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지원관실은 청와대 명받아 움직인 사찰조직”
한겨레 입력 2012.03.14 21:20 수정 2012.03.14 23:50
매달 특수활동비 빼서 청와대 비서관실에 전달
'하드 삭제' 입막음 돈 준 장본인은 이영호 전 비서관
"비밀리에 활동하려 직제도 총리실로 위장했을 것"
14일 장진수 전 주무관의 추가 폭로에는 돈뭉치 얘기가 두 번 등장한다.
하나는 장 전 주무관에게 이 전 비서관 쪽에서 입막음용으로 건넸다는 2천만원이고,
다른 하나는 매달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간부들에게 전달했다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특수활동비 280만원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비선조직'이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다.
장 전 주무관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한 달 특수활동비 400만원을
이인규 지원관과 진경락 총괄기획과장이 200만원씩 수령한 것으로 처리하고,
그중 이영호 비서관에게 200만원을 전달하는 등 매달 280만원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임자인 김아무개 주무관의 업무 인계사항이었다고 한다.
장 전 주무관이 그곳에 가기 전부터 그렇게 해왔던 것인데,
그는 '지원관실 예산을 고용노사비서관실로 돌리라는 게 이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공무원이 하라면 하는 거지, (옳고 그름을) 판단할 건 아니었다.
그리고 지원관실은 이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의 지시를 받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이 터지자
자신을 '현금'으로 회유하려 든 사람도 이영호 비서관이었다고 장 전 주무관은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난 뒤인 지난해 5월 중순,
자신의 상급자이자 증거인멸의 주범으로 기소된 진경락 전 총괄기획과장이
"이영호 비서관께서 어렵게 마련한 것"이라며 2천만원을 건네려 했다는 것이다.
일단 이를 거절하자 3개월 뒤 장 전 주무관의 전임자인 김 주무관이 소개한
이아무개 공인노무사가 자신을 찾아왔다고 한다.
장 전 주무관은 이 노무사가
"이영호 비서관이 마련한 돈"이라며 2천만원을 자신에게 건넸다고 말했다.
이 비서관 쪽의 금품 전달 시도는 그 전에도 있었다.
이 비서관의 직속부하인 최종석 행정관은 2010년 10월18일에도
장 전 주무관에게 "극단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라. 캐시(현금)를 달라고 하면
내가 그것도 방법을 찾아주겠다"고 회유한 적이 있다.
장 전 주무관의 이런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 전 비서관은 평상시에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활동비를 받아 썼고,
증거인멸 사건이 터진 뒤에는 뒷수습을 위해 장 전 주무관에게 거꾸로 돈을 건넸다.
예산 관련성으로만 봐도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사실상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소속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놀란 이명박 정권의 청와대가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비선 조직을 국무총리실에 만들어놓고 민간 부문 사찰에 열을 올렸다는
추정을 뒷받침하는 정황이기도 하다.
검찰의 한 간부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감찰 기관이라 특수활동비가 나오고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은 그런 게 없는 곳이어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특수활동비를 고용노사비서관실로 돌려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과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예산을 돌려쓸 정도로
조직적·업무적 관계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청와대의 명을 받아 움직였던 사찰 조직이 맞는 것 같다"며
"비밀리에 움직이기 위해 직제도 시선을 덜 받는 국무총리실로 빼놓아 위장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 조직을 움직였다는 정황이 뚜렷해진 만큼,
이 전 비서관을 통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움직이고 사찰 업무를 보고받은 '윗선'이 누구인지는
검찰의 재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규 기자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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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비껴갔던 이영호·최종석부터 민정수석실까지 캐내야 할 판
靑 '민간인 사찰 은폐' 개입 정황… 재수사 불가피
MB 최측근 인사인 정동기와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 맡아
개입사실 확인되면 사태 걷잡을 수 없어
한국일보 강철원기자
입력 2012.03.15 02:37 수정 2012.03.15 23:19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 당시
청와대가 증거인멸에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과 진술이 속속 나오면서 재수사는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14일이여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으로부터 입막음용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는 주장까지 제기,
파문은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재수사가 진행될 경우 2010년 검찰 수사 때 밝혀내지 못한 각종 의혹들이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2010년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불법 사찰한 혐의로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 3명을 기소하고,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장 전 주무관과 직속상관인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총리실 소속으로 당시 검찰 수사결과만 보면 이 전 지원관이 최고 '윗선'에 해당된다.
장 전 주무관에게 대포폰을 주고 증거인멸을 지시한 의혹을 받은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은 검찰 수사망을 비껴 나갔으며, 불법사찰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았던
이영호 전 비서관도 법정에 서지 않았다.
하지만 장 전 주무관의 폭로로 최 전 행정관과 이 전 비서관의 개입 정황이 드러난 만큼
재수사가 시작되면 이들 두 사람에 대한 조사가 우선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 전 비서관이 속했던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에 매달 특수활동비로 280만원을 전달했다는
장 전 주무관의 진술도 청와대 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정권의 심장부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한 수사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김 전 대표에 대한 불법사찰이 있었던 2008년 당시
민정수석은 정동기 전 대검 차장이고,
청와대 공직기강팀장은 이강덕 서울경찰청장이 맡고 있었다.
검찰 수사에 대비한 증거인멸 행위가 벌어진 2010년에는 권재진 법무장관이 민정수석 자리에 있었다.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로,
이들이 불법사찰 사건에 개입했거나 보고를 받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
민정수석실이 개입한 정황은 이미 드러났다.
장 전 주무관이 최근 공개한 녹음파일에는
최 전 행정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법정에서 사실대로 말하면) 민정수석실도 자유롭지 못할 테고
총리실도 다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 들어있다.
민정수석실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단적으로 시사하는 부분이다.
야당은
압수수색 직전 파기된 총리실 직원 컴퓨터에서 '민정수석 보고용' 이라는 폴더가 발견됐다며 공세를 취할 태세다.
불법사찰을 지시한 윗선이 증거인멸까지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김 전 대표 이외에 정치인 등 불법사찰 대상이 더 있었는지도 관심사다.
통합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지난해 6월
"정부가 세종시 문제로 파란을 겪은 2009년 박근혜 전 대표를 집중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 밑에서 일했던 국정원 직원이 김성호 전 국정원장 등을 사찰했다고 주장했으며,
촛불집회 사진을 전시했던 작가와 여가수 성폭행 내용 등이 적힌 공직윤리지원관실 수첩을 공개하며
추가 민간인 사찰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남경필 정두언 정태근 의원도 정치인 사찰 의혹을 제기하며 당시 검찰 수사가 미흡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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