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뚫린' 층간소음, 대안은 기둥식인데..
경향신문 | 전병역 기자
입력 2016.08.20. 18:33 | 수정 2016.08.20. 21:30
▲ 청소기를 천장에 거꾸로 매달아 켜 둔다.
▲ 선풍기 날개에 고무를 붙여서 천장에 대고 돌리면 ‘탁, 탁’ 때리는 소음을 낸다.
▲ 휴대폰에 각종 소음을 넣어 화장실 환풍구에 대고 튼다….
이는 윗집의 층간소음에 시달리다 못해 준비한 ‘처절한 복수극’의 단면들이다.
막대로 천장 두드리기는 원시적인 방법이다.
인터넷 쇼핑몰에는 ‘층간소음 종결자’라고 무려 90W짜리 ‘복수 스피커’까지 등장했다.
층간소음 갈등은 애꿎은 피해자도 낳는다.
복수극을 준비했지만 정작 위층 탓이 아니라면?
한 시민이 인터넷에 올린 사연은 이렇다.
“아랫집은 2주에 한 번은 인터폰을 하거나 찾아오거나 방바닥이 울리게 쿵쿵 치고 있다.
문제는 그 쿵쿵댄다는 소리가 우리도 들린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집에 없는 날도 관리실에 신고를 한다….”
2013년 6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층간소음 엑스포’ 행사에서 진행요원들이 여러 가지 소음을 연출한 모습.
/정지윤기자
층간소음은 분명 이웃 간의 배려 문제이긴 하지만,
그전에 건축구조나 기술 측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오해와 진실을 최대한 인식하고 공유한 뒤에야
이웃을 이해하는 마음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어서다.
바닥은 두꺼워지는데 왜 갈등 늘까
먼저, 언제 지어진 집인지부터 볼 필요가 있다.
2005년을 기점으로 건축기준이 상당히 바뀌었다.
2004년 정부 고시가 나오기 이전에는 층간소음 기준 자체가 없었다.
7월 2일 경기 하남시 층간소음 살인사건이 난 아파트도 2004년에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층간소음 민원을 봐도 건물 준공연도와 어느 정도 상관성이 드러난다.
환경부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집계 결과를 보면,
2012년부터 올 5월까지 현장진단 1만6514건 가운데 2009년 이후 준공이 2316건으로 14%다.
1999년 이전 준공 건물은 3624건으로 21.9%, 2000~2007년이 3437건으로 20.8%,
2008년은 428건으로 2.6%를 차지했다.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을 따질 때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일단은 바닥 두께가 중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은 거의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다음은 실제 충격음이 얼마나 전달되는지다.
공동주택 바닥은 대체로 이렇다.
벽식 구조를 보면,
콘크리트 슬래브(210㎜) 위에 소음을 막기 위한 차음재로서 완충재(20㎜)를 얹고
또 경량 기포콘크리트(40㎜)와 마감 모르타르(40㎜)까지 더하고,
그 위에 다시 마루·장판 같은 바닥마감재를 10㎜ 정도 얹는 구조다.
그래서 모두 330㎜ 두께가 기본으로 일컬어진다.
2005년 7월 이전에는 공동주택 바닥 두께,
정확히 말하면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가 120~180㎜만 되면 괜찮았다.
특히 2014년 5월 이후 기둥식 구조 아파트는 150㎜로, 벽식 구조는 210㎜로 높였다.
두께를 키우면 건축비가 올라간다.
콘크리트도 많이 쓰는 데다, 하중이 무거워져서 이를 견디려면 그만큼 더 튼튼히
설계하고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전용면적 85㎡인 공동주택의 슬래브 두께를 150㎜에서 210㎜로 키우면
공사비가 가구당 140만원이 더 든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최용화 경기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차음재는 깔더라도 좋은 걸 쓰지 않고 저렴한 스티로폴 재료를 많이 쓴다”며
“슬래브 두께 210㎜는 사실 과한 편이며, 밀도가 높은 단단한 차음재를 30㎜ 이상으로
강제하는 게 효과가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콘크리트 강도가 높아져 더 이상 슬래브 두께는 높일 필요가 없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최 교수는
“예전에 일반 아파트 콘크리트 강도는 21㎫(메가파스칼)이었는데
요즘은 적어도 24㎫에서 27㎫까지 높아졌다”고 밝혔다.
콘크리트 강도를 나타내는 단위인 ㎫은 1㎠ 면적당 10㎏의 하중을 견디는 강도를 가리킨다.
24㎫이라면 1㎠당 240㎏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초고층 아파트에 50㎫ 이상이 쓰이기도 하지만
일반 아파트에 24㎫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슬래브 두께를 규정한 ‘표준바닥구조’와 별개로 바닥 충격음에 대한 ‘인정바닥구조’ 기준도 중요하다.
충격소음을 규제한 것이다.
문제는 한동안 바닥 두께 기준이나 충격음 기준 중에 하나만 충족하면 되도록 해왔다는 데 있다.
건설사에는 비용상 유리한 쪽을 하나 선택하게 했고, 층간소음을 키운 한 화근이라는 평가도 있다.
2013년 2월 층간소음 살인사건 이후 사회적 지탄을 받자
정부는 2014년 5월 이후 사업계획 승인부터 두께와 충격음을 동시에 충족시키도록 강화했다.
전문가들 중에는 두께와 충격음을 둘 다 규제하는 것은 자원 낭비라는 시각도 있다.
바닥충격음 기준 측정방법은 오락가락했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5월 처음으로 ‘임팩트볼’ 방식도 측정방법으로 쓰도록 추가했다가,
2015년 9월부터 다시 종전의 ‘뱅머신’ 방식만으로 되돌렸다.
임팩트볼 방식은 배구공 크기의 2.5㎏ 무게 공을 1.2m 높이에서 떨어뜨린
충격량(150∼250㎏)이 어린이가 뛸 때 충격량(100∼250㎏)과 비슷하다며 도입했다.
그러나 뱅머신 방식보다 충격량이 적어서 기준이 느슨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뱅머신 방식은 타이어(7.3㎏)를 1m 높이로 들어 올렸다가 떨어뜨린 충격(420㎏)으로
소음을 측정한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이철승 연구원은
“소음의 75% 정도는 뒤꿈치로 걷는 중량충격음에 따른 진동에서 나온다”며
“2004년부터 타이어를 이용해 실험했는데 실생활 충격(어린이 충격음 125hz)에 비해
너무 저주파(64~65hz)가 많아서 2014년 5월부터 임팩트볼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팩트볼 방식으로는 건설사에게 1등급 정도 유리하게 나오자
종전 뱅머신(타이어) 방식으로 다시 바꿨다.
바닥 두께만큼 중요한 건물구조…‘기둥식’의 가능성
바닥 두께나 충격음 자체 크기 못잖게 진동이 어떻게 전해지느냐도 중요하다.
그동안 간과돼 오다가 근래 새삼 주목받는 게 바로 건물 구조다.
흔히 건물 구조는 크게 벽식과 기둥식, 무량판식으로 나뉜다.
벽식은 기둥이 없이 벽으로 천장을 받치는 구조로, 국내 절대다수 아파트에 쓰인다.
기둥식 구조(라멘 구조)는 큰 기둥들이 천장을 받치고 동시에 바닥에는
여러 보가 가로놓여 받치는 구조다.
무량판식은 기둥이 천장을 받치되 보는 따로 없는데, 사무용 빌딩에 주로 쓰인다.
층간소음은 기본적으로 바닥의 울림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즉 바닥 진동이 벽이나 기둥을 타고 다른 세대로 전해지는 식이다.
바닥을 두껍게 하고 차음재를 써서 울림 자체를 줄이는 게 일차적 방편이다.
그다음은 전달을 적게 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때 구조가 영향을 미친다.
벽식 구조에서는 바닥 울림이 고스란히 벽을 타고 다른 세대로 전달되는 맹점이 있다.
쉽게 말해 진동을 일으킨 바닥과의 접점이 모든 벽으로 넓게 이어져 있기 때문에 전달이 잘 된다.
특히 벽식 구조라면 7층의 쿵쿵대는 소리가 5층·4층까지는 물론, 거꾸로 위로 8층으로도 더 잘 전해진다.
반면 기둥식은 벽은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 핵심은 기둥과 보이다.
바닥의 충격음, 진동이 보와 기둥으로 분산된다. 바닥 충격이 기둥을 타고 전달될 가능성이 줄어든다.
이철승 연구원은
“네모난 상자를 두드리면 벽이 공진현상을 일으켜 진동이 증폭된다.
벽식 구조 아파트가 이런 형태다”라며
“구조가 중요한데 우리는 그동안 너무 바닥 두께나 차음재에 치중해 왔다”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조사해보니
기둥식 구조가 벽식 구조보다 층간소음 차단 효과는 1.2배 높았다고 한다.
2009년 당시 국토해양부 조사에서
기둥식 구조는 벽식 구조에 비해 바닥 두께 기준은 60㎜ 얇은데도
중량 충격음 만족도가 80%로 벽식의 65%보다 높았다.
그러나 기둥식은 공사비가 더 들어가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꺼린다.
분양가가 올라갈 수 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벽식 구조의 실내 층고는 평균 2.9m, 골조 공사비는 3.3㎡당 66만원이다.
기둥식은 층고가 3.25m로 더 높고 공사비는 3.3㎡당 82만원 선이다.
전용면적 85㎡ 기준으로 공사비가 500만원 정도 더 든다. 자연히 기둥식 아파트는 희귀하다.
2009~2011년 아파트 중 벽식은 85%지만 기둥식 아파트는 2%, 무량판 아파트는 13%에 그쳤다.
그런데 원래 벽식 일색이었던 게 아니다.
1980년대까지는 기둥식 아파트가 많았다.
분당, 일산, 평촌 등 신도시가 대단위로 들어서면서 빨리, 싸게, 많이 아파트를 지으면서
벽식 구조가 보편화돼 버렸다. 공기 단축이 곧 돈이기 때문이다.
건설기술연구원 산하 건축도시연구소 김경우 선임연구위원은
“기둥식은 바닥과 일체형이 아니어서 소음이 더 적다”며
“대신 벽식 11개 층과 기둥식 10개 층이 비슷할 만큼 층고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둥식은 벽이 부수적이어서 평면도를 바꿀 수 있어 유동적이고, 건물 수명도 오래간다.
관이 낡았을 때 교체하기도 수월하다”고 밝혔다.
다만 기둥식 구조도 유의할 점이 있다.
기둥식 특성상 벽면은 보조적이다보니 신경을 쓰지 않아 가구 내 소음이 커지곤 한다.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최용화 교수는
“위례신도시의 모 아파트는 기둥식이 좋다고 지었지만 벽면을 경량식 칸막이로 짓는 바람에
세대 안에서 방 사이 소음(간벽소음)이 심각해 민원이 크다”고 지적했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이웃 간 배려’
법규상 층간소음은
뛰거나 걷는 동작 등에 따른 ‘직접충격 소음’과
TV, 음향기기 등 사용에 따른 ‘공기전달 소음’으로 나뉜다.
그러나 욕실, 화장실 및 다용도실 등에서 급수·배수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은 제외된다고
주택법 등에 규정돼 있다.
또 아파트 이외에 오피스텔, 다가구·다세대주택, 고시원, 기숙사도 적용받지 않는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층간소음은 기본적으로 건물 구조적인 문제인데 가장 큰 문제는 깊은 연구를 하지 않는 점”이라고
말했다.
차 소장은
“1970~80년대 기둥식으로 하다가 공기 단축과 비용 등 여러 면에서 벽식이 좋다고 돌아섰는데,
요즘은 다시 기둥식을 거론한다”며
“진동 등에 대한 정확한 연구부터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 소장은
“2004년 정부 설문조사를 보면 가구당 500만원 분양가가 올라가더라도
층간소음 차단을 강화하는 걸 찬성한다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층간소음의 가장 확실한 대안은 이웃 간 배려, 즉 충격완화용 깔판과 덧신, 뒤꿈치 들기 따위다.
다만 개인 노력에 맡기기 전 바닥 두께 강화나 기둥식 구조 확대 같은 제도 보완을
더 찾아야 한다는 견해도 많다.
소음이 얼마나 차단되는 공동주택인지 확인토록 주택성능등급표시제를 현실화시키는 것도
한 방안이다.
2006년 도입된 주택성능등급표시제는
소음 차단, 채광, 실내 공기질, 수리 용의성, 소방안전 등 성능을 1~4등급으로 나눠 공개하는 제도다.
2014년 6월부터 1000가구 이상 공동주택 사업자는 54개 성능에 등급을 인정받아 ‘입주자 모집공고’ 때
표시토록 의무화했다.
소음 관련은 ‘경량충격음·중량충격음·화장실소음·경계소음 등’이다.
다만 1000가구 이상 대단지에만 적용한다.
입주자 모집공고 때 한 번 하면 돼 나중에 들어간 주민은 등급을 알기 어렵다.
자동차 연비처럼 주택성능등급도 언제든 알기 쉽게 공개하도록 제도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서울신문>이 조사한 결과, 2008~12년 적용 대상 아파트 184곳 중에
경량충격음 1등급(43㏈ 이하)은 3곳(1.6%)뿐이었다. 125곳(67.9%)은 4등급이었다.
중량충격음이 1등급인 아파트는 한 곳도 없었다. 159곳(86.4%)은 중량충격음 최하등급인 4등급이었다.
층간소음 표시제 대상은 적어도 500가구 이상 아파트로 확대하고,
하자보수 대상으로 적용케 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후분양제 또한 층간소음을 예방하는 근본 대책일 수 있다.
차 소장은
“바닥 두께가 중요하지만 400~500㎜로 높이더라도 새벽에 쿵쿵대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로 6개월이 넘지 않았을 때는 층간소음을 편지나 쪽지로 얘기하는 건 괜찮은 편인데,
1년을 넘어가면 직접 표출은 위험해진다”고 조언했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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