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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 "문경지교" ..전교조-서울시교육청 불꽃튀는 '고사성어 언쟁'

기산(箕山) 2015. 11. 25. 10:16

"계륵" "문경지교" ..전교조-서울시교육청 불꽃튀는 '고사성어 언쟁'

 

                                                                                한겨레 | 입력 2015.11.24. 17:56 | 수정 2015.11.24. 18:06

 

전·현직 대변인, 단체협약 놓고 SNS에서 언쟁

 

“계륵(鷄肋)이오!”

“문경지교(刎頸之交)와 구동존이(求同存異)가 필요하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서울시교육청의 전·현 대변인이

단체협약을 둘러싼 갈등의 와중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주고받은 ‘고사성어 언쟁’이 화제다.

 

지난 16일 법원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에 따라

합법노조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전교조는 시·도교육청에 전교조와의 단체협약 체결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내년 1월21일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 선고 이후에 단체협약을 진행하자고 버텨

전교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교조 대변인을 지낸 송원재 전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조 교육감에 대한 실망이 깊어진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조희연 교육감은 어쩌다 진보교육의 ‘계륵’이 되었나?’라는 글을 올렸다.

 

<삼국연의>에 나오는 ‘계륵’(닭갈비)에 관한 고사를 통해

진보 진영의 기대에 못 미치는 조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비판한 글이었다.

 

중국 후한 말기, 유비는 위나라 한중을 점령하고 한중왕이 되었다.

노발대발한 조조는 대군을 이끌고 토벌에 나섰지만,

군량이 떨어진 위군은 싸우고 싶어도 싸울 수 없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졌다.

 

철군을 하자니 꼴이 사납고, 결판을 낼 때까지 눌러앉자니 당장 군사들을 먹일 군량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조의 밥상에 닭갈비 국이 올라왔는데,

먹자니 뜯을 것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닭갈비가 ‘한중 땅’과 같았다.

‘계륵’이라는 고사성어의 연원이다.

 

송 전 지부장은

“지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처지가 꼭 그 꼴”이라며

“조 교육감은 취임 뒤 1년이 넘었지만 여태 진보교육감의 면모를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중평”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이 전교조 법외노조통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전교조를 다시 법내 노조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뒤에도

조 교육감이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송 전 지부장은 상당히 강도 높은 언어를 구사하며 조 교육감을 비판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 조 교육감의 ‘나 살자고 동료를 버리는 배신행위’이자,

보수세력의 눈에 들기 위해 ‘동료의 머리를 베어 바치는 투항행위’라는 지적이었다.

 

송 전 지부장은

“이러고도 조 교육감이 계속 ‘진보교육감’의 이름표를 달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며

“조 교육감은 언제부턴지 진보교육의 계륵이 되고 말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먹지도 못할 닭갈비를

언제까지나 간직할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라고 경고했다.

 

이상수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은 닷새만인 24일 페이스북에

사마천의 <사기> ‘염파인상여열전’에 나오는 고사성어를 인용한

‘문경지교와 구동존이: 세상을 바꾸는 우정’이라는 글을 올려 반박에 나섰다.

 

전국시대 조나라 장수인 염파는 제나라를 격파한 공으로 재상 자리에 올랐다.

 

인상여는 환관의 가신 출신이었으나 당시 초강대국인 진나라의 부당한 요구들을

뛰어난 언변으로 물리쳐 염파보다 높은 재상 자리에 올랐다.

 

염파 장군은 천출 인상여를 상관으로 인정할 수 없어서 만나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별렀고,

인상여는 염파를 피해 다녔다.

이에 실망한 인상여의 가신이 사직의 뜻을 밝히자 인상여는 그를 붙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진나라 왕조차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인데, 어찌 염파를 두려워하겠는가?

지금 진나라가 감히 조나라를 침략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있기 때문이네.

두 호랑이가 싸우면 둘 다 온전하기 어렵다네.

그래서 나라의 위급함을 앞세우고, 사사로운 감정은 뒤로 돌린 것이라네.”

 

이 말을 전해들은 염파는 그제서야 인상여의 넓은 뜻을 헤아렸고,

이 후 두 사람은 서로 기꺼이 목이라도 베어줄 수 있는 벗이 되었다.

생사를 같이할 수 있는 소중한 벗이란 뜻인 ‘문경지교(刎頸之交)’란 말의 연원이다.

 

이 대변인은

“공인 자리에 오른 이들의 우정과 갈라섬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며

“전교조와 교육감의 관계를 조조와 계륵의 관계에 빗대기보다,

염파와 인상여의 관계에 빗대어 생각하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하는 말씀을 드려본다”고

밝혔다.

 

이어

“전교조와 단체협약은 지금 체결하더라도 한 달 쯤 뒤에 본안 판결에 따라 효력 여부가 결정이 나는데,

언론은 본안 판결을 앞두고 서둘러 단협을 체결했다고 (조 교육감을) 비판하면서

엄청난 양의 이슈를 생산해낼 것이고, 전교조에 색깔을 입히는 보도도 쏟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변인은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고사성어로 이 글을 마무리했다.

 

그는

“서로 다른 생각과 배경을 가지고 있으나 큰 틀에서 함께 가야 할 단체나 조직이

협력해서 더 큰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구동존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구동존이란 먼저 서로 공통점을 찾아서 협력하고, 서로의 이견은 미래에 합의에 이를 때까지

협력을 위해 유보해두는 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많이 불만스러우시겠지만, 너무 빨리 판단을 내리지 마시고,

좀 더 긴 안목에서 쇠심줄처럼 끈질기게 조율하며 꾸준히 협력의 길을 모색하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전정윤 기자gg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