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광우병 터지면 수입 안 한다며?.."그것은 옛날 일"
이데일리 최정희 입력 2012.04.26 18:12
정부는 일간신문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 45억원의 홍보비를 썼다.
광고 내용은 이랬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①즉각 수입 중단하겠습니다
②이미 수입된 쇠고기를 전수조사하겠습니다
③검역단을 파견하여 현지실사에 참여하겠습니다
④학교 및 군대 급식을 중지하겠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합심해서 낸 광고였다.
그 해 6월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도 이와 비슷한 얘기를 했다.
한 총리는 담화문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국민이 위험에 처한다면 수입중단 조치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24일(미국 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
그러나 정부는 즉각 수입을 중단하지도 않았고 검역단을 파견해 현지실사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국민을 속였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오해`라고 규정했다.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한 총리가 발표한 내용은 광우병이 발생하면 무조건 수입을 중단한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이 위험하다고 하면 그렇게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각 수입중단한다`고 밝힌 광고 내용에 대해선
"정부에서 고시한 바 없다"고 말했다.
당시 광고를 갖고 정부가 국민을 속였다고 비난하는 것은
"옛날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 5월 광고를 낼 때까지만 해도 `즉각 수입을 중단한다`였으나
그 해 9월 국회 차원에서 특별위원회가 생긴 후 가축전염병 예방법(제32조)을 개정했는데
그 내용은 `즉각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법 개정안은 2010년 4월부터 시행됐다.
농식품부에선 이를 `정부 재량권이 강화됐다`고 표현하지만,
촛불집회로 예민했던 여론과는 달리 국회로 가서 오히려 광우병에 대한 조치가 완화됐던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은 여태까지 2008년 5월의 광고만 알고 광우병이 생기면 수입이 무조건 중단되는지
오해하고 있었다는 게 서 장관의 설명이다.
그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에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고
그렇게 합의됐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선 광우병 대응조치를 완화했지만
정작 국민은 좀 더 강화되길 바랐다는 점이다.
촛불집회가 일어났을 때 정부에서 45억원을 들여 대대적인 홍보를 한 것은
국민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광우병에 대한 조치가 완화됐다는 사실은 그만큼 알리지 않았다.
광우병을 두고 정부의 국민 속이기 논란이 일어난 이유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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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광우병 대국민 약속’ 팽개친 이유 있었다
한겨레 입력 2012.04.27 08:40 수정 2012.04.27 09:50
다음날 미 항의받고 "공개반박 자제" 부탁
석달뒤 법 개정 '정부재량권' 교묘히 반영
"미측의 양해를 구한다. 총리 담화문에 대한 공개적인 반박은 자제해 달라."
(최석영 주미 한국대사관 공사)
"공개적인 대응은 하지 않겠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정부의 공고문은 수용하기 어렵다."
![](http://i2.media.daumcdn.net/photo-media/201204/27/hani/20120427095023283.jpg)
2008년 5월8일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하고
정부가 일간지에 공고문을 낸 직후 최석영 공사(현
자유무역협정 교섭대표)가커틀러 대표보와 나눈 대화다.
26일 강기갑 통합진보당 의원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우리 외교통상부와 미국 국무부의 외교 전문을 종합해 보면,
최 공사는
미국 워싱턴에서 커틀러 대표보를 만나 한 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하게 된 국내 상황을 설명한 뒤
미국 쪽의 양해를 구하고 담화문에 대해 공개적 반박은 자제해주길 요청했다.
한 총리는 담화문에서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해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중단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광고를 8일치 주요 일간지에 냈다.
최 공사의 요청에 커틀러 대표보는
'미국 측으로서는 총리 담화문 문구는 수용 가능하지만, 농식품부와 복지부의 합동공고문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미국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한국 정부는 즉각적 조처를 하지 못하며
과학적 근거 등 전제가 충족될 때만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미국 쪽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8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도
서울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즉각 수입 중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대표가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한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넣으면 안 되느냐"고 묻자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더라도 문제의 소가 쇠고기로 유통되지 않는다면
한국이 수입을 중단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두 나라가 쇠고기 추가협상을 하고 5월19일 서한을 교환할 때도 커틀러 대표보는 최 공사를 불러
'광우병 발생 시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는 것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한국에) 전달돼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6월 보도자료를 내어
"광우병이 추가확인 될 경우 일단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조처 한다"고 명시했다.
'미국과 한 약속'을 지키려고 '국민과 한 약속'을 저버리고는 거짓말까지 한 셈이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네번째로 발생한 지난 25일 여인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이
"곧바로 검역을 중단할 경우 통상 마찰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좀더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조처를 취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정부는 2008년 8월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하면서
'수출국에서 광우병이 추가 발생하면 긴급한 조처가 필요한 경우 수입 중단 등을 취할 수 있다'라고
정부 재량권을 넣는 방식으로 '미국과 한 약속'을 교묘하게 집어넣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2008년 정부 광고(공고문)도 같은 해 8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관련법의 수위를 낮췄고,
광고문안이 짧아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측면도 있는 까닭에 정부가 약속을 위반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은주 안창현 기자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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