주사는 공포다” : 심각한 주사 감염의 악몽

위생에 대한 인식 부재는 끔찍한 감염과 연관된다.

 

최 모씨는 현재까지도 다리 한쪽이 흉터로 뒤덮여 있다. 팔이 가려워 피부과에서 주사를 맞은 뒤,

살모넬라균에 감염돼 병원에서 3개월간 혼수상태에 빠졌다.

 

당시 피부과에 일하던 간호 조무사가 비용을 아끼기 위해 병원의 지시로 일회용 주사의 바늘만

교체한 채, 주사기를 재사용했던 것.


사실 주사로 인한 감염 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5년, 이천의 한 의원에서  무려 77명의 주민이 엉덩이에 주사를 맞은 뒤 이른바 ‘거북

결핵균’ 이라는 세균에 집단 감염됐다.

 

주민들은 엉덩이에 고름이 생겨, 몇 차례나 엉덩이의 상당 부분을 파내야 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주부 이씨(46세)의 경우도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찾아갔다가 아들(당시 8세)과 함께 봉변을

당했다.

주먹만큼 들어간 상처에 피부 이식술을 했지만,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등 정신적인 후유증은

여전히 지속되는 상태.

 

심한 경우에는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려 한 경우도 있었고, 2차 감염의 우려 때문에 아기를

낳지않고 있는 신혼 부부도 있었다.


이러한 주사 감염 사고는 경기도 이천 이외에도 2005년 여의도, 거여동에서도 집단으로 발생하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 한의원도 감염의 사각지대, 침과 부항을 통한 감염

74살의 임모 할머니는 4년전 한의원에서 침과 부항 치료를 받은 후 다리 한쪽이 까맣게 변하고

고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급기야 대형 병원에서 몇 개월간 염증을 제거하는 수술까지 받게 된 임 모 할머니의 병명은

봉와직염 감염.


제작진은 전국의 한의원을 순회하며 위생 실태를 점검한 결과, 가운을 입지 않거나 손을 씻지

않는 것은 기본, 한 한의원에서는 침을 침대 위에 꽂아놓거나 심지어는 환자의 옷 위에 그대로

침을 놓는 위험천만한 진료행위를 목격할 수 있었다.


감염의 우려가 가장 큰 것은 이른바 ‘사혈요법’. 사혈요법은 사혈 침과 부항을 이용해 몸에 있는

죽은피를 빼내기 때문에 침관과 부항에는 항상 피가 묻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침관과 부항등의 기구는 철저하게 소독해야 하지만 기구를 소독하는 한의원은 거의

수 없었다.

 

진료 후 피묻은 부항컵을 물에 씻거나 알콜솜으로 몇 번 닦고 마는 한의원이 적지 않았다.

 

B형, C형 간염과 같은 혈인성 질환의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작진은 과연 한의원에서 하는 소독방식이 어느 정도의 감염 위험성을 가지는지 실험을 통해

위험성을 증명해보았다.

■ 쉬쉬하며 감추기에 급급한 병원들

“감염성 있는 병을 가진 아기도 신생아실에 입원시켜요. 남들 알게 뭐에요. 빨리 퇴원시키고

진료기록 몇 줄 바꾸면 되는걸.”


한 산부인과 근무자는 지금까지 부지기수로 일어났던, 그러나 은폐되고 있던 신생아 감염

사고에 대해 털어놓았다.

 

손을 씻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끓인 물을 넣어야 할 젖병에 정수기 물을 채운다는 것.

여러 가지 감염요인을 안고 있지만 신생아실의 커튼이 열리지 않는한, 위생에 대한 몰지각한

개념과 감염 사고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올해 3살이 된 영태(가명)를 보면 가끔 할머니는 눈물부터 난다.

출생 직후 고열과 다리 부종, 심한 설사의 증상이 나타났지만 아무 일 아니라고 은폐한 병원.

 

결국 병원앞에서 1인시위까지 한 끝에 가족들은 영태가 로타바이러스(장염)에 감염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현재 병원에 입원해있는 이씨의 어머니도 상황은 마찬가지. 갑작스런 실신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 이씨의 어머니는 병원성 세균인 MRSA, 칸디다균에 차례로 감염되었지만,

감염 사실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지나서였다.

 

오히려 지금은 “다른 환자의 치료를 위해 나가달라”는 병원의 퇴원 종용에 곤혹을 겪고 있을 뿐,

사실에 대한 은폐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또다른 환자 역시 수술한지 100일이 지나도록 감염여부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들을 수가 없었다.

 

어렵사리 환자가 질문하면 의료진들은 “영어라서 설명해도 모른다”
“알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병명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이러한 은폐 시도는 진료기록부의 발급에도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진료기록부 사본 발급지침을 악용해서 환자나 보호자들이 가능한 진료기록부를

떼지 못하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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