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여론조사에 경마식 보도… ‘대선 민심’ 왜곡시킨다
응답률 기준치 못 미치고 기본 표본 수백명인 곳도
언론사 여론 발표 제각각, 같은 날 10%P 넘게 차이도
경향신문 임지선 기자
입력2012.12.12 22:37 수정 2012.12.12 23:42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보도가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하루를 앞둔 12일
초박빙 양상으로 나타나면서 여론조사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도
신뢰도가 낮은 여론조사와 부정확한 해석을 담은 경마식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여기에 각 캠프의 정치공학까지 결합되면서 여론조사 보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부터 대선 여론조사 결과 보도가 금지되는 상황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정확한 독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여론조사 보도의 문제점으로는 가장 먼저 응답률을 들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신뢰성 있는 여론조사 결과라고 한다면
응답률이 최소한 25~30% 이상이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언론사들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20%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언론은 응답률을 아예 기재하지 않는 경우조차 있다.
공직선거법 108조 5항에는 '응답률, 표본오차율' 등을 함께 공표 또는 보도하도록 돼 있다.
실제 대선주자 1차 TV토론 직후인 10일 언론사 여론조사 보도를 보면,
절반가량의 언론사가 응답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공개한 곳도 신뢰할 만한 응답률 기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서울대 이준웅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대부분 보도가 응답률을 기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위법"이라면서
"제대로 된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25~30%는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조사를 보도하는 것 자체가 기초 부실"이라고 지적했다.
기본 표본이 터무니없이 작은 여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보도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국언론노조 산하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는
트위터 등의 설문을 통해 지난 4일 중앙일보의 1차 대선 TV토론 직후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를
'최악의 대선 보도'로 꼽았다.
여론조사 기관이 아닌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실시했고, 표본도 554명밖에 되지 않았다.
표본추출 없이 신뢰도가 바탕이 되지 않는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임의 편의표집 방식'으로 실시됐다는 점에서 혹평을 받았다.
이같이 신뢰성이 떨어지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게 되면
결국 민의를 왜곡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여론조사의 결과로 다수의 견해에 따라가는 사람들 심리인
선거 캠프에서는 어느 쪽이든 사람들의 심리를 유도하기 위해
선거공학적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결국 이 같은 보도로 인해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각 후보의 정책과 이슈에는 주목도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더 큰 문제는 여론조사 결과 해석이다.
표본, 응답률 등 형식적인 조건을 다 갖춘 여론조사라고 하더라도
오차범위 내 접전인데 '누가 우세하다'고 단정짓는 경마식 보도 태도다.
최근에는 오차범위임을 제목에 명시하지만,
그럼에도 차이를 부각시켜서 해석하는 태도가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10일 한 일간지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에 대한
6개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를 종합해 '박 후보가 문 후보에 0.6~6.8%P 앞서'
'박-문 순위 그대로'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6개 여론조사 기관 결과 모두 오차범위가 ±3.1%였으며,
이 가운데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곳은 1곳에 불과했다.
한 후보가 다른 후보를 앞섰다고 쓰려면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격차를 보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최근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추격했다는 식 보도도 경마식 보도의 한 예로 꼽힌다.
대부분 오차범위 안에서 수치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과학적 해석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숙명여대 양승찬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오차범위임을 명시해서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차범위 내에서 몇 %포인트 변화를 보인 것을 갖고 추이를 해석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면서
"보도를 할 때 '오차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정도만 써야 한다"고 말했다.
<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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