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은 땅 밑부터 무너지는 중 '심각한 지하 인프라 노후'
하수관로 눈으로 확인해 보니 '도시속의 시한폭탄'
매일경제 석민수 입력 2015.12.20. 16:16
지난달 20일 서울 동남권의 한 이면도로.
멘홀 뚜껑을 열고 사다리를 이용해 지하 3m 깊이의 하수관로로 내려가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장화가 살짝 잠길 듯한 깊이에 발이 닿자 뭔가 물컹한 느낌이 들었다.
거푸집으로 쓰였던 나무가 떨어져 썩은 것을 밟은 것이다.
벽면에 손을 살짝 대자 삭을 때로 삭은 콘크리트 조각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일부 구간은 지상으로까지 구멍이 뚫려 빗물이 흘러들어왔다.
1970년대 초에 지어진 하수관로가 이렇다할 보수공사 없이 사실상 방치된 결과다.
안내를 맡은 박창옥 한국재난연구원 부장은
“지상에서 무턱대고 구멍을 뚫었다가 하수관로가 나타나자 대충 덮어높은 흔적”이라며
“노후화가 심해 방치하면 하수관로가 무너질 수 있다”며
“지상까지 영향을 미칠 사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수관로의 노후화는 하수배출 문제에 그치지 않고 도로함몰로 이어진다.
김재승 서울시 하수관리팀장은
“서울에서 최근 증가한 도로함몰의 81%는 노후 하수관로 때문에 초래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체 하수관로의 중 절반 가량인 48.4%(약 5000km)가 30년이 넘었다.
50년 넘은 하수관로도 전체의 30.5%(3,174km)에 달한다.
하수관로의 적정 수명은 30~40년이다.
하지만 하수관로 정비가 이뤄지는 것은 연평균 143km에 불과하다.
현재 속도로 정비를 하면 50년 이상된 하수관로 정비에만 22년 이상 걸린다는 이야기다.
그 사이에 노후화율은 더 진행되며 땅 속에 폭탄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땅 속 폭탄’은 하수도뿐만이 아니다.
총 연장 327km의 서울시 지하철도 지금과 같은 유지보수 수준으로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먼저 지어진 1~4호선 곳곳에서
노후 전차선로(전동차에 전력 공급 위해 선로에 설치된 공작물)와 노후 전동차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가 한달에 한번꼴로 발생하고 있다.
현재 서울메트로(1~4호선)가 운영하는 전동차 1954량 중 56.9%(1112량)이 사용되기 시작한 지
21년이 넘는 노후 전동차다.
승객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전차선로의 노후 문제는 더 심각하다.
1~4호선 총 연장 436㎞나 되는 전차선중에 215㎞(56.9%)가 내구연한이 다돼 교체가 시급하다.
1970~1980년대 압축성장 시기에 건설에만 급급했던 땅 속 사회간접자본들이
관리부실로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지방 도농지역에서는 수돗물을 공급해주는 상수도 인프라가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노후 상수관로에서 새나간 수돗물은 약 80억t에 이른다.
해마다 새고 있는 물의 양이
전국 생활용수·공업용수 전용 댐 16개의 저수용량(7억6000t)보다 많은 셈이다.
올해 극심했던 가뭄도 낡은 상수도 인프라와 무관치 않다.
지하 인프라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향후 더 큰 비용을 초래할 ‘폭탄’이 되고 있지만
심각성은 땅 속에 굳게 묻혀 있다.
담당 공무원 정도를 제외하면 땅밑 세상이 일으킬 수 있는 위기에 관심있는 사람이 없다.
국회나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유지,보수를 위한 예산 배정에 인색하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상수도관 지하철 등 지금까지는 편리함을 가져다준 시설이
이제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는 시기가 됐다”며 “선제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 석민수 기자 / 최희석 기자]
어지러웠던 2015년 '교수신문 올해의 한자'는 혼용무도
‘혼용무도(昏庸無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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