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요즘 아파트 층간갈등 '담배 냄새' 때문

기산(箕山) 2013. 7. 15. 18:28

요즘 아파트 층간갈등 '담배 냄새' 때문

 

“아래층 베란다서 담배 피우지마” “금연구역도 아닌데 왜 간섭”

 

                                                                           문화일보 | 장병철기자

                                                                           입력 2013.07.15 11:46 | 수정 2013.07.15 14:11

 

서울 중구 신당동의 A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45) 씨는 지난 6월

담배연기 문제로 아랫집과 크게 다퉜다.

날씨가 더워진 탓에 베란다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생활하는데

아랫집에서 피운 담배연기가 수시로 집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과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있는 상황에서

담배연기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일이 매일 반복되자 아랫집을 찾아가 항의했지만

아랫집 이웃은 "금연구역도 아니고 내 집 베란다 창밖으로 담배를 피우는데

그걸 피우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며 오히려 화를 냈다.

 

김 씨는 주민자치위원회에 담배연기 문제를 건의하려 했지만

위원회에서도 제재할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결국 아예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고 지내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의 B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모(여·35) 씨는 결혼 후 4년 만에 어렵게 아이를 가졌는데

최근 아랫층에서 가끔씩 올라오는 정체 모를 담배연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랫집에 문의했지만 아랫집에서는

"우리집은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며 "옆집이나 아랫집에서 피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에도 항의했지만 누가 담배를 피우는지 모르는데다 적발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최근 층간소음에 이어 아랫집에서 피우는 담배연기가 윗집으로 올라오는

이른바 '층간흡연' 문제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자간에 적지 않은 분쟁요소로 대두되고 있지만

관련 규정이나 기준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최근 센터에 접수되는 문의 전화 중 층간흡연 문제와 관련된 상담문의가

하루 평균 2∼3건에 달할 정도로 꾸준히 접수되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이 없어 민원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사이센터는 층간소음 관련 분쟁을 막기 위해 지난해 3월 만들어져 시범 운영되고 있는 기관으로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1만3793건의 층간소음 고충을 상담하고 이 가운데 8614건(63.0%)을 해결했다.

서울시의 경우

층간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금연아파트' 정책을 도입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지난 2007년 도입된 금연아파트는 시행 첫해 23단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29단지로 급증했다.

그러나 법적 강제성이 없는 탓에 금연아파트 내에서도 공공연한 흡연 행위에 따른 갈등이 심심찮게 발생하는 등

정책 실효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주거문화개선 시민운동본부 관계자는

"특히 공동주택에 사는 임산부들로부터 층간흡연 관련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아직 중재 시스템이나 적발시 벌금 등의 대책이 전무한 상황인 탓에

분쟁 발생시 해결이 어려워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