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MBC·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비밀 협의’

기산(箕山) 2012. 10. 13. 01:28

MBC·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비밀 협의’

 

최필립 이사장·MBC 이진숙 본부장, 대선 앞두고 추진 드러나

 

                                                                              경향신문 | 정환보·임지선 기자

                                                                              입력 2012.10.12 22:17 | 수정 2012.10.13 00:02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84)과 MBC 경영진이 최근 만나

MBC 민영화와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수장학회는 MBC 지분 매각대금으로 부산·경남지역 대학생을 상대로 한 반값 등록금 사업을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대선을 앞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 지원 논란이 예상된다.

 

야당은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밀실매각 방침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12일 경향신문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8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이 이사장실에 찾아와 MBC 민영화 계획을 브리핑하겠다고 해서

내용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과 이상옥 전략기획부장은

이날 서울 정동 정수장학회 사무실에서 최 이사장과 1시간여 동안 대화를 나눴다.

 

 

정수장학회 방문하는 이진숙 본부장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오른쪽)과 이상옥 MBC 전략기획부장이

지난 8일 오후 정수장학회를 방문하기 위해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 폐쇄회로(CC)TV 캡처

이들 MBC 간부는 최 이사장에게

"내년 상반기 MBC를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라며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는 MBC 지분 30%를 상장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최 이사장은

"(MBC 경영진이) 설명하는 민영화 방안을 듣기만 했을 뿐"이라며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한 게 없다고 밝혔다.

 

그는

"MBC 민영화 문제는 지분의 30%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우리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

정부에서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 한겨레 > 는 12일 인터넷판에서

최 이사장이 이날 회동에서 "(MBC의 제안대로 지분매각을) 추진하되 이를 10월19일 발표하게 해달라.

발표에는 정수장학회가 (지분 30% 매각 대금을 활용해)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을 대상으로

직접 '반값 등록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최 이사장은 또 이 본부장에게

"부산·경남 지역 기업 총수들과 맺은 부산일보 매각 관련 MOU(양해각서) 체결 사실도

19일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최 이사장은

"이 사람들이 '부산일보를 사서 기업의 백(그라운드)으로도 쓰고

부산도 (야당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면서

"그 돈(매각대금)은 부산·경남 지역 노인정이나 난치병 환자 치료시설에 전액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는

"장학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아서 한 사람에게라도 더 주는 것이 내 임무이고

그걸 공정하게 하는지만 보고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민주통합당은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 논란에 대해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했다.

민주당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후보가 최필립 이사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배후 조종하는 정수장학회가

대선을 눈앞에 두고 언론사 주식을 매각하려 한 음모가 드러났다"고 이같이 밝혔다.

신경민 의원은

"MBC 지분 매각과 관련,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의 연관성 등을 조사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환보·임지선 기자 botox@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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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소유 부산일보 주식 100%는 현재 ‘처분 금지’ 상태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김지태씨 유가족, 2년4개월째 소송

 

정수장학회가 매각을 추진 중인 MBC 주식 30%(6만주)와 부산일보 주식 100%(20만주)의 소유권은

현재 2년4개월째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 김지태씨의 유족들이 반환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부산일보 주식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처분이 금지돼 있다.

유족들은

“매각 계획이 사실이라면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지태씨 유족들은 2010년 6월 법원에

“강제로 헌납받은 부산일보와 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의 주식을 반환하거나 국가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정수장학회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지난 2월 1심 법원은 김지태씨 유족들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정수장학회가 이 주식을 유족들에게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염원섭 부장판사)는 재산헌납 과정에 박정희 정권의 강압이 있었다는

유족들의 주장은 받아들였다. 하지만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법적인 기한은 지났다고 봤다.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기한을 적용받지 않으려면 증여 계약 자체를 무효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극심한 강압이 있어야 하는데, 김지태씨가 증여계약 당시 받은 강압이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들 주식의 향방은 아직 섣불리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1심 패소 후 유족들은 즉각 법원에 “부산일보 주식을 처분하지 말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어느 쪽이 이기든 3심 대법원까지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취지다.

 

당시 김지태씨의 차남 김영우씨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소송 중에 ‘부산일보를 매각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해

이에 대해서만 가처분을 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지난 3월 공탁금 2억원과 공탁보증보험증권 2억원을 제출받는 조건으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 주식 20만주에 대해 매매· 양도 등 일체의 처분 행위를 하면 안된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 가처분 결정은 정수장학회 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와 함께 유족들은 항소를 제기해 오는 24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김영우씨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봐야겠지만 소송이 진행 중이고 가처분 결정도 있는데

매각 계획을 밝힌다는 것은 정상적인 대응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생 영철씨도

“처음부터 개인재산을 강탈한 데서 문제가 비롯됐는데 처리 과정에서도 상식을 벗어나

올바르지 못한 접근을 하고 있다”며

“매각 계획이 사실이라고 해도 현실적으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