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중앙정부 ‘일방정책’에 지방정부 ‘견제 신호등’

기산(箕山) 2010. 6. 4. 17:42

중앙정부 ‘일방정책’에 지방정부 ‘견제 신호등’

                                                                                              한겨레 | 입력 2010.06.03 19:30

 

[6·2민심 이후] 지방권력 교체
MB정부 4대강 등 독선적 집행 막을 토대 갖춰
광역단체장-의회 견제구도로 부정부패 줄듯

 

 

 

 

 

 

예전같은 한나라당 독식은 없었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영남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크게 세를 잃었다.

 

4년 전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2곳, 230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155곳을 석권했던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6곳, 228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81곳 등 87곳에서만 승리했다.

 

반면, 민주당은 16개 광역에서 7곳, 228개 기초에서 91곳 등 모두 98곳에서 승리했다.

한 당의 지방정부 독식이 사라짐에 따라 그동안 사실상 질식했던 지방자치가 새로운 활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관계의 변화가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을 석권한데 이어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고, 2008년 총선에선 국회 과반수를 차지했다.

이러면서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식 논리와 정치 행태가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에도 관철됐다.

지방의회는 지방정부의 거수기로 전락했고,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정책에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지방과 중앙, 의회를 한나라당이 싹쓸이 함에 따라 중앙과 지방을 일관하는 획일적이고

독선적 정책 집행이 이뤄졌다"며

"이를 견제하고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일당 독주는 참여적이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막았다"며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중앙정부의 독선적 정책 집행을 지방정부가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분위기는 벌써부터 감지된다.

3일부터 야당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은 정부의 4대강 강행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히고,

충청권의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은 세종시 원안 추진을 중앙정부에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 추진 등 중앙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야당의 승리는 이런 국가사업에 대해 적절히 견제하고 제동을 걸라는

국민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고원 상지대 교수(정치학)는

"이명박 정부는 '친서민 중도 실용'을 표방했지만,

부자감세·건설 위주 정책과 4대강 사업 강행, 세종시 백지화 등

극단적 사회갈등 유발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로를 일으켰다"며

"이런 피로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성호 대전대 교수(행정학)는

"국민의 목소리가 이번 선거에서 표로 나타났다"며

"정치적 부담을 느낀 정부가 세종시나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광역단체장의 소속 정당과 기초단체장, 지방의회 다수당이 서로 달라

지방정부 사이, 지방정부와 의회 사이의 견제와 균형 기능이 회복되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서울과 경기의 광역단체장은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두 곳 모두 광역의원과 기초단체장의 숫자는 민주당이 더 많다.

 

강형기 충북대 교수(행정학)는

"지난 4년 동안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이 소속된 정당의 의원들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행정감시 기능이 제대로 안 돼 2008년 서울시 의회 뇌물파문이나 의정비 과다 인상 등

문제가 생겼다"며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지방정부·의회의 부정부패 가능성이 예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