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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의 난` 10년만에 현대왕국 속속 재결집

기산(箕山) 2010. 11. 17. 01:31

`왕자의 난` 10년만에 현대왕국 속속 재결집

                                                                                       매일경제 | 입력 2010.11.16 17:37

 

◆현대건설 우선협상자 선정

 

현대그룹이 16일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범현대가(家)'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지고 있다.

 

범현대가는 내년 3월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10주기를 앞두고

'왕자의 난'과 자금난으로 촉발된 현대그룹 사태 이후 10년 만에 주력 계열사를 모두 찾게 된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올해 들어 현대종합상사에 이어 현대오일뱅크를 다시 품에 안았고,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목전에 두며 '현대왕국'이 재현되고 있다.

 

재계의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범현대가가 예전 현대 계열사를 차례로 인수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위한 목적도 있지만

과거 현대가의 명성을 복원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경영에 실패한 오너 일가의 그룹이 재결집되는 것은

도덕성 문제에서 큰 결점을 안고 있다고 평가한다.

 

 

 

◆ '왕자의 난', 현대건설 부도 등으로 계열사 흩어져 ◆

 

2000년 3월 현대그룹 경영권을 놓고

정몽구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남편인 고(故) 정몽헌 회장이 맞붙었다.

이것이 이른바 현대그룹 '1차 왕자의 난'이다.

 

같은 해 5월 '2차 왕자의 난'으로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구 회장, 정몽헌 회장 '3자 동반 퇴진' 선언이 나온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몽헌 회장은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비롯해 현대상선,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등 26개 계열사를 차지했다.

정몽구 회장은 자동차 관련 10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한다.

정몽준 의원 역시 현대중공업그룹을 분리해 나가면서 범현대 2세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그룹이 분리된 뒤 정몽헌 회장이 맡은 현대건설은 외환위기 이후 누적된 부실과 '왕자의 난'으로 인한

대외신뢰도 추락으로 부도를 맞고 2001년 계열 분리돼 채권단의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정몽헌 회장은 2003년 8월 대북 불법송금 특검 진행 중에 자살했고 현정은 회장이 현대그룹을 이어받기에 이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정은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로 남편의 한을 풀게 됐고 경영권 방어에도 성공하게 됐다"며

"범현대가 입장에서도 현대건설은 창업주의 모그룹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만도, 현대오일뱅크, 현대건설까지 계열사 다시 사들여

 

현대가 명가 재건 움직임은 2008년 1월 한라그룹이 만도를 다시 인수하면서 본격화됐다.
한라그룹이 만도를 인수할 당시 외국계 사모펀드 등의 세력으로 좌초 위기에 놓였지만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지지를 받아 인수에 성공한다.

만도 인수는 계열 분리 이후 처음으로 범현대가가 단합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은 현대건설과 함께 현대를 상징해 왔던 현대종합상사를 인수하면서

범현대가 결집에 박차를 가한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당시 현대중공업이 현대종합상사 입찰에 단독으로 나선 것은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 KCC 등

범현대 가문이 사전에 순조롭게 협의한 결과"라고 전했다.

정몽진 회장이 이끄는 KCC그룹이 당시 인수전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알려졌다.

올해 8월에는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중공업 품에 안겼다.
현대중공업은 2년5개월에 걸친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와의 법적 분쟁 끝에

매각 11년 만에 현대오일뱅크 인수에 성공한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를 되찾으면서 화석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의 양대 축을 확보해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 대내외적 문제점 산적

 

현대가의 재결집은 도덕성 논쟁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특히 현대건설은 경영자였던 오너 일가의 경영 실패로 인해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재활에 성공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부실 기업을 국민 세금으로 살려서

다시 오너에게 돌려줬다는 비판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내부적인 시너지 극대화에도 문제점이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나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현대상선의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막상 인수는 했지만 현대건설 경영을 제대로 할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건설 노조는 성명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인수를 기대했다.

현대가의 한 관계자는

"인수 주체인 현대그룹 내부의 건설 인력이 다소 약하기 때문에 현대건설과 잘 융합할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 채권단 매각차익 4조원 웃돌듯

 

채권단이 현대건설 지분 매각에 성공하면 4조원이 훨씬 넘는 매각차익을 챙길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은 인수금액으로 약 5조5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채권단이 보유한 현대건설 지분(34.88%)은

외환은행(8.72%), 정책금융공사(7.84%), 우리은행(7.46%), 국민은행(3.56%), 신한은행(2.87%), 농협(2.19%),

하나은행(1.42%) 순이다.

이들 은행이 현대건설 지분을 취득한 평균 단가는 주당 2만원 내외다.

채권단이 현대그룹이 제시한 대로 약 5조5000억원(주당 약 14만1000원)에 현대건설을 판다면

차익은 약 4조7200억원에 달한다.

 

은행별로는 외환은행 1조1800억원, 정책금융공사 1조615억원, 우리은행 1조94억원, 국민은행 4817억원,

신한은행 3883억원, 농협 2964억원, 하나은행 1918억원 등이다.

이 같은 천문학적인 매각 차익은 내년 1분기 은행권 당기순이익을 끌어올리는 요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채권단에선 2001년 이후 투자금 회수에 무려 9년이 걸린 만큼

이 기간 투자수익을 고려해 매각차익을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과 증권가에선 올해 4분기까지 은행들이 공격적인 대손충당금 쌓기에 나서고,

내년 이후 본격적인 실적 경쟁에 돌입한다면 2011년 1분기 실적이 급등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재무 담당자는

"잠재 불안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건설 매각이) 호재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른 한쪽에선 이번 매각 차익으로 외환은행 매각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일호 기자 / 정승환 기자 / 김태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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