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억대 `장학금' 상자 누가 보냈을까?

기산(箕山) 2009. 7. 31. 00:44

억대 `장학금' 상자 누가 보냈을까?

 

                                                                   연합뉴스 | 입력 2009.07.30 21:50 | 수정 2009.07.30 22:02

                                                                   (담양=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30일 전남 담양군청 에 억대의 돈이 든 과일 상자가 익명으로 배달돼

이 돈을 보낸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돈을 보낸 사람이 직접 작성해 상자에 넣은 것으로 보이는

쪽지의 내용 가운데 "소방대 5년 이상 자녀"에게 장학금으로 써달라는 문구가 가장 눈에 띈다.

굳이 소방대원의 자녀로 장학금 수혜 자격을 제한한 것에 비춰 돈을 보낸 사람이
현직 소방공무원이거나, 아니면 은퇴한 소방공무원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일하는 동료를 돕고 싶어했거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뜻깊은 일을 하고 싶어 돈을 보냈을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또 담양군민으로 소방대원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거나

평소 소방대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개연성도 있다.


쪽지에 "푸른 신호등처럼 살고 싶었다.

그러나 적신호가 가로막아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이제 그것이 해결돼 행동에 옮긴다"는
시적인 문구가 적힌 점으로 미뤄 문화계 인사일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나온다.


발신자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장학금' 수혜 대상만 구체적으로 명시한 점으로 미뤄

익명의 독지가일 가능성이 크지만 이 돈이 순수하지 않은 의도로 보내졌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를 실명으로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고
이런 점 때문에 범죄와 연관된 돈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돈을 보낸 사람의 신원을 둘러싼 의문점은 해소되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각박한 세태에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훈훈한 미담'으로 결론이 나기를 바라고 있다.


한 주민은 "각박한 세태에 오랜만에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소식"이라며

"돈이 어떻게 전달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선의에서 나온 행동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bebop@yna.co.kr

(끝)

 

 

 

 
 
2억 원 넣어 보낸 사랑의 과일상자!
 
                                                                              입력시간 : 2009-07-31 15:03
 
[앵커멘트]
요즘 가뜩이나 어려운데 이런 흐뭇한 소식도 있습니다.
어제, 한적한 대나무골 전남 담양군청에 과일상자가 한 개 배달됐는데요.
놀랍게도 그 안에는 장학금으로 써 달라는 쪽지와 함께
현금 2억 원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김범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담양군청에서 공익요원으로 일하는 이돈재 씨는 배달된
과일상자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서점에서 보낸 것으로 돼 있어 책이 들어있는 줄 알았는데
정작 상자에는 돈다발이 그득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이돈재, 과일상자 최초 개봉자]
"관리하는 데가 있거든요, 책 같은 것, 거기로 이렇게 보내거든요.
우선 확인하고 보내려고 살짝 들어봤는데 그것이 돈봉투여가지고 깜짝 놀랐습니다."

상자 안에는 금융기관 세 곳에서 찾은 만 원짜리 5,600만 원과 5만 원짜리 1억 4,400만 원 등
모두 2억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상자에는 또 부친 돈은 읍·면장의 추천을 거쳐 5년 이상된 의용소방대원의
대학생 자녀들 장학금으로 써 달라는 쪽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과일상자는 광주에 있는 우체국에서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신원을 알 수 없는 할아버지가 보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우체국 관계자]
"해병대 모자 쓰고, 예, 저저, 머리가 좀 모자 쓰니까 흰머리가 밖에 나와 있고..."

담양군은 기부심사위원회를 열어 돈을 보낸 사람이 구체적인 쓰임새와 방법까지
명시한 점으로 미뤄 순수한 의도로 보낸 것으로 보고 가칭 '등불장학회'를 만들어
장학금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인터뷰:이승남, 담양군 기부심사위원회 부위원장]
"'광주 동구 충장로 2가 동명서점 김영만' 이렇게 해서 왔대요,
그런데 전화도 기록이 돼 있는데 주소도 알아보니까 불명이고 전화도 안 된다는 것이야..."

골목길에 등불처럼, 푸른 신호등처럼 살고자 했으나
적신호가 가로막아 뒤늦게나마 행동에 옮겼다는 백발의 기부천사.

담양군청에 도착한 사랑의 과일상자는 갈수록 각박해져가는 세태 속에
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와 산들바람같은 희소식이 되고 있습니다.


YTN 김범환[kimbh@ytn.co.k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