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관

북풍과 쇠풍의 희비 쌍곡선

기산(箕山) 2008. 6. 27.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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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뉴시스]

웃지 말아야 하는데
헛웃음이 나오려고 합니다.
북한은 정말 한국의 영원한 적일까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봅니다.

뚱딴지같은 얘기일지 모르겠습니다만

26일 뉴스 톱이 무엇인지 체크해 보십시오.

일단 실시간 포탈 뉴스와 방송을 보시고

다음날 신문을 체크해 보세요.

지금 이 순간 포탈 뉴스를 클릭해 보십시오.

톱은 무엇인가요.

북한 핵 신고서 제출인가요,

아님 쇠고기 고시 관보게재 관련 내용인가요.

 

좀 타이밍이 절묘하다는 생각이 안 드세요.

정부와 한나라당은 하루빨리 고시 게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야 알지만

하루도 늦추지 않고 또 당기지도 않고

26일 오전에 왜 했을까요.

 

물론 그 만큼 다급함이 있었겠지요.

                                                                         미국이 수입 재개를 촉구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미국은 이날 다른 하나 더 ‘큰 것’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입니다.

북한은 이날 오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핵 신고서를 예정대로 제출했습니다.

잘 한 일입니다.

 

백악관은 이날 하루, 매우 기분이 좋은 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반도의 밑에선 쇠고기 수입재개 고시를,

위에선 핵 신고서 제출을 했으니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입니다.

27일이면 부시는 느긋하게 CNN을 시청하게 됩니다.

영변 핵시설을 파괴하는 장면인 ‘세기의 쇼’를 구경하게 됩니다.

 

‘세계 대통령’이란 맛을 어느 때보다 실감할지 모를 일입니다.

이처럼 북풍이 중국을 휘돌아 워싱턴을 세차게 강타한 뒤

한국에 상륙해 한동안 머물 것 같습니다.

 

‘쇠풍’(촛불)은 ‘북풍’을 만났습니다.

수입재개 고시와 북풍으로 이날만큼은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북풍은 강력합니다.

이번에는 전 세계로 그 위력을 떨치니 더 그럴 것입니다.

이날 벌써 세계 뉴스톱은 북핵 신고서 제출이었습니다.

 

미국산쇠고기는 외신 밸류에서 밀쳐졌습니다. 뉴스의 운명이랄까요.

국내뉴스도 북핵이 쇠고기를 눌렀잖습니까.

 

이걸 누가 계획을 했을까요. 아님 우연의 일치일까요.

외신은 그동안 한국 촛불집회에 열의를 보이더니

이날부터 북한 핵으로 보도의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AP나 로이터통신은 긴급타전, 아니 비상타전을 하느라 야단이 났습니다.

물론 쇠고기 고시도 보도를 하고 있지요.

그러나 고시가 된 마당에 얼마나 한국인들이 이를 수용할지,

그러니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수입 쇠고기 판매가 정상화 될까 하는 것으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이 MB를 도왔거나,

아님 MB가 김정일에게 한번 신세를 졌거나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북한 핵 신고서 제출 날, 쇠고기 고시를 한데는 시류와 뉴스를 보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지는 않았을까요.

괜히 과민반응 하는 것일까요.


*아래 글은 6월25일 오후 1시31분에 포스팅 한 것인데 참조하셔도 좋겠고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이미 읽은 분도 계실 것입니다.

 

<미국과 한반도 아이러니>
 거창하게 말해 보겠습니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일까요. 직선 코스로 갈까요.

아니면 흔히 말하는 나선형으로 진행하는 것일까요.

요즘 한국과 미국, 북한과 미국의 관계를 보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미국과 북한은 부쩍 가까워지는 듯합니다.

곧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그 전에 첨예하게 대립했던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문제도 풀릴 듯합니다.

 

물론 북한은 미국이 학수고대하고 있는 핵 신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26일쯤 핵 신고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때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도 함께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습니다.

 

철천지원수이고 악의 축이었던 북한과 미국이 이제는 보란 듯 어깨동무를 하고

포옹을 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곧 북한에선 영변핵시설을 파괴하는 ‘세기의 쇼’를 세계에 곧 보여주려고 한다지 않습니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정부는 북한 핵시설을 공습할 듯한 태세를 갖추며

벼랑끝으로 몰아붙이더니 이제는 반대로 북한이 스스로 CNN 등 세계 언론들을 초청해

폭파하는 장면을 선보이겠다고 하니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아래쪽은 분위기가 매우 무겁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다음달 일본에서 열리는 G-8회담 참석차 예정했던

한국방문을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촛불 열기가 뜨거워 ‘에어포스 원’이 착륙하지 못할 정도인가 봅니다.

25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아주 직접적으로

쇠고기 수입문제가 부시의 발목을 잡았다고 썼더군요.

초강대국 대통령이 혈맹관계인 한국에 못 온다니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한번 못 온다고 포기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8월 베이징 올림픽 때나 일정을 잡아보겠다고 했잖습니까.

그런데 그때도 자못 흥미로운 일, 아니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될 수 있을지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올림픽 참석 차 베이징을 방문했다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자세를 취한다는 주장입니다.

아직 회동 성사여부는 알 수 없으나 외신들은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통미봉남인지 얼마 전까지 통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지금은 스스럼없이 일어나는

국제환경입니다.

 

물론 쇠고기 하나만의 문제로 이렇게 바뀌지 않았을 테지만 말입니다.

역사의 도도한 진행을 보고 있다는 뜬금없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러나 언제 그랬느냐는 듯 북미관계가 으르렁거리는 관계로 돌변하고

한미 통상관계가 눈녹듯 풀릴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한미관계나 북미관계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의 가변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본질적으로 바뀐 것은 없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부시의 방한이 이유야 어떻든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김정일을 베이징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정세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이 스스로 핵시설을 폭파하는 것도 상상키 어려운 일이었으며

쇠고기로 인해 부시가 한국방문을 취소한 것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어제의 한미, 북미관계가 오늘과 내일의 한미, 북미 관계와 같지 않을 것이라는

단순하면서도 단순치 않은 문제를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