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25일 (토) 03:07 조선일보
물에 뜨는… 휘는… 투명한… ‘콘크리트의 반란’
햇빛이 은은히 비치는 반(半)투명 콘크리트, 나무와 풀을 키우고, 대기오염 물질을 잡아먹는 첨단 콘크리트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칙칙한 잿빛도 벗어 던졌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색깔도 낼 수 있다.
어디 이뿐인가. 건물·교량이 200년 이상 갈 수 있도록 초강도에서 물에 뜨는 초경량 콘크리트까지 개발됐다.
건설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자원낭비를 줄이는 일석 이조의 효과다. 진한 초록색이 살아 있는 콘크리트 도시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도시가 화려하게 바뀐다.
미국 워싱턴 국립건축박물관에 가면 ‘액체 돌’이라는 작품을 볼 수 있다. 콘크리트 벽 뒤에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가 비치는 이 작품의 재료는 반(半)투명 콘크리트인 ‘리트라콘(Litracon)’이다.
헝가리 건축가 아론 로손치(Aron L osonczi)가 개발한 이 콘크리트는 타임(Time)의 ‘2004년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됐다. 물·시멘트·돌가루와 함께, 광섬유가 수백만 개의 작은 유리창처럼 평행으로 정렬돼 있어 한 쪽에서 빛을 비추면 광섬유를 통해 반대편에 빛이 나타난다. 로손치는 아예 회사를 차려 반투명 콘크리트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했다.
스웨덴의 교회를 비롯한 여러 건물 벽에 채용돼 햇빛이나 조명이 은은히 비치는 효과를 낸다.
지하철역이나 지하업소의 비상통로 지붕재에 쓰면 정전이 돼도 햇빛이 통과하기 때문에 비상 탈출을 도울 수 있다.
반투명 콘크리트는 광섬유를 정확하게 정렬하는 정도에 따라 빛의 투과도가 달라진다.
국내에서는 광섬유를 배열하고 시멘트와 광섬유 사이를 촘촘히 채우는 기술이 부족해 아직 실용화되지 않았다.
반투명 콘크리트가 빛을 살려냈다면 컬러 콘크리트는 색깔 혁명을 이뤘다.
■공해 잡고 환경도 살린다.
빛과 색이 살아난 콘크리트가 자연과 환경을 살리는 역할까지 떠맡고 있다. 물이 통해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투수(透水) 콘크리트가 대표적이다.
질소산화물 흡수 콘크리트는 공해물질을 잡아 먹는 콘크리트다.
에코시멘트로 만든 콘크리트는 원료가 쓰레기다. 도시 쓰레기를 태운 뒤 남는 재나 하천·하수에 포함된 각종 오니(汚泥)에 시멘트 원료 성분이 포함된 것에 착안해 만든 자원순환형 콘크리트다.
■초경량 콘크리트, 다리 수명 200년으로.
소나무는 강한 바람에 부러지지만 잘 휘는 대나무는 끄떡 없다. 같은 원리로 10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의 기본 재료로는 물에 뜰정도로 가벼운 초경량 콘크리트가 각광받고 있다.
통상 일반 아파트에 사용되는 콘크리트의 강도는 20~40메가파스칼(MPa)이다. 교량에는 60~70MPa급 콘크리트가 쓰인다. 반면 초고성능 콘크리트는 100MPa 이상의 누르는 힘을 견딜 수 있다. 삼성물산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짓고 있는 버즈 두바이 빌딩에는 120MPa의 초고성능 콘크리트가 사용된다.
선유도 보도육교의 무지개다리는 2002년 프랑스에서 재료와 기술을 들여와 만든 초고성능 콘크리트가 사용됐다. 국내 자체 연구도 한창이다.
초고성능 콘크리트는 일반 콘크리트에 비해 제조비가 3~4배 가량 높다. 하지만 강도가 높아 건물이나 교량의 단면적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철근도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덕분에 재료 단가는 높지만, 제작비는 10%, 가설비는 30% 줄일 수 있다.
최근엔 손상되면 스스로 치유하는 인텔리전트 콘크리트도 각광받고 있다. 콘크리트를 만들 때 플라스틱 재료를 담은 캡슐을 넣고 열을 가하면 캡슐이 터지고, 그 안에 있는 플라스틱 재료가 콘크리트의 빈 공간을 메워 강도를 높인다.
(김성욱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swkim@kict.re.kr )
(이영완 산업부 기자·과학팀장 [블로그 바로가기 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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