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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다툼 부르는 '차례상 차리기'.."간소해도 괜찮아요"

기산(箕山) 2015. 9. 27. 01:13

이슈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피로·다툼 부르는 '차례상 차리기'.."간소해도 괜찮아요"

 

                                                                                        뉴시스 | 김난영 | 입력 2015.09.26. 05:05

 

# 경기도 고양에 사는 전나래(30·여)씨는 해마다 찾아오는 명절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오랜만에 친척들을 보는 것은 좋지만, 복잡한 차례음식을 만들기가 여간 버겁지 않기 때문이다.

 

"집안에 일할 여자가 엄마와 나밖에 없는데 막상 차려 놓으면 잘 먹지도 않는 음식을

의례적으로 힘들여서 할 필요가 있느냐"는 전씨에게

차례음식 차리기는 즐거워야 할 명절을 오히려 피로하고 짜증나게 만드는 달갑잖은 일거리다.

 

한국의 전통적 유교문화의 하나인 차례가 명절의 불청객이 되고 있다.

 

명절 내내 음식을 만드느라 지친 아내들이 남편과 다투는 원인이 되기도 할뿐더러,

평소 먹지 않던 차례음식이 쉽게 남아 처치곤란이 되기도 한다.

 

 

 

 

◇ 하루 종일 기름 냄새…신체 통증도

 

부침개와 튀김 등 주로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요리들로 이뤄진 차례상은

음식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겐 곤욕이다.

 

20년 넘게 명절 때마다 시댁에서 차례음식을 만들어왔다는 박모(48·여)씨는

"옷과 팔에 기름이 튀어 따가운 건 둘째 치더라도 하루 종일 기름 냄새를 맡으면 속이 니글거린다"며

"힘들여 음식을 준비하지만 만드는 데 질려서 정작 고생한 나는 (음식에) 손도 대기 싫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부치기만 하면 완성되는 음식은 나은 축이다.

동그랑땡이나 송편처럼 반죽이 포함되는 음식은 '기피 대상' 1호다.

 

대학생 박모(26)씨는

"어릴 땐 송편을 빚는 게 재미있어서 어른들에게 끼워달라고 졸랐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하루 종일 구부리고 앉아 송편을 빚으면 지겹고 허리도 아프다.

엄마한텐 미안하지만 가능하면 음식 만드는 날엔 일부러 약속을 만들어 밖에 나간다"고 털어놨다.

 

갖은 품을 들여 음식을 만든다고 해도 명절 막바지가 되면 처치불가한 골칫거리가 되는 경우도 많다.

 

명절 때마다 분가한 자녀들이 찾아온다는 김도순(77·여) 할머니는

"음식을 만들 땐 조상님 드실 밥상을 차린다는 마음이지만 막상 아이들은 명절 음식을 안 좋아한다"며

"집에 갈 때 싸가라고 해도 싫다고 해서 명절이 끝나면 음식을 많이 만든 걸 후회한다"고 말했다.

 

◇ "외우기 어려워"…사진 찍어가는 남편들

 

차례에 참여하는 남성들은 그들대로 고민이 많다.

지방 쓰는 법이나 복잡한 차례상 차리는 법을 평소에 외워둘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 다음으로 차례를 물려받을 장손인 김모(58)씨는

"매번 명절 때마다 차례 순서와 음식 두는 법을 몰라 아버지께 혼나곤 한다"며

"아버지가 차린 차례상을 사진으로 찍어두기도 하지만 막상 명절이 끝나면 일에 치여 거들떠보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엔 차례절차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나마도 각 지방과 집안마다 차례상 차리는 법에 차이가 있는데다,

애플리케이션 이용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무용지물에 가깝다.

 

김씨는

"차례상 차리는 법을 다 외운다고 하더라도 막상 차례를 물려받으면 그대로 할지 모르겠다"며

"명절 때마다 아내가 고생하고 그러다 보면 싸우기도 하는데 가능하면 다들 잘 먹고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음식으로

간소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 간소화되는 차례…주문 음식 '인기'

 

이처럼 차례상 차리기가 녹록하지 않다보니 차례음식을 직접 만들지 않고 주문하거나,

아예 전통음식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자주 소비되는 음식으로 차리자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결혼 2년차인 박모(31·여)씨는

"친정에선 차례음식을 모두 만드는 분위기였는데 시댁은 가족 수가 적다보니 마트에서 사다가 해결하는 분위기"라며

"조상님을 생각하면 이래도 되나 싶지만 솔직히 명절에 부담이 덜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아울러

"어르신들은 차례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젊은 사람들은 기름기가 너무 많아 별로 안 좋아하지 않느냐"며

"전통음식이랍시고 만들어서 버리느니 요즘 사람들이 먹는 음식으로 대체하는 것도 절약하는 방법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국의 유교문화를 이끌어나가는 성균관의 박광영 의례부장은

"차례상을 차리는 데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박 부장은

"차례는 본래 각 가문과 지방마다 그 형식이 모두 다르다"며

"설사 홍동백서를 거꾸로 놓았더라도 조상을 생각하는 마음과 정성이 있다면 충분하다.

눈에 보이는 형식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imz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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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백서·조율이시는 근거없어..정성이 본질"

 

                                                               헤럴드경제 | 입력 2015.09.25. 11:01 | 수정 2015.09.25. 11:25

 

성균관 박광영 의례부장이 말하는 차례상

밥·국·술·고기·나물등은 기본
요즘시대 입맛 맞게 올려도 OK
형식 벗어나도 孝정신은 변치말아야

 

“홍동백서ㆍ조율이시ㆍ어동육서는 근거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간단하게 준비해도 조상께 정성을 들이는 것이 차례상의 본질입니다.

 

한국 유교문화의 본산인 성균관 박광영 의례부장은

차례상을 차리는 데 언급되는 엄격한 규칙은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성균관에서 유교 전통 행사를 책임지는 박 의례부장은

“차례라는 말 자체가 기본적인 음식으로 간소하게 예를 표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분이 차례라고 하면 어떤 절차나 법칙이 있지 않느냐고 묻고는 한다.

하지만 홍동백서니 조율이시니 하는 말은 어떠한 유학 서적에도 나오지 않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책에도 그냥 과일을 올리라는 이야기만 나올 뿐 어떤 과일을 쓰라는 지시도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차례 형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차례상에는 신과 교접한다는 의미로 술이 반드시 올라야 한다.

술에 따라오는 안주인 고기도 필요하다.

 

돌아가신 분들이 드실 밥과 국을 준비해야 하며,

나물도 준비해야 하고 후식으로 과일도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종류별로 한두 가지만 올려도 예에는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

박 의례부장의 설명이다.

 

차례상에는 꼭 전통 음식만 올려야 하는 규범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는

“차례 음식은 음복하는 것”이라며

“요즘 세상에 사는 후손들이 하는 행사이니 요즘시대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올려도

예에 맞다”고 조언했다.

 

구하기 어려운 음식이 아닌 시기에 맞는 시물(時物)을 올리면 된다는 얘기다.

 

명절마다 제수를 준비하면서 생기는 가족 간 불화도

전통에 맞는 간소한 차례상을 차리면 생길 일도 없다고 한다.

 

박 의례부장은

“어느 순간부터 명절은 여성에게 힘든 날이 됐다. 가정 불화도 생기는데 이는 옳지 않다.

 

명절은 가족이 모두 모여 조상님을 생각하고 그분의 좋은 점을 기리며 결속력을 다지는

잔치판이라는 본래 모습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형식에 얽매이지는 않더라도 조상을 향한 효(孝) 정신만은 변치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례부장은

“시대에 따라 바꿀 부분은 과감하게 바꾸는 사상이 유교”라며

“하지만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은 내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인 효”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명절은 형식에서 벗어나 이 정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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