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관

'한국경제' 구름 걷힐까...

기산(箕山) 2007. 2. 20. 02:59

                                                                                         2007년 2월 19일 (월) 19:14   한겨레

 

한국경제 구름 걷히고 쨍 할까?

 
안밖 위험변수 점검

올해 우리 경제에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됐던 대내외 위험 요인들이 서서히
걷혀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6자 회담이 타결되고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줄어든데다,
부동산 시장도 불안하기는 하지만 집값이 내리기 시작했다.
또 환율은 급락 우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고,
국제 유가도 하향 안정세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위험 요인들이 이렇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려간다면 올 하반기에
경기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다만 가계 부채 부담과 소비·고용 부진은 아직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 안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남아 있는 만큼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예상보다 쉽게 풀리는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
 
올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2% 초반대로 낮아질
가능성이었다.
미국 경제의 경착륙은 곧바로 우리나라 수출 둔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5%에 이른 것으로 나오고,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주 미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3%로 내놓으면서 연착륙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들도 미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말 2.3%로 예측했다가
최근 2.5%로 올렸고,
일부 투자은행들은 3%의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애초 북한 핵 문제의 경우
심각한 상황으로 가지 않는 한 경제 전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봤으며,
오히려 미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혔는데
이 리스크가 2~3달 전보다 조금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급락과 고유가 걱정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한때 달러당 914원까지 내려갔으나,
올 들어서는 930~94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만 원-엔 환율이 100엔당 770원 안팎까지 떨어진 것은 부담스런 대목이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가 글로벌 달러 약세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엔 약세가 좀더 진행될 것이라는 인식은 있다”며 “
그러나 경상수지 등 수급 여건을 볼 때 원-달러 환율이 많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올 들어 한달 반 동안 배럴당 평균 53.6달러에 거래돼
지난해 평균 61.6달러보다 14%나 떨어졌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겨울철 이상 고온으로 석유 수요 증가 폭이 둔화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영향이 크다”며
“올해 유가는 애초 전망한 ‘기준 시나리오’(58.2달러)보다는 ‘저유가 시나리오’(51.9달러)로
전개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폭등했던 집 값이 진정된 것도 긍정적이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값은 최근 주간 상승률이 0~0.1% 안팎으로 떨어져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강남 3개 구의 아파트값은 ‘1·11 부동산 대책’ 이후
3주 연속 하락했고 재건축아파트 값도 4주 연속 떨어졌다.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 커져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엘지경제연구원 등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대내외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올해 경제 전망치를 수정할 단계까지는 아니라고 밝혔다.
 
위험 요인들이 개선되는 양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이른데다 가계 부채 문제가
복병으로 남아 있고 내수와 고용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제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려면 이런 여건이
상당 기간 지속된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며
“현재로선 경기의 진폭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가계 부채와 내수 부진은 대표적인 복병으로 꼽힌다.
 
고유선 대우증권 거시경제팀장은 “하반기로 갈수록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질 것”
이라며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부동산 가격 조정과 이에 따른 가계 부채의 부실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원동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대외 리스크가 조금 완화되고는 있지만 내수 모멘텀은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미국 경제의 회복과 환율 상승, 유가 하락 등의 요인들이 시차를 두고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올 하반기 경기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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