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떡검’때도 흐지부지…검찰 내부 벌써 “나올게 없다”
한겨레 | 입력 2010.04.22 19:10 | 수정 2010.04.22 21:30 검사 향응 리스트 파문
검찰간부 "결과 없으면 궁지 몰릴 우려"
'민간위원 참여는 구색 맞추기' 해석
'엑스파일' 사건도 "증거 없다" 마무리
'검사 향응 리스트 파문'이 확산되자 검찰은 22일 민간인으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리는 등
신속하게 진상규명 의지를 밝히며, 파장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접대 의혹을 조사할 조사단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검사들로만 구성되면서
역대 법조비리 사건이 그래 왔듯, 이번에도 시작만 요란하다가 별 성과 없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진상조사단 구성 첫날부터 검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야당이나 시민단체는 아예 특검이나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 법조비리는 늘 유야무야?
사법 역사상 현직 판사들이 대규모로 수사대상에 오른 것은
1997년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이 처음이다.
검찰 수사로 의정부지법 판사 15명이 변호사 14명으로부터 수백만원씩을 받았지만,
직무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어 99년에는 현직 검사 등이 사건 수임을 도와주고 변호사에게 소개료를 받았다는
대전 법조비리 사건이 터졌다.
검찰총장의 지시를 받은 합동수사본부의 수사 결과, 검사 25명이 변호사한테
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지만, 검찰은 당시 검사장급 2명을 포함해 검사 6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7명을 징계하는 것으로 갈무리했다.
이처럼 법조비리 조사의 칼날이 무뎌지는 것은 '동업자 봐주기' 분위기 때문이다.
검사가 전·현직 검사나 판사를 조사하는 경우가 팔이 안으로 굽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과 관련된 검찰의 내부 감찰은 비판을 받았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공개한 '엑스파일' 사건에서도
검찰은 '떡값 검사'로 지목된 고위 검찰 간부들에 대한 조사 없이
노 대표만 기소했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로
이귀남 법무부 장관 등 고위 간부들의 '떡값' 수수 의혹이 공개됐지만,
이때 만들어진 삼성 특별감찰·수사본부는 해당 검사들을 불러 조사하지도 않은 채
"증거가 없다"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 검찰 내부에서조차 회의론
이런 역대 조사 결과를 의식한 듯, 검사 내부에서는 회의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민간위원회 구성해서) 감찰해 봤자 나올 게 없다"고 단정지어 말했다.
그는
"감찰에서 별 결과가 나올 리 없는데 그렇게 되면 비판 여론이 너무 커서
검찰이 더 궁지에 몰릴 수 있다"며
"그러니까 민간위원들 참여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위원회의 역할이 '구색 맞추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조사 실무를 담당할 진상조사단이 채동욱 대전고검장을 비롯한
검찰 내부 인사들로만 구성된 대목에서 진상규명 의지를 읽기란 어렵다는 평가다.
결국 검찰이 제 살을 도려내지 못한다면
특검 등 외부 충격밖에 방법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이날 리스트에 오른 57명의 검사를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하면서,
"만일 검찰이 과거 각종 비리사건처럼 유야무야하는 행태를 보이면,
특별검사 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통한 재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며,
이는 결국 검찰의 또다른 오명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 사례를 봐도 한국 검찰처럼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고
집중된 권력을 휘두르는 기관은 없다"며
"검찰이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고위공직자수사처 등
새로운 권력견제기구를 만들자는 주장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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