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1993년 63세의 나이로 타계한 시인 천상병의 대표작 ‘귀천(歸天)’이다.
지독한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도 자신의 생애를 소풍에 비유,
저승에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겠다고 노래했을 만큼
천상병은 항상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을 지닌 채
‘영원한 자유인’의 삶을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죽음을 말하면서도 허무함·슬픔·두려움 등을 드러내지 않은
그의 맑고 담백한 시에서 무욕(無慾)과 순진무구의 극치를
느낀다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생전에 한국 문단에서 ‘마지막 순수시인’
‘마지막 기인(奇人)’ 등으로 일컬어진 배경도 마찬가지다.
1949년 시 ‘강물’이 중학교 담임교사였던 김춘수 시인의 주선으로
청마 유치환의 추천을 받아 ‘문예’지에 게재돼 등단한 이후의
숱한 기행도 지나칠 만큼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에 따른 것으로 비친다.
‘막걸리’라는 시를 3편이나 쓴 그가
주변에 막걸리 한 되 값을 ‘구걸’하기 일쑤였다는 일화도 그렇다.
하루에 막걸리 한 되와 담배 한 갑만 살 수 있으면 행복하다며
손을 벌리면서도 그 이상은 쥐어줘도 한사코 거절했다고 한다.
그 역시 맑은 심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순수함과 따뜻함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에 대해 말해 준다.
모략을 일삼거나 계급의식과 적개심 등을 부추기는 사람이나
세력이 행세하는 사회는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
- 신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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