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DJ까지…'등진' 동교동, 탄식·분노 교차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입력 2012.12.05 17:53 수정 2012.12.05 17:57
1967년 치러진 제 7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정권의 '눈엣가시'나 다름없던
김대중 의원의 국회 재입성을 저지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박 대통령은 김대중 후보의 지역구인 전남 목포에 직접 2차례 내려와
여당 후보 지원 유세를 벌이고 국무회의를 개최하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사진)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연은 이 때 시작됐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왔지만 '신체검사 기피자'로 외무고시 응시를 할 수 없었던
한 전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이후 권노갑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함께 '양갑(甲)'이라 불리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 그룹을 뜻하는 '동교동계'의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그런 한 전 대표가 5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이날 박 후보의 호남 방문에 맞춰 광주광역시 지역 언론인들과 오찬을 갖고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정세균 민주당 상임고문을 포함해 민주당 인사들이 마지막까지 만류했지만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의 박 후보 지지 선언은 민주당 주류에 대한 '서운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당 대표까지 지냈지만 18대 총선 때 '호남물갈론'으로 공천에서 탈락했고, 이후 탈당했다.
지난 4·11 총선에서는 민주당에 지역구 공천 경선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대선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 이해찬 전 대표에게 만남을 타진했지만 거절당하면서
스스로 "민주당에 의해 용도폐기됐다"고 언론 등에 토로하기도 했다.
이로써 동교동계의 양분은 더욱 가속화됐다.
한 전 대표와 함께 1960년대부터 김 전 대통령을 보좌해 온 동교동계 1세대 가운데
이윤수 전 의원도 일찌감치 박 후보를 지지했다.
범동교동계인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 김경재 안동선 설송웅 전 의원 등도
박 후보의 당선을 돕고 있다.
반면 권노갑 상임고문과 김옥두 전 민주당 사무총장이
문재인 후보의 고문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등 아직 상당수 동교동계 인사들은 문 후보 쪽이다.
이들은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지'들의 박 후보 캠프 합류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옥두 전 총장은 이날
'나의 동지이자 친구인 화갑이,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라는 제목의 공개편지에서
"나중에 우리가 저 세상에서 무슨 낯으로 대통령님을 뵙겠는가"라고 말했다.
권 고문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동 63빌딩에서 열린 '제 2회 김대중 국제평화 학술회의'에 참석,
"착잡하고, 아쉽고, 슬프다"고 탄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까운 위치에서 보좌했던 민주당의 한 인사는 기자들과 만나
한화갑 전 대표 등에 대해
"그분들이 김 전 대통령과 함께한 사람들을 계속 '우리'라고 표현하는데,
이제 저쪽(박 후보 캠프)으로 간 이상 '우리'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불편한 심경을 표현했다.
머니투데이 양영권기자 indepen@
'사회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朴 여론조작 불법사무소 ‘덜미’, 현장 보니… (0) | 2012.12.14 |
---|---|
부실 여론조사에 경마식 보도… ‘대선 민심’ 왜곡시킨다 (0) | 2012.12.13 |
전여옥 “박근혜, 대통령 될 수도 되어서도 안된다” (0) | 2012.12.05 |
주거지 vs 농지, 같은 땅 다른 해석에 농민들 '답답' (0) | 2012.12.03 |
박근혜, 경제민주화 모른다 (0) | 2012.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