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나는 박정희 불륜설을 퍼뜨리지 않았습니다

기산(箕山) 2014. 4. 2. 14:35

"나는 박정희 불륜설을 퍼뜨리지 않았습니다"

 

                                                                                          노컷뉴스 | 입력 2014.04.02 10:09

                                                                                          댓글1560

 

[CBS 김현정의 뉴스쇼]


-37년만에 겨우 마음 편해져.."행복"
-기억도 안나는데 수사관이 자백강요
-3년 실형선고, 정치범으로 독방감금
-다신 이런일 없어야, 손배청구 계획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 익명

서슬 퍼렇던 유신 시절,

이웃들과 모여 앉아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불륜설에 대해서 수다를 떨었다고 의심받은 가정주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주부는 단지 이런 소문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수사관의 긴급수사를 받고 감옥에 갇혀버립니다.

허위사실 유포 금지라는 긴급조치 9호에 걸린 거죠.

 

그리고 37년이 지난 2014년 3월 31일, 바로 엊그제 무죄를 선고받습니다.

그 주부는 이제 일흔이 넘은 할머니신데요.

 

도대체 뭐가 그렇게 억울했기에 37년이 지났는데 재심을 청구했을지.

가족들이 느낀 고통이라는 것은 또 어느 정도였을지, 오늘 할머니의 가족 한 분을 연결합니다.

 

남편분이세요. 익명으로 연결해 보겠습니다. 김 선생님, 나와계십니까?



◆ ○○○ >

네.

◇ 김현정 >

할머님은 그 당시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주 힘겨워 하신다고요?
◆ ○○○ >

그렇습니다. 그야말로 참 있어서는 안 될 그 시대의 그런 분위기에서의 희생이라고 그럴까.

◇ 김현정 >

할아버님은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 >

내가 칠십 여섯이에요. 39년생.

◇ 김현정 >

37년 만에 무죄를 인정받은 소감이 어떠세요, 할아버님?
◆ ○○○ >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이것은 당연히 재심을 하면 무죄가 될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집사람이 그만큼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있으니까 내가 너무 행복한 것이지, 나도.

◇ 김현정 >

이제 억울한 것 털어버렸다 해서 행복해하세요?
◆ ○○○ >

그렇습니다.

◇ 김현정 >

사건 처음으로 돌아가보죠. 그러니까 37년 전에 아내 분께서 어디서 무슨 얘기를 하신 건가요?

◆ ○○○ >

어디서 무슨 얘기를 한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수사관이 찾아와서 '사모님이 탤런트 정 아무개와 불륜설이 나온 거를 어디서 누구한테 들었습니까'

라고 물었어요.

그러니까 집사람은 1년 전 얘기니까 도저히 기억을 못했어요,

누구한테 들었다는 것 자체를. 그래서 (아내가) 기억이 안 난다고 그랬더니 그걸 갖고 집요하게

'기억을 해내라, 기억을 해내라'. 아내는 기억이 안 나니까 당연히 기억이 안 난다고 했는데

나중에 사무실로 오라고 그래요.

거기서 하는 소리가 '만약에 여기에서 사모님이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이것은 대통령에 대한,

그 어른에 대한 유언비어를 날조하고 유포했다는 그 죄를 면치 못합니다' 라고 그렇게 말하니까 집사람은 당황했지.

그것도 상대가 어떤 자연인도 아니고 엄청난 큰 어른을 갖다 그렇게 (얘길) 하니까.

(그래서 아내가)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되나, 내가 기억이 안 나는데'(그랬더니)

'제가 얘기하는 대로 하십시오' 이래 가지고 (담당수사관이) 하는 소리가 '막내동서한테 얘기를 들었다고 하십시오'.

◇ 김현정 >

막내동서한테 얘기를 들었다고 얘기하면 당신은 여기서 풀려납니다?
◆ ○○○ >

풀려납니다(라고 말하는 거다).

◇ 김현정 >

잠깐 정리를 해 보자면, 어디서 수군수군 대통령 불륜설을 얘기하다가 수사관이 들이닥친 것도 아니고

얘기를 한 적도 없는데 어느 날 들이닥쳐서 당신 1년 전에 이런 얘기했지 라면서 끌고 간 거예요?
◆ ○○○ >

어떤 여자가 집사람한테 들었다 하는 데 그것이 33번째인가 그렇대요.

◇ 김현정 >

누가 지목을 한 거군요, 나는 저 사람한테 들었습니다하고?
◆ ○○○ >

지목을 한 거예요.

◇ 김현정 >

건너건너 33번째가 아내가 된 거예요?
◆ ○○○ >

그렇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대로 제가 쓰겠다고 도장만 찍으라고 해서 찍었거든.

그랬더니 그 부분을 그 윗선에서 보니까 이것은 2주, 3주 동안에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초지일관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아, 내가 생각났다. 내 제부한테 들었다' 이러니까 위에서 들어볼 때는

이 사람이 상당히 상습적으로 질이 안 좋은 사람이 아닌가 이렇게 판단을 했다는 거예요.

그것도 추후에 내가 알아낸 거예요, 그 사실도.

◇ 김현정 >

그렇게 해서 허위 사실 날조유포란 혐의로 징역형을 받으셨어요?
◆ ○○○ >

1심인가에 구형이 7년인가 나왔고 3년이 실형이 떨어졌지.

◇ 김현정 >

그런데 아내분께서 그런 소문을 낸 적도 없지만 설사 냈다고 하더라도 이게 무슨 어디서 글 쓴 것도 아니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많은 대중한테 연설한 것도 아니고, 주부들끼리 수군수군거렸다는 거잖아요?
◆ ○○○ >

세상이 그랬어요. 누구든지간에 장차관 할 것 없이 대통령에 대한 비방이나 그런 걸 한다 그러면

바로 긴급조치 9호에만 해당이 되면 실형이 다 떨어졌어요, 그 때는.


↑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김현정 >

교도소에서는 어떤 생활을 했다고 기억을 하세요?
◆ ○○○ >

 (재판이 끝날때까지 6개월 동안) 독방에 있었어요.

◇ 김현정 >

독방이요?
◆ ○○○ >

정치범이라고 해서 독방에다 넣었어요.

◇ 김현정 >

정치범이라고요?
◆ ○○○ >

정치범이라는 건 뭐로 표시를 했냐 하면 그 당시에는 형무소에다가 감방 위에다가

빨간 딱지를 붙이면 정치범이다 이렇게 분류를 했어요.

그리고 면회를 올 때도 그 수의에다가 빨간 딱지를 붙이고 나왔다고.

◇ 김현정 >

평범하던 주부가 어느 날 정치범이라는 이름으로 독방에서 살아야 했을 때, 이건 상상할 수가 없는데요.
◆ ○○○ >

왜 안 그렇겠어요? 지금도 그러니까 이 얘기를 끄집어내도 몸서리를 치는 거지.

옛날에 그때의 그 누명을 쓰고 그 안에서 있을 때 혼자서... 상상을 하겠어요.

◇ 김현정 >

37년 지났는데도 몸서리를 친다?
◆ ○○○ >

그럼요.

◇ 김현정 >

아내분이 그런 일 당하는 동안 가족분들은 어떠셨어요?
◆ ○○○ >

나는 그때 모든 내 나름대로 사업을 하던 것도 그냥 일단은 접고,

또 그다음에 압구정동에서는 현대에서는 못 살겠어, 분위기로 봐서는.

◇ 김현정 >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사셨어요?
◆ ○○○ >

거기서 일어난 사건이에요, 이것이. 그리고 그렇게 되면 직계 가족에 한해서는 내가 해외 출국을 하든지

출장을 가든지 이러면 반드시 관할 경찰서 정보과에 신고를 해야 돼요.

그래서 갔다오면 또 왔다고 신고해야 되고. 그런 피해가 참 말을 못하는 거지.

나도 그 한 기간 동안은 사람 기피증 비슷한 게 있었어요.

◇ 김현정 >

대인기피증까지...
◆ ○○○ >

이래저래 소문 들은 사람 만나면 어떻게 됐나 물어보면 그것 설명하기도 싫고,

그러다가 세월이 지나가지고 거기서는(압구정동) 우리가 바로 이사를 나와버렸어요.

◇ 김현정 >

부인이 감옥에 계신 그 기간 동안만 남편분이 사업차 출장갈 때 일일이 신고하시고 하셨던 거예요,

아니면 석방 후에도 그러셨어요?
◆ ○○○ >

그게 아니고 나와서도.

◇ 김현정 >

나와서도?
◆ ○○○ >

전두환 대통령이 되고 나서 긴급조치 9호를 없애고 나서는 나는 해제됐지.

◇ 김현정 >

그때까지 그러면 계속해서 다 감시받고 신고하고?
◆ ○○○ >

그렇습니다. 그 당시에 죄명을 쓴 가족들은 다 그랬어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 김현정 >

그런데 37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재심청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 ○○○ >

지금 교회 권사 직분 가지고 있으니까, 내가 가기 전에 믿는 사람으로 이런 걸 남기고 가서는 안 된다,

그래서 (재심청구)한 거예요.

◇ 김현정 >

권사 직분 가지고 있는 종교인으로서 명예는 지키고 가야겠다, 억울한 누명은 벗고 가야겠다?
◆ ○○○ >

그렇죠.

◇ 김현정 >

앞으로 소망이 있으시다면?
◆ ○○○ >

소망은 가능하면 이런 일은 이제 없어져야 되는 그런 사회가 와야 되겠죠.

억울한 사람들 신청하고 이런 게 매일 매스컴에 나오고 하니까 그렇게 (재심청구) 한 겁니다.

◇ 김현정 >

혹시 국가에 손해배상 청구 같은 걸 할 생각도 있으세요?
◆ ○○○ >

변호사님이 그러더라고. 그때 피해보고 그런 것은 요새는 국가가 다 보상을 해 주니까 배상청구를 하겠다고.

그래서 그렇게 하라고 그랬어요.

◇ 김현정 >

알겠습니다. 지금이나마 참 오래 걸렸습니다마는 지금이나마 이렇게 무죄 판결을 받고 홀가분히 털 수 있게 되신 것,

저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요.
◆ ○○○ >

이런 일이 이제는 없겠죠.

◇ 김현정 >

그래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어려운 인터뷰 고맙습니다.
◆ ○○○ >

네,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