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美 광우병 터지면 수입 안 한다며?.."그것은 옛날 일"

기산(箕山) 2012. 4. 27. 02:53

美 광우병 터지면 수입 안 한다며?.."그것은 옛날 일"

 

                                                                      이데일리 | 최정희 | 입력 2012.04.26 18:12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5월 8일.

정부는 일간신문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 45억원의 홍보비를 썼다.

광고 내용은 이랬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①즉각 수입 중단하겠습니다

②이미 수입된 쇠고기를 전수조사하겠습니다

③검역단을 파견하여 현지실사에 참여하겠습니다

④학교 및 군대 급식을 중지하겠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보건복지가족부가 합심해서 낸 광고였다.

그 해 6월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도 이와 비슷한 얘기를 했다.

한 총리는 담화문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국민이 위험에 처한다면 수입중단 조치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24일(미국 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

그러나 정부는 즉각 수입을 중단하지도 않았고 검역단을 파견해 현지실사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국민을 속였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오해`라고 규정했다.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한 총리가 발표한 내용은 광우병이 발생하면 무조건 수입을 중단한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이 위험하다고 하면 그렇게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각 수입중단한다`고 밝힌 광고 내용에 대해선

"정부에서 고시한 바 없다"고 말했다.

당시 광고를 갖고 정부가 국민을 속였다고 비난하는 것은

"옛날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 5월 광고를 낼 때까지만 해도 `즉각 수입을 중단한다`였으나

그 해 9월 국회 차원에서 특별위원회가 생긴 후 가축전염병 예방법(제32조)을 개정했는데

그 내용은 `즉각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법 개정안은 2010년 4월부터 시행됐다.

농식품부에선 이를 `정부 재량권이 강화됐다`고 표현하지만,

촛불집회로 예민했던 여론과는 달리 국회로 가서 오히려 광우병에 대한 조치가 완화됐던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은 여태까지 2008년 5월의 광고만 알고 광우병이 생기면 수입이 무조건 중단되는지

오해하고 있었다는 게 서 장관의 설명이다.

그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에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고

그렇게 합의됐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선 광우병 대응조치를 완화했지만

정작 국민은 좀 더 강화되길 바랐다는 점이다.

촛불집회가 일어났을 때 정부에서 45억원을 들여 대대적인 홍보를 한 것은

국민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광우병에 대한 조치가 완화됐다는 사실은 그만큼 알리지 않았다.

광우병을 두고 정부의 국민 속이기 논란이 일어난 이유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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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광우병 대국민 약속’ 팽개친 이유 있었다

 

                                                                      한겨레
| 입력 2012.04.27 08:40 | 수정 2012.04.27 09:50

 

2008년 5월8일 정부 "광우병땐 수입중단"
다음날 미 항의받고 "공개반박 자제" 부탁
석달뒤 법 개정 '정부재량권' 교묘히 반영

"미측의 양해를 구한다. 총리 담화문에 대한 공개적인 반박은 자제해 달라."

(최석영 주미 한국대사관 공사)

"공개적인 대응은 하지 않겠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정부의 공고문은 수용하기 어렵다."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보)



 

 

 

 

2008년 5월8일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하고

정부가 일간지에 공고문을 낸 직후 최석영 공사(현 자유무역협정 교섭대표)가

커틀러 대표보와 나눈 대화다.

26일 강기갑 통합진보당 의원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우리 외교통상부와 미국 국무부의 외교 전문을 종합해 보면,

최 공사는

미국 워싱턴에서 커틀러 대표보를 만나 한 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하게 된 국내 상황을 설명한 뒤

미국 쪽의 양해를 구하고 담화문에 대해 공개적 반박은 자제해주길 요청했다.

 

한 총리는 담화문에서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해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중단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보건복지부도 합동공고문을 발표하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광고를 8일치 주요 일간지에 냈다.

최 공사의 요청에 커틀러 대표보는

'미국 측으로서는 총리 담화문 문구는 수용 가능하지만, 농식품부와 복지부의 합동공고문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미국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한국 정부는 즉각적 조처를 하지 못하며

과학적 근거 등 전제가 충족될 때만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미국 쪽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8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도

서울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즉각 수입 중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대표가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한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넣으면 안 되느냐"고 묻자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더라도 문제의 소가 쇠고기로 유통되지 않는다면

한국이 수입을 중단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두 나라가 쇠고기 추가협상을 하고 5월19일 서한을 교환할 때도 커틀러 대표보는 최 공사를 불러

'광우병 발생 시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는 것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한국에) 전달돼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6월 보도자료를 내어

"광우병이 추가확인 될 경우 일단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조처 한다"고 명시했다.

'미국과 한 약속'을 지키려고 '국민과 한 약속'을 저버리고는 거짓말까지 한 셈이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네번째로 발생한 지난 25일 여인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이

"곧바로 검역을 중단할 경우 통상 마찰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좀더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조처를 취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정부는 2008년 8월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하면서

'수출국에서 광우병이 추가 발생하면 긴급한 조처가 필요한 경우 수입 중단 등을 취할 수 있다'라고

정부 재량권을 넣는 방식으로 '미국과 한 약속'을 교묘하게 집어넣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2008년 정부 광고(공고문)도 같은 해 8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관련법의 수위를 낮췄고,

광고문안이 짧아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측면도 있는 까닭에 정부가 약속을 위반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은주 안창현 기자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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