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성매매여성 처벌’ 반대는 공감…‘성산업’ 합법화는 우려

기산(箕山) 2013. 1. 11. 00:49

‘성매매여성 처벌’ 반대는 공감…‘성산업’ 합법화는 우려

 

                                                               한겨레 | 입력 2013.01.10 20:20 | 수정 2013.01.1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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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심판 제청으로 '특별법' 재논란

 

위헌론자
"여성의 자기결정권 인정해야
국가의 사적영역 개입은 안돼"


합헌론자
"자발적 성매매 여성 어디있나
법 폐지땐 성착취 구조 고착화"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법 조항에 대해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하면서,

시행 9년째에 접어든 성매매특별법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성을 파는 여성에 대한 처벌이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법조계와 여성계 두루 공감하는 모습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에서는 큰 차이가 드러난다.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 개입의 최소화에 가치를 부여하는 법학자들은 주로

법원의 제청 결정을 반기는 모양새다.

 

반면 여성계는 위헌 결정이 나올 경우 성매매가 전면적으로 합법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여성의 자기결정권 인정해야"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오원찬 판사의 위헌심판 제청 결정문은

'착취나 강요가 없는 한 성매매는 개인의 자기결정권 영역에 해당한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합의에 의한 성행위는 개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에 해당하며,

여기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의 위헌 심판 제청은) 여성이 자기 몸을 자기가 관리할 수 있는 권리의 개념이 자리를 잡아가는

획기적인 결정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성매매를 '악'으로만 보고 규제(형벌) 위주의 정책을 펴왔다.

성매매를 여성 인권의 문제로 보고, 여성의 자기결정권 확장을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이번 위헌 심판 제청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허일태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벌은 최후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행위 등을 제외하면,

개인의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학자들의 이런 주장은 혼인빙자간음죄나 간통죄에 대한 위헌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성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정하고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

성적 행위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억제돼야 한다"며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간통죄는 2008년 헌법재판소에서 5(위헌) 대 4(합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났다.

위헌 결정을 위한 정족수에서 1명이 부족한 숫자였다.

■ "성매매가 진정 '자기결정'인가"

여성계 역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을 폐지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성매매를 '자기결정권'의 문제로 보는 시각에는 분명히 반대하고 있다.

 

성매수 남성에 대한 처벌도 폐지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져,

성매매 전면 합법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성매매의 역사와 현실을 살펴보면,

여성의 성매매를 순수한 자기결정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여성계의 견해다.

여성이 사회·경제적으로 지위가 낮은 상황에서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성을 파는 것은

자발적 결정이 아니고,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는 10일 논평을 내어

"성 산업의 엄청난 규모와 착취, 여성들에 대한 인권침해, 성을 파는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

선택권이 제한된 여성의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라는 현실을 무시하고

마치 개인간의 성행위로 혼돈하면서 사회구조적 문제인 성매매 문제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을 발의한 조배숙 전 민주통합당 의원(변호사)은

"겉으로는 자발적이라고 하나, 대부분 성매매 여성들은 먹이사슬의 최하위에서 착취당하고 있다.

성매매 산업 활성화는 성매매 산업만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나영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성매매가 합법화하면 성매매 여성들이 국제 범죄조직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어떤 식이든 대안은 절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성매매특별법 위반으로 단속된 인원은 2009년 7만3008명을 정점으로

2010년 3만1247명, 2011년 2만6136명, 지난해 2만1123명으로 줄었지만,

실제로 성매매가 감소했다고 보긴 어렵다.

 

여성가족부의 2010년 성매매 실태조사를 보면,

전국 45개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하는 여성은 4917명인 데 반해,

단란주점 등 성매매 알선업소에 종사하는 여성은 13만7331명에 이른다.

키스방 등 변종 성매매 업소나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 규모는 파악조차 힘들다.

여러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합헌론자와 위헌론자 모두

최소한 성매매 여성이 처벌되는 현실은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위헌법률 심판 제청이 법을 개정하고 보완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매매 금지법은 생계 때문에 몸을 팔 수밖에 없는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법이다.

피해자인 성매매 제공자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은 없애되, 성매매 업주 등은 강력히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현철 최유빈 기자fkcool@hani.co.kr