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기름값 ‘유류세’ 손 안대고 잡을 수 있을까

기산(箕山) 2011. 1. 15. 02:50

기름값 ‘유류세’ 손 안대고 잡을 수 있을까

 

정부, 정유업계 전방위 압박

                                                                             경향신문 | 홍인표·김다슬 기자

                                                                             입력 2011.01.14 22:13 | 수정 2011.01.14 22:35

 

차 몰기 무섭네

정부가 휘발유값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가운데

14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웃돌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정부가 물가안정 대책으로 먼저 휘발유 가격을 손보기로 했다.

가격 결정구조도 원점에서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유류세를 내리지 않는 한 인하에는 한계가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 휘발유값 반드시 잡는다 =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주요 부처 물가담당자들과 서민물가 안정회의를 마친 뒤

"휘발유 등 석유제품은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물가 인식의 바로미터로

국제유가 상승시 휘발유값이 더 많이 올라가고 유가가 내리면 휘발유값을 더 적게 내리는

가격 비대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민들은 휘발유값에 예민하므로 철저히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반드시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차관의 발언은

전날 이명박 대통령이 휘발유 가격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볼 수 있다.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에서 휘발유값을 시범 케이스로 삼은 성격이 강하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특별 태스크포스를 즉시 구성해 석유제품 가격 결정구조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키로 했다.

 

수입 확대, 유통구조 개선 등 제도 개선 방안도 추가 검토할 방침이다.

임 차관은

"정부 각 부처는 물가대책을 업무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추진해주길 바라며

업무평가에서도 이 부분을 우선 순위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유류세 인하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임 차관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현재의 석유제품 가격 상승은 원유 수요 증가에 따른 구조적 문제여서

유류세 인하보다는 주유소 간 가격경쟁 촉진, 석유가격 체계 검토 등을

우선적으로 챙겨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당장 유류세를 낮추면 유가가 떨어지겠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며

"유류세를 낮추면 세수 손실이 2조원가량 발생하며 휘발유 가격도 그렇게 낮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유류세 조정 없으면 인하 제한적 =

 

이 대통령의 '기름값' 발언 이후 정부 각 부처가 전방위 압박에 나서자

정유업계가 기름값 인하를 검토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를 감지한 것이다.

정유사들은 그러나

"정부가 기름값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내리지 않는 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기름값 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어떤 형태로든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화답하는 모양새는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어느 정도 내려야 정부의 성에 찰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유사 관계자도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라며

"유종별로 얼마나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그러나 "유류세를 손대지 않는 한 인하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유업계는 지난해 정유사들의 연간 평균 정제마진이 ℓ당 9원에 그쳤다고 주장한다.

원가에 팔더라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수준에 맞추기가 어려운 셈이다.

석유류 유통구조가 복잡해 기름값 인하 혜택이 전부 국내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유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석유류의 절반가량이 수출물량이어서 국내 석유 수출상은

가격이 내리면 곧바로 물량을 사들여 국제시장에 내다팔려고 한다"며

"자칫 엉뚱한 사람들이 이익을 가로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국 1만2000여 주유소 중 정유사가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직영 주유소는 13%뿐이다.

정부의 압박에 눌린 정유사가 기름값을 내려도 이를 모든 주유소가 반영하기는 어렵다.

정유업계는

"기름값의 이해당사자인 정유사, 주유소, 정부가 조금씩 부담을 나눠야 한다"며

"정부가 2008년처럼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내리고 정유사도 양보하는 방법이 최선책"

이라고 말했다.



< 홍인표·김다슬 기자 amorfati@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