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조종사 되려다 4500만원만 날렸다

기산(箕山) 2012. 9. 27. 00:43

조종사 되려다 4500만원만 날렸다

 

                                                                 한겨레 | 입력 2012.09.26 20:20

 

울진비행원 3년간 졸업생 71명
그마저 조종사 취업은 19명뿐
정부 "매년 200명 양성" 헛구호
비행시간 모자라 입사지원 못해
수료생 "차라리 외국행이 나아"

2009년부터 매년 약 20억원의 세금이 투입된 1년 과정의 교육기관이 있다.

 

세금으로 학비를 지원해 매년 200명씩 5년간 10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졸업생은 71명 뿐이다.

그 가운데 취업자는 34명으로 더 적다. 바로 울진비행교육훈련원이다.

 



 

 

 

민주당 문병호 의원이 26일 공개한 '항공조종인력 양성사업' 자료를 보면,

울진비행교육훈련원은 2008년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 지시로 시작됐다.

 

정부는 이 사업을 '미래산업 청년리더 10만명 양성계획' 가운데 하나로 발표했다.

이에 국토해양부는 울진공항을 훈련원으로 전환해 사업을 시작했다.

 

국토부는 2010년 훈련원을 열면서

"국내 조종사가 향후 5년간 16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훈련원을 통해 연간 200여명의 조종사를 배출해 안정적인 조종인력 양성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사업에 들어간 세금은 2009년부터 총 78억원에 달한다.

주로 1인당 학비 약 5500만원 가운데 1000만원을 지원하는데 쓰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졸업생(71명)과 취업자(34명)는 당초 목표인 연간 200명의 조종사 양성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조종사로 취업한 이는 19명 뿐이다.

 

아시아나항공 취업자 12명은 인턴으로 채용돼 비행훈련을 다시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비용은 회사로부터 대출받는 형편이다.

나머지 15명은 민간 조종사 훈련원 등에 교관으로 취업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항공사들은 애초 계획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항공사들이 조종사들을 채용하는데 필요한 조종훈련시간이 250~1000시간에 달하는데,

훈련원 졸업생들은 170시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채용해달라는 요청도 오지만 채용 기준에 맞지 않아 뽑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올 들어서야 훈련시간을 늘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채용 기준인 250시간을 맞추기 위해 졸업생들이 원하면

80시간의 추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이 과정도 일부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럴거면 이곳에 입학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졸업생 김수기(가명)씨는

"졸업하는데 학비, 생활비 등 6000만원 가량이 필요한데,

추가 비용이 또 필요하면 차라리 외국으로 가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문병호 의원은

"매년 수십억원의 세금이 들어가는데도 졸업생은 적은데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실업 상태"라며

"세금이 똑바로 쓰일 수 있도록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