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박씨, ‘북 통제구역’ 깊숙이 안들어갔을 가능성 | |
‘금강산 피격사망’ 증폭되는 의문들 북 주장대로면 20분만에 3.3km 이동 50대 여성이 모래밭을 시속 10km로? 목격자 “총성 2방 외엔 들리지 않았다” 공포탄 경고 없이 바로 실탄사격 유력 | |
박영률 기자 손원제 기자 | |
11일 금강산 해수욕장에서 북쪽 군인의 총격을 받고 숨진 관광객 박아무개(53)씨가
군사지역으로 많이 들어가지 않은 지점에서 총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북쪽 주장대로라면 중년 여성인 박씨가 20분 만에 3.3㎞를 이동한 셈”이라며 “중년의 여성인 박씨가 치마를 입은 상태에서 백사장을 그 정도의 빠른 속도로 이동했을 것으로 믿기 어렵다”고 공식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또 금강산에 정통한 한 관계자도 “울타리에서 1.2㎞ 들어간 기생바위 초소가 아니라, 박씨가 그 전 초소 부근에서 경고를 받고 총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 박씨가 군사지역으로 1.2㎞를 들어갔을까?
13일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폐쇄회로 티브이에 찍힌 박씨의 비치호텔 출발 시각은 새벽 4시30분이고, 북쪽이 주장하는 사망시각은 새벽 4시50분으로, 북쪽 주장대로라면 박씨는 20분 동안 3.3㎞를 움직인 셈”이라며 “상식적·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 대변인은 “북쪽 설명에 따르면, 박씨는 비치호텔에서 녹색 울타리까지 1.134㎞를 산책한 뒤, 여기서 초병이 제지한 지점인 기생바위까지 1.2㎞를 움직였고, 초병이 제지하자 녹색 울타리에서 200m 떨어진 지점까지 1㎞를 도망치다가 총격을 받았다”며
“중년의 여성인 박씨가 치마를 입은 상태에서 백사장을 그 정도 속도로 이동했을 것으로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20분에 3.3㎞를 이동했으면 시속 9~10㎞에 해당한다. 또 젊은 남성인 북쪽 군인이 50대 여성인 박씨를 기생바위 앞에서 마주친 뒤 붙잡지 못하고 1㎞나 추격했다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박씨가 실제로는 그렇게 군사지역 깊숙이까지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금강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2㎞ 떨어진 기생바위는 두번째 초소가 있는 지점이고 녹색 울타리와 기생바위 사이에 첫번째 초소가 있다”며 “통상적으로 첫번째 초소 지점에서 제지하는데 북쪽 주장을 보면 박씨가 이 초소를 지나쳤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의 의견대로라면, 박씨는 첫번째 초소를 지나쳤다가 북쪽 군인들의 경고를 받고 다시 울타리 쪽으로 급히 이동했고, 이때 첫번째 초소의 군인들이 박씨에게 총격을 가했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이런 주장은 박씨가 북쪽 군사지역으로 얼마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북쪽 군인들이 곧바로 실탄사격을 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 북쪽에 ‘과잉 대응’ 책임이 있을 수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13일 현대아산은 기자회견에서 “해수욕장과 북쪽 군사지역을 가르는 관광통제선 녹색 울타리는 바닷물까지 연결돼 있지 않고, 바닷물에서 32m 가량 떨어진 곳까지만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은 “울타리와 바닷물 사이에는 1~1. 높이의 모래언덕이 있으며, 그 뒤쪽으로는 개울이 바닷물로 들어가는 곳이어서 관광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진])
따라서 박씨는 녹색 울타리를 넘어간 것이 아니고, 모래언덕을 걸어서 자연스럽게 군사지역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녹색 울타리를 쳐놓았는데도, 박씨가 이를 넘어서 북쪽 군사지역으로 들어갔다는 애초 북쪽이나 현대아산의 설명은 사실과 달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광객들에 대한 통제나 교육도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목격자 이씨는 “해수욕장 공식 개방시간인 오전 6시보다 1시간 이전인 오전 4시30분~5시께 이미 나를 포함해 5∼6명의 관광객이 바닷가에서 산책하고 있었다”며
“현장에서 녹색 울타리나 모래언덕을 넘지 말라고 알리는 안내원이나 군인, 표지판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진입금지’ 표지판은 바닷가에서 60m 가량 안쪽에 세워져 있어 바닷가를 따라 산책하는 관광객들이 이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 경고방송과 공포탄 사격은 있었나?
목격자 이씨는 “박씨가 모래언덕 쪽으로 걸어간 뒤 10~20분이 지나서 5∼10초 간격으로 두 방의 총성이 아주 가까이에서 크게 들렸다”며 “두 방 이외에 다른 총성은 들리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여성의 비명소리도 들렸는데 그것이 두 번의 총성 사이였는지, 두번째 총성 이후였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증언은, 공포탄을 쏜 뒤에도 박씨가 계속 달아나 실탄으로 두 차례 사격했다는 북쪽의 설명과 다르다.
특히 총성이 들리던 중에 여성의 비명소리가 함께 들렸다면 이것은 박씨를 숨지게 한 실탄 사격일 가능성이 크다.
애초 발표와 달리, 북쪽 군인들이 공포탄 사격 없이 바로 실탄 사격을 했다면 이 역시 ‘과잉 대응’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구/박영률, 이용인 손원제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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