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관

국회가 한미 FTA 밤낮없이...

기산(箕山) 2006. 9. 30. 02:17

                                                                                  2006년 9월 28일 (목) 20:04   연합뉴스

<노대통령, 정책현안 '선명' 민생경제난 '사과'>-1.2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8일 밤 방영된 MBC 시사프로그램 '100분 토론'에 출연, 정책현안에 대해서는 에두르지 않고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어려운 민생경제, 양극화에 대한 질문에서는 수 차례 "책임감을 느낀다"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회자와의 1대1 대담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노 대통령은 방송인 손석희씨의 공격적이고 논쟁적인 질문에 조목조목 답변을 했는데, 따지고 드는 질문이 계속되자 "대담형식으로 진행한다고 소개해놓고 꼬치꼬치 따지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농담으로 응수하기도 했다.

= "개근상 받으려 했는데" =

0...노 대통령은 최근 장기간 해외순방에 따른 몸살 때문에 취임 후 처음으로 공식 일정을 취소한 데 대한 '아쉬움'으로 토론을 풀어나갔다.

노 대통령은 먼저 건강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괜찮다"고 답한 뒤 "내가 학교 다닐 때 개근상을 한 번도 못 받아서 대통령 하는 동안에는 개근상을 한번 받으려고 했는데 그만 하루 빠졌다"고 말했다.

육체적 피로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겹친 게 결근의 원인 아니냐고 하자 "마음 상해서 몸살 날려면은 1년차쯤 해서 나는 게 맞겠죠"라고 반문했다.

= 민생문제 "미안하기 짝이 없다" 사과 =

0...노 대통령은 작통권 문제 등 보혁갈등을 빚고 있는 논란이 되고 있는 핵심 이슈에 대해서는 진정성을 설파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양극화 등 민생문제에 대해선 "미안하기 짝이 없다"고 깨끗이 사과하는 자세를 견지했다.

노 대통령은 "서민들이 한결같이 죽겠다고 한다"는 일선 경찰관의 말에 "제일 아픈 부분을 질문했다"고 무겁게 운을 뗀 뒤 "사실 대통령이 되고 난 뒤에 양극화 부분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약간 벌어졌고, 너무 책임감을 느낀다"며 "비정규직 숫자도 제가 한 명도 줄이질 못했고 오히려 늘었다. 영세 자영업자 숫자도 더 늘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서 우선 경찰관이 가장 일선에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그런 질문을 한 것이 참 고맙게 느껴지고,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금까지 제대로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시청자한테 한번 더 다짐해야" =

0...토론에서 노 대통령은 전시 작통권 문제 등 일부 민감한 이슈에 관해 일부의 오해를 의식한 듯 뒷얘기까지 공개하는 등 시종 거침없고 솔직한 태도로 이해와 설득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인계철선'으로 불리는 경기북부 주둔 미 2사단의 후방 재배치 문제에 대해 "2사단을 거기에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하는가 하면, 작통권 환수에 따른 국방비 폭증 주장을 반박하던 도중 사회자가 "국정브리핑을 통해 다 해명이 된 것"이라며 넘어가려고 하자 "국정브리핑 독자가 다 안 보기 때문에 시청자한테 이 얘기를 한 번 더 다짐하려는 것"이라며 적극적인 태도도 보였다.

특히 분양원가 공개 문제에 대해서는 여느 부동산 전문가 못지않은 해박한 지식을 보였다.

= "국회가 한미 FTA 밤낮없이 논의하느냐" =

0...노 대통령은 일부 국회위원들이 한미 FTA의 졸속 추진을 주장하는 데 대해 "2003년부터 준비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하면서 이들 의원의 '성실성'을 문제삼았다.

노 대통령은 "만일에 졸속이었다면 정부가 1, 2월에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국회에서도 아마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으면 진작 특위를 만들었지 않았겠느냐"며 "7월 하순 특위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면 한 6개월 동안 바쁘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이 시간에도 국회가 밤낮없이 논의를 하고 있느냐, 매주 논의를 하고 있느냐. 아니거든요"라고 자문자답한 뒤 "이따금씩 한 번씩 (회의) 열어 가지고 (정부에) 서류 보자고 하고 안 보여준다고만 논쟁할 뿐이지, 실제로 지금 회의를 일주일마다 여는 것도 아니고, 느긋하게 하고 있더라. 어디서도 다 느긋하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일 바쁜 데는 정부 협상팀"이라며 "그야말로 밤잠 안 자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정부가 협상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실제로 국회 어떤 의원님도 원본 보고는 아무런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 부속 문서까지 다 하면 우리 키만큼 높다고 하는데, 그걸 의원님들이 어떻게 다 보겠는가"라고 되받았다.

= "검찰, 변협에 악감이 있겠느냐" =

0...노 대통령은 "수사기록을 던져버려라"는 이용훈(李容勳) 대법원장의 '법조 3륜' 부인 발언과 관련, "그 말만 떼서 객관적으로 딱 글로 적어 놓으면 이상한데, 그 분이 검찰에 대한 악감이나 변협에 대한 악감이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노 대통령은 "어떻든 공판에서는 공판정에 나타난 증거가 왕이고, 그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가치를 두지 말라는 것으로, 대비를 할 때는 좀 극단적으로 하는 거 아니겠는가"라며 "던져버려라는 좀 과장된 표현을 쓴 것이지, 수사 기록이 왜 소용이 없겠는가"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공판정에 나타난 증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얘기한 것이지 검찰을 모욕주고자 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수사 기록도 공판 중심주의의 예외적 조치로서 상당히 많은 부분이 사법개혁안에 증거로 사용될 수 있게 돼 있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그런 제도하에서 어떻든 판사가 (검찰) 서류에 의지해 적당하게 판결하지 말고 판결 좀 똑똑히 하라는 말씀하신 것인데 다른 조직이 불쾌하게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 "아 세상이 바뀌었지" =

0...노 대통령은 여당 내부에서 툭하면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 반기를 드는 데 대해 "정치의 진일보로 받아들인다"면서도 '문화 지체'에서 비롯되는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3김시대라는 권위주의 시대의 사고방식이 많아 남아 있어 1초 안에는 '당을 일사불란해야 한다'는 생각을 때때로 하지만 2초, 3초 생각하면 '아 아니지, 세상이 바뀌었지' 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처음 딱 부닥치면 당황스럽지만 조금 지나면 우리가 이 과정을 다 지나가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같은 당이라고 생각이 다 같을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은 내가 보니까 일사불란은 잘 없는 것 같다"며 "각기 소신껏 얘기하고 또 토론도 하고, 싸움도 하고, 타협하며, 좀 거칠어 보이지만 민주주의 절차 과정을 밟아나가는 모습을 본다"고 말했다.

= 여성 대통령 견해 묻자 "나는 중립" =

0...노 대통령은 여성이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대통령 자리까지 여성에게 우선권을 준다고 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며 "어떻든 대통령은 좋은 대통령이면 좋겠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중립"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여성의 정치참여와 사회활동을 바라보는 시각을 묻는 질문에는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에는 상당히 진보적이었는데, 대통령 후보 때쯤 보니까 저의 정책이 남들보다 유달리 진보적인 수준이 안 되더라"며 "되도록이면 여성에게 한번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제는 나를 특별히 여성주의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특별하게 공치사할 만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 "지지율 낮은 것 내 탓" =

0...노 대통령은 토론의 마지막 질문자로 나선 한 시민패널이 "지지율 하락에 의해 추진하지 못했던 정책이나 공약이 있다면 꼽아달라"는 난처한 질문을 던지자 작통권 환수와 로스쿨 등 국방.사법개혁안이 야당의 반대와 지지율 저조로 인해 국회에 묶여있는 상황을 한탄하며 '내 탓이오'를 연발했다.

노 대통령은 이들 개혁안이 노태우(盧泰愚)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때부터 추진돼온 사안임을 소개한 뒤 "이런 것은 지지가 낮은 대통령의 불행인데, 대통령의 불행 정도로 끝났으면 좋겠다"며 "지지가 낮은 건 제 책임이니까 누구한테 원망할 수도 없고, 제 탓이다. 제 탓"이라고 거듭 자책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행정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같은 장기프로젝트와 정부의 디지털 업무관리 시스템이 차기 정권에서도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자신이 발명특허를 낸 청와대 내부 업무시스템 e지원에 대해 "제대로 갔으면 좋겠는데 제일 좀 걱정된다"며 "이 전자업무 처리 시스템은 법으로 뒷받침이 없어 올해 어떻게든 뿌리를 심어 놓으려고 하는데 걱정이 된다"고 강한 애착을 표시했다.

j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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