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수해입은 인제군에선 무슨 일 있었나?
연합뉴스 | 입력 2010.08.20 16:24
(인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수재의연금으로 일부 공무원 흥청망청 `돈잔치'
이재민 "어이없고 허탈하다"
전 군수와 공무원 31명이 이재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수억원의 성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자 인제지역 주민들은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며 허탈감에 빠졌다.
지난 2006년 7월15일 인제지역에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는 집중호우로
사망 18명, 실종 11명 등 모두 29명의 인명피해와 564세대 1천444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정부에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당시 호우피해로 안타까운 사연들이 소개되자
성금창구에는 돼지저금통에서 꺼낸 어린아이의 코 묻은 동전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쌈짓돈까지
전국 각지에서 10억원이 넘는 수재의연금이 답지했었다.
휴가철을 맞아 14살 짜리 아들과 손을 잡고 온 회사원부터 외국인 대학생까지
1만5천여명이 넘는 자원봉사자의 발길도 이어졌다.
일부 자원봉사자는 수해복구로 바쁜 공무원의 일손을 덜어준다며
각자 도시락을 싸와 점심식사를 해결하기도 했었다.
이와 함께 당시 수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수마와 함께 쓸려가
생사조차 확인 못한 실종자 가족들은 애타는 마음으로 수해현장을 찾아다니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같은 눈물겨운 상황에서 국민들이 슬픔을 함께 하며 모은 성금을
일부 공무원들이 빼돌려 개인의 주택자금으로 쓰거나 부서 회식비로 쓴 사실이
경찰조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경찰은
모금된 국민성금은 기부금품 모집규제법에 따라 전국 재해구호협회에 송금해야 하지만
군수실과 담당부서인 사회복지과로 접수된 10억 가운데 2억원만 정상처리하고
8억 상당을 별도로 군청 내 농협출장소 금고에 보관했다고 밝혔다.
특히 모금 당시 수재의연금 관련 접수대장이나 사용대장이 없어져
실제 모금액은 더 많은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모금된 수재 의연금 접수증을 찢어버리는 수법으로 기탁 흔적을 없애는 방법도 동원했다.
이들은 수재의연금을 군청 내 농협출장소에 금융 기록도 없이 보관해놓고 있다가 마구 빼내 썼다.
당시 전 군수는 9월 추석과 다음해 2월 설을 맞아 1억2천여만원을 빼내 상품권 등을 구입한 뒤
자신의 명의로 수재민과 공무원들에게 선심성으로 뿌렸다고 경찰은 밝혔다.
또 당시 수재의연금을 관리하던 한 직원은
강원도청으로부터 지원받은 재해구호기금 가운데 1억원 가량을 주택구입자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또다른 직원은 수백만원씩의 수재의연금을 빼돌려 유흥비 등으로 사용했고,
일부 군청 공무원과 읍면사무소 직원들은 허위 서류를 꾸며 회식비로 쓴 사실도 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결국 당시 군수부터 담당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조직적으로 공모하지 않은 이상
가능할 수 없는 일이라는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재해구호협회에 정상적으로 송금할 것을 주장한 해당부서 직원을 인사발령 조치하는가 하면
수사가 강화되자 후배 직원에게 관련 서류를 숨기라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말했다.
주민 김모(56)씨는
"이재민에게 돌아가야 할 의연금이 일부 공무원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됐다는 것에 기가 막힌다"며
"재판결과로 지켜봐야 겠지만 당시 피눈물을 흘리던 이재민들을 두번 울리는 것 같아 허탈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한 공무원은
"일부는 행정절차 오류 등으로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며
"일부 공무원의 횡령으로 수해복구를 위해 헌신했던 대다수 공무원의 노력은
빛이 바래진 것 같아 힘이 빠진다"라고 말했다.
한편,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9일
전 인제군수 박모(60)씨를 수재의연금 1억원 가량을 선거구민 등에게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등)로
불구속 입건했으며
수재의연금과 재해구호기금에서 모두 2억3천만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방모(53.지방 5급)씨 등
공무원 3명을 구속하고 3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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