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관

'총대 메는' 지식인들...

기산(箕山) 2007. 2. 20. 10:03

                                                                                      2007년 2월 20일 (화) 08:27   경향신문

‘총대 메는’ 지식인들…대선 대리전?

 




‘지식인 대선’인가.
 
한국 문단과 지성계를 대표하는 작가·학자들의 대선 관련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념적으로는 보수·진보를 넘나들고,
발언 내용도 시대정신부터 특정 정파·주자에 대한 사실상 지지선언까지 망라한다.
 
‘미래구상’과 뉴라이트는 현실정치에 직접 발을 들여놨고,
유력 대선주자들의 문전에는 자문그룹을 자임하는 교수들이 넘쳐난다.

지식인들의 총력전은 올 대선이
‘87년 체제’를 마감하고 ‘2007년 체제’를 수립하는 정초(定礎)선거가 될 것이라는 점과
10년 만에 보수세력이 다시 집권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유례없는 ‘지식인 총출동’을 두고 정당한 현실참여라는 긍정론과 지식인들의
권력지향성이라는 비판론이 함께 나오고 있다.

‘참여형 지식인’ 가운데는 ‘국민작가’ 칭호를 듣는 베스트셀러 소설가들이 두드러진다.
 
포문을 연 것은 이문열씨.
지난해 말 참여정부와 386 정치인을 비판한 소설 ‘호모 엑세쿠탄스’를 펴낸 이씨는
“보수 우파의 짐을 기꺼이 떠맡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 검증론에 대해선 “‘내전의 칼’로 쓰이는 것은 안 좋아보인다”고 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황석영씨는
지난달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나라도 총대를 멜 생각이 있다”며 현실정치 참여 의지를 내비쳤다.
황씨와 가까운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염두에 두고 ‘킹메이커’를 자처한 것이라는 비판
(이승철 시인)이 뒤따랐다.
 
조정래씨는
“민주화 세력의 집권 15년이 정치 무능으로 실패했고,
그 결과 차기 정권은 필연적으로 보수세력이 잡을 것”(13일 뉴스메이커 인터뷰)이라고 말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런 상황 인식에 대해 “보수세력 (재)집권을 당연시하는 듯한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은
자못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소설가 김진명씨는
신작 ‘나비야 청산가자’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여권 후보로 등장시켜 논란을 야기했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보수 기독교 세력과 대립하고 있다.
김교수는 지난달 31일 “종교인들이 거대한 사교클럽을 만들고 압력단체화해
정치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
기독교인들은 정치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수사회도 대선문제로 달궈지고 있다.
우선 최장집(고려대)-조희연(성공회대)-손호철(서강대) 교수로 이어지는 ‘보수집권 수용론’
논쟁이 뜨겁다.
 
유력 대선 주자 캠프에는
‘폴리페서’(‘politics’와 ‘professor’의 합성어·정치권에 줄을 대는 교수)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시민운동과 결합한 지식인들은
진보 쪽의 ‘미래구상’, 보수 쪽의 ‘뉴라이트’로 현실정치의 문턱을 넘어섰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정책·이념에 대한 콘텐츠와 비전을 가진 분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도
“(지식인들이) 정치적 정체성을 표현해도 편안해진 분위기가 있다.
좋은 환경이라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인들은 부인하겠지만, ‘나 아니면 안된다’는 인식에 기반한 ‘권력지향’”이라고 비판했다.
 
문학평론가 이명원씨도
“정치소설은 시간과 거리를 두고 분석을 해야 하는데 ‘현재진행형’ ‘르포라이팅’ 식의
정치소설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광호·김종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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