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관

'국궁' 부활의 꿈

기산(箕山) 2006. 11. 5. 01:47

                                                                                      2006년 11월 2일 (목) 16:42   한국일보

 

'국궁' 100년만에 부활의 꿈

 




깨어나라 주몽의 후예들! 우리 활이 부른다

MBC의 사극 <주몽>의 열기가 뜨겁다. 매회 4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몇 개월째 안방극장을 호령하고 있다. 다양한 요소가 드라마의 재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특히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주인공 주몽의 활솜씨이다. 눈을 천으로 가린 채 화살을 과녁에 명중시키는가 하면 한꺼번에 두세 개의 화살을 날리고, 날아오는 화살을 쏘아 떨어뜨리기도 한다. 주몽이 활시위만 당기면 사람들은 짜릿한 긴장감에 이어 가슴이 후련해지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우리 민족의 옛 이름이 동이(東夷)족인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 ‘대륙 동쪽에 사는 큰 활(大+弓)을 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듯 우리 전통무예의 선두에는 언제나 활이 있었다. 서양식 활쏘기인 양궁에서 그 후예들인 우리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 활쏘기(국궁, 궁도)는 상대적으로 크게 대중화하지 못한 채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드라마 <주몽>의 인기에 자극을 받았을까? 우리 국궁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궁도인들의 대중화 노력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한국국궁문화세계화협회(국궁협회)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국고를 지원 받아 한국 궁술의 원형 복원을 위한 디지털 콘텐츠를 완성했다. 또 그 동안 거의 사라졌던 기사(騎射ㆍ말을 타고 달리면서 활을 쏘는 것)를 비롯한 기마궁술문화를 부활시키기 위해 서울 난지도 국궁장에 시설을 추진중이다.

현재 우리의 국궁인구는 2만5,000명에서 3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같은 전통무예인 태권도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조선시대까지 무인은 물론 문인들의 필수 수련 항목이 바로 궁술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초라할 정도이다.

국궁의 위세가 크게 꺾인 때는 조선말, 신식 총포가 군대에 보급되면서부터이다. 서양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사와, 거꾸로 우리 전통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하가 팽배했던 개화기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궁술은 갑자기 설 자리를 잃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고종 황제가 경희궁에 활터와 정자 황학정을 만드는 등 장려에 나섰지만 경희궁이 일제에 의해 철거되는 바람에 황학정이 사직동으로 옮겨지며 기운이 위축됐다. 우리 민족 문화를 말살하려는 정책을 편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궁술에 대한 인식이 더욱 약해진 것은 당연한 결과. 게다가 당시 궁술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식자층, 재산가 등 독립운동과 연관될 수 있는 ‘요주의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활터에서의 자유로운 활동이 쉽지 않았다.

그러면 해방이 된 지 6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국궁의 부활과 대중화가 미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궁도인들은 가장 큰 이유로 국궁에 대한 인식을 꼽는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일부 계층만 누리는 특수한 심신수련법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국궁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으로 기본 장비를 갖추고 기초적인 입문교육을 받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며 심신을 단련시킬 수 있는 전통무예이다. 현재 전국에 350여 개의 국궁장이 있는데 대부분 1개월 사용료가 2~3만 원 정도로 아주 저렴하다.

국궁의 대중화가 부진한 두번째 이유는 초ㆍ중ㆍ고등학교 등 교육 체계 안에서 국궁을 보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거의 없다는 것. 체육교사 국궁 연수 등을 통해서 교육자들이 먼저 국궁을 접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보급하는 형식의 체계적인 대중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화살을 쏘아 과녁을 맞추는 단순한 경기방식도 개선의 필요가 있다고 한다.

드라마 <주몽>에서 주몽의 활쏘기가 ‘멋있어 보이는’ 이유는 탤런트 송일국이 수년 전부터 국궁을 제대로 배운 준비된 연기자였기 때문이다. 활쏘기는 과녁을 맞추는 ‘결과의 무예’가 아니라 첫 자세부터 시위를 놓는 순간까지 전체를 중요시하는 ‘과정의 무예’이다.

따라서 궁도계에서는 국궁은 궁술(弓術)이 아니라 ‘사예(射藝)’의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심신을 수련하는 무예이면서 또한 몸과 마음, 자세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의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중구난방식 교육 방법을 통합할 수 있는 정통한 텍스트를 만들고 이를 각종 대회의 평가에 적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따져보니 난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크게는 세계적인 한류 열풍, 작게는 전국 드라마 촬영장의 인기 관광지화 등 인기 드라마의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한다. 드라마 <주몽>에 힘입어 1세기만에 다시 날개를 펼칠 기회를 잡은 우리의 전통무예 국궁. 과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을까.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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