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원(洗美苑)이라는 이름은 觀水洗心 觀花美心(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이라는 옛 말씀에 그 근원을 두고 지어졌다.
세미원에 들어서면 세미원이라 씌여진 동그라미 모양의 돌을 볼 수 있는데, 앞쪽에는 세미원, 뒤쪽에는 자성문(自省門)이라는 글자가 새겨져있다. 안쪽 원의 크기가 1.6m의 낮은 크기로 되어 있어 허리를 굽혀야 출입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허리를 굽히고 문을 통과하다보니 ‘우리가 자연에 겸손하면 자연도 우리에게 겸손합니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성문을 통과하면 한강청정기원제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수많은 항아리에서 하늘로 물이 솟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한강이 맑고 깨끗하게 보존되기를 기원하며 조성하였다 한다.
그 옆으로 가니, 유상곡수(流觴曲水)가 보인다. 유상곡수란 물이 굽이굽이 흐르도록 도랑을 만들어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워놓고 시를 읊고 노래 부르며 풍류를 즐기던 전통 정원시설이다.
유상곡수에서 잠시 멈춰서서 세미원 전체를 둘러보니 과연 이 곳이 꽃과 물의 나라임을 느낄 수 있었다. 보이는 것이 온통 물이고,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꽃이 보인다.
빨간색과 파란색 두 개의 용두당간분수가 높이 서서 쉬지 않고 물을 뿜고 있고, 여러 가지 모양의 분수들이 여기저기에서 용두당간분수에 질세라 시원스레 물을 내뿜는다.
분수들 사이로 커다란 백자가 눈에 띄는데, 가서 보니 안내문에 청화백자운용문항아리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호암미술관에 소장된 보물 786호 청화백자운용문병을 모형으로 만든 것이다.
유상곡수 옆으로 돌로 만든 문이 보이는데, 이름이 애연문(愛蓮門)이다. 이 곳 세미원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꽃은 연꽃이다. 그래서 이름이 애연문인가 보다.
신양수대교 밑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자갈로 된 넓은 공터가 있다. 이 곳에서 몇몇 어린이들이 미술활동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캔버스 위에 세미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고 있었다. 자연사랑도서관이라는 곳도 있었는데, 이 곳에서 책을 빌려 도서관 옆 벤치에 앉아 책을 읽을 수도 있었다. 다시 한번 세미원을 자세히 둘러보니 세미원 곳곳에 시등(詩燈)이 설치되어 있고, 시등의 네 면마다 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가히 자연과 문학과 미술이 하나가 되었다고 할 만하다.
세미원은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조용했으며, 잘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큰 강이나 호수에 갈 때마다 알 수 없는 신비로움을 느끼곤 하는데, 이 곳 세미원에서도 그런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물안개가 필 때에는 그 신비로움이 더욱 더 할 것이란 상상도 해 보았다.
세미원 앞에는 양서문화체육공원이 있는데, 축구장과 농구장 등 체육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체육활동을 하기에도 좋다. 세미원을 방문하고자 할 때에는 필히 예약을 하여야 하는데, 전화예약은 받지 않고, 인터넷예약만 받는다. 애완동물은 입장이 불가능하고, 세미원 전체가 금연구역이므로 세미원 내에서는 담배를 필 수 없다. 음식물 취식이 불가능하고, 쓰레기통이 없으므로 비닐봉지를 하나 정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구두나 굽 높은 숙녀화를 신고 입장이 불가능하므로, 세미원에 준비되어 있는 고무신으로 바꾸어 신어야 한다. 세미원은 자연의 물과 꽃, 그리고 인공적인 조형물이 불협화음을 내지 않고 조화롭게 잘 어울려 있는 곳이었다. 조용히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 때, 한 번 찾아가면 좋을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