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관

귀천(歸天)

기산(箕山) 2007. 12. 24. 01:28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1993년 63세의 나이로 타계한 시인 천상병의 대표작 ‘귀천(歸天)’이다.

지독한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도 자신의 생애를 소풍에 비유,

저승에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겠다고 노래했을 만큼

천상병은 항상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을 지닌 채

‘영원한 자유인’의 삶을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죽음을 말하면서도 허무함·슬픔·두려움 등을 드러내지 않은

그의 맑고 담백한 시에서 무욕(無慾)과 순진무구의 극치를

느낀다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생전에 한국 문단에서 ‘마지막 순수시인’

‘마지막 기인(奇人)’ 등으로 일컬어진 배경도 마찬가지다.

1949년 시 ‘강물’이 중학교 담임교사였던 김춘수 시인의 주선으로

청마 유치환의 추천을 받아 ‘문예’지에 게재돼 등단한 이후의

숱한 기행도 지나칠 만큼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에 따른 것으로 비친다.

‘막걸리’라는 시를 3편이나 쓴 그가

주변에 막걸리 한 되 값을 ‘구걸’하기 일쑤였다는 일화도 그렇다.

하루에 막걸리 한 되와 담배 한 갑만 살 수 있으면 행복하다며

손을 벌리면서도 그 이상은 쥐어줘도 한사코 거절했다고 한다.

그 역시 맑은 심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순수함과 따뜻함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에 대해 말해 준다. 

모략을 일삼거나 계급의식과 적개심 등을 부추기는 사람이나

세력이 행세하는 사회는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

 

 

- 신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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